‘마약 백신’ 개발… 마약 중독 예방할 수 있을까?

텍사스 주지사 그렉 애보트와 휴스턴 대학 연구진들/University of Houston Homepage

강수민 SPH KV 11

최근 마약과 관련된 문제가 자주 보도되고 있다. 실제로 작년에 유엔이 발표한 통계를 보면 지난 십 년간 전 세계에서 마약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수가 26%나 증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로 마약사범의 수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이렇게 마약과의 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마약의 효과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마약 백신’이 개발됐다는 사실이 화제가 되었다.

미국 휴스턴대 연구진은 마약 중에 미국인들의 사망 원인 1위로 알려진 펜타닐에 대한 백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펜타닐은 빠르고 강력하게 진통 효과를 낼 수 있어 극심한 만성 통증이 있는 환자들을 위해 쓰이는 의료용 진통제이다. 진통 효과 외에 극도의 행복감, 졸음, 메스꺼움, 환각, 호흡 곤란 등을 일으킬 수 있는데 그만큼 중독성도 매우 높다.

펜타닐에 중독된 사람이 사용을 중단하면 약물을 마지막으로 복용한 후 최소 몇 시간 내에 심각한 금단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금단 증상은 근육과 뼈의 통증, 설사와 구토, 불면증, 경련 등이 있고 매우 고통스러운 증상이다.

그런데도 펜타닐 과다 복용이 위험한 이유는 우리 뇌가 고통을 느낄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우리 뇌는 몸에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높아지면 호흡중추를 자극해 질식통을 유발한다. 이것은 우리가 다시 숨 쉬게 하게끔 유도하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하지만 펜타닐은 이러한 신호 전달을 차단해 체 내에 위험할 정도로 산소가 부족해도 아무 고통도 느끼지 못하게 만들어 사망으로 이끈다.

펜타닐은 통증과 감정을 조절하는 뇌 부분에 위치한 수용체와 결합하여 작용한다. 디프테리아 백신을 변형해 만든 펜타닐 백신의 원리는 펜타닐이 뇌에 들어가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다. 백신은 펜타닐과 결합하는 항체를 생성해 펜타닐이 뇌로 침투하는 것을 막고 신장을 통해 체외로 제거될 수 있도록 돕는다. 이것은 펜타닐을 사용해도 환각이나 호흡 곤란 같은 마약 증상들을 경험하지 않도록 보호해 준다.

이전에 만들어진 마약 백신은 효과가 아예 없거나 마약과 비슷한 효과를 내 실패로 돌아갔었다. 이번 백신은 그전과 달리 초기 실험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낳아 전 세계의 기대가 크다. 쥐를 사용한 임상시험에서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은 이 백신은 현재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중이다.

연구진은 휴스턴 대학 홈페이지를 통해 백신의 발견이 “수십 년 동안 사회를 괴롭히는 매우 심각한 문제인 마약성 진통제 오남용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텍사스주의 주지사인 그렉 애보트는 연구원들에게 백신을 개발한 공으로 표창을 수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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