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정과 문양에서 선사하는 특별함.. 바틱(Batik)

JIKS 10 / 김민아

각 나라의 전통의상은 그 나라의 문화와 환경을 반영하고 때로는 민족이 지향하는 바까지 드러낸다. 특히 바틱과 같이 다양한 문양이 들어간 전통의상은 그 점이 더욱더 강조되기도 한다.

바틱은 약 5,000개가 넘는 문양이 있으며 각각의 의미가 다 다르다. 또한 전통 방식은 만드는 과정에서 정성을 보여주며, 인내와 꾸준함의 대명사이기도 하다. 이렇게 만들어진 의상은 입는 사람에게 잊지 못할 특별함을 선사하기도 한다.

바틱에서는 가장 자주 쓰이는 문양 중 뚜룬뚬(Truntum)은 발전을 뜻한다. 이 문양은 조코위 대통령의 고향인 Solo 지역에서 쓰였던 문양이며, 수라카르타(Surakarta)의 통치자였던 빠꾸부워노(Pakubuwono) 3세의 딸인 라뚜 껜차나(Ratu Kencana) 공주가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그녀는 어머니인 왕비가 왕의 불륜으로 슬퍼하자, 밤하늘의 별을 형상화에 수놓아 왕비의 마음을 달래주었다고 한다. 이후 소원했던 왕과 왕비의 사이가 좋아졌고, 이러한 이야기 때문에 이 문양의 뜻이 ‘진정한 사랑’ 혹은 ‘발전’ 이라는 뜻을 나타내게 되었다고 한다.

또 다른 문양인 빠랑(Parang)은 S자의 얇은 칼을 연상시키게 하는 문양으로, 16세기 중부 자와에서 마타람(Mataram) 지역의 술탄이었던 아궁(Agung)의 집권 시절부터 사용되어 왔으며, 마타람 역사 속 술탄 중 한 명인 끼 아겡 뻬르마나한(Ki Ageng Pemanahan)의 아들 다낭 수타위자야(Danang Sutawijaya) 왕자가 남해안의 들쭉날쭉한 바위를 관찰하면서 빠랑 문양을 고안했다고 전해진다.

이 문양에는 ‘안전과 보호’라는 뜻이 있는데, 이를 입었던 다낭 수타위자야 왕자가 이 문양 덕에 위험을 피했다는 설화가 알려져 많은 자바인들의 사랑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바틱은 만들어지는 과정마저 정성이 많이 들어가기로 유명한데, 전통적인 방법으로 바틱을 제작하면 천을 만드는 데 짧으면 몇 개월, 길면 몇 년까지 걸린다고 한다. 바틱을 만드는 과정으로는, 짠팅(Canting) 이라는 도구를 사용해 밀랍 액으로 선을 따라 그린 뒤 노란색 등 가장 옅은 색부터 염색한다.

그 후 천을 끓는 물에 넣으면 밀랍 액으로 그린 부위만 흰색으로 남으며, 말린 뒤 다시 그 천 위에 밀랍 액으로 선을 그리고, 그다음 색으로 염색한 뒤 끓인다. 노란색, 분홍색, 갈색, 파란색 등등 점점 진한 색으로 염색을 반복하면서 하나의 천 위에 다양한 색과 무늬를 표현한다. 또한 옅은 색깔을 남기려면 그다음 염색을 할 때 밀랍 액으로 해당 부위를 다시 덮어야 한다고 한다.

이러한 정성 때문에 이렇게 만들어진 바틱의 가격은 수백만 원을 호가하며, 과거에도 부와 권력의 상징으로 사람들의 과시욕을 충족해 주는 의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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