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관세협상 ‘국산부품사용 완화’요구… 전자 산업계 반발

▲인도네시아 자동차 부품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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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정부가 인도네시아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명목으로 자국산 부품 사용 요건(Tingkat Komponen Dalam Negeri, 이하 TKDN) 완화를 요구하면서, 인도네시아 전자 산업계와 정부 간 논의가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러한 요구는 미국과 인도네시아 간 진행 중인 무역 협상의 일환으로, 쟁점 사안이 불거지며 여러 산업계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의 우려를 촉발시키고 있다.

미국의 TKDN 완화 요구 배경과 관세 갈등

미국은 인도네시아산 제품에 대해 최대 32%의 수입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 관세 정책은 초기 시행 시기를 90일 유예하며, 양국 간 합의점을 찾기 위한 협상이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특히 정보통신기술(ICT) 제품의 부품 조달 요건을 완화하고 자국산 부품 사용 비율을 늘리는 것을 조건으로 내세웠다.

이는 인도네시아의 TKDN 규정을 국제 무역 질서 및 자국 이익의 관점에서 재정비하려는 미국의 압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TKDN은 인도네시아 정부가 자국 산업 보호 및 육성을 목적으로 도입한 정책으로, 정부 주도의 조달 사업에서 현지 생산자 및 부품 공급사가 우선권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요구로 해당 정책의 수정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이는 곧 인도네시아 내 전자 산업계에 심각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전자산업협회(Gabel)의 강력한 반대와 TKDN 정책 강화 촉구

인도네시아 전자산업협회(Gabungan Pengusaha Elektronik, 이하 Gabel)는 TKDN 완화가 국내 산업 경쟁력을 현저히 약화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또한,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중요한 메커니즘인 TKDN이 완화될 경우, 국내 생산 기반이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 있으며, 나아가 투자 환경의 불확실성을 확대시키고 해외 자본 유출 위험이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Gabel의 다니엘 수하르디만 사무총장은 10일 기자 회견에서 “TKDN 정책이 국내 생산자들에게 중요한 보호막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정부 조달 및 전자 카탈로그 입찰에서 현지 기업의 경쟁력을 보장해주는 현재의 구조가 완화될 경우, 국내 기업의 기회 상실은 물론, 시장 점유율까지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니엘 사무총장은 “TKDN 완화가 아닌 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TKDN 정책의 도입 목적을 상기시켰다. “TKDN은 단순한 규제가 아니라 국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GDP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유도할 수 있는 핵심 정책입니다.

이는 장소를 불문하고 국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만 합니다.” 또한, 그는 국가 예산이 현지 제품 구매에 사용됨으로써 그 이익이 결국 인도네시아 국민들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자 TKDN 적용 범위 확대와 세부적인 제안

Gabel은 단순히 현재의 TKDN 정책을 유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보다 포괄적이고 세부적인 제안을 통해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들의 제안은 휴대폰(HKT) 등 특정 제품군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되던 TKDN 규정을 다른 전자 기기로 확대하는 것이다.

또한, 새로운 규정을 통해 더 많은 현지 기업이 TKDN 기준을 충족할 수 있도록 독려함으로써 국내 전자 산업 전반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강조했다.

다니엘 사무총장은 “전자 분야별 TKDN 규정을 세분화하면 자국 산업의 기술적 역량을 강화하고 동시에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TKDN 정책이 인도네시아 산업계의 혁신과 발전의 핵심 역할을 할 것임을 주장했다.

프라보워 대통령, TKDN 정책의 유연성 강조

한편,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TKDN 규정이 국가 경쟁력을 저해하지 않도록 현실적이고 유연하게 조정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8일 자카르타에서 열린 ‘대통령과 함께하는 경제 간담회’에서 그는 “TKDN 정책의 취지는 훌륭하지만, 지나치게 강압적인 지속은 국제 경쟁에서 우리가 뒤처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프라보워 대통령은 또한 TKDN 정책이 글로벌 산업 환경 속에서 인도네시아의 위치를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한 효과적인 조정을 각 관련 부처에 지시했다.

그는 “만약 TKDN 정책이 우리 산업계에 걸림돌이 된다면, 다른 형태의 인센티브를 통해 이를 대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라고 밝혔다.

변화하는 글로벌 무역 환경과 TKDN 조정의 딜레마

TKDN 정책은 인도네시아 정부의 자국 산업 육성 전략의 주요 축으로 자리 잡아왔다.

그러나 세계화된 무역 흐름과 급변하는 글로벌 경쟁 구조 속에서, 자국 우선주의와 외국 투자 유치라는 상반된 두 목표를 조화롭게 이룰 수 있는 정책 방향이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미국의 관세 압박과 TKDN 완화 요구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당면한 이 딜레마를 극명히 보여주고 있다.

정부 관계자들은 TKDN 정책이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한 방패막 역할을 유지하면서도, 동시에 글로벌 무역 규정과 투자자 신뢰를 훼손하지 않도록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앞으로의 협상 과정에서 인도네시아가 어떠한 결정을 내릴지, 그리고 이것이 국내 산업과 글로벌 투자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인도네시아는 TKDN 정책을 통해 자국 산업 기반을 보호하는 동시에 국제적 압박 속에서 정책의 유연성을 유지해야 하는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앞으로의 정책 방향은 단순히 국내 산업 보호를 넘어 글로벌 시장 속에서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데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Rizal Akbar Fauzi 정치 경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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