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신수도 ‘190년 토지사용권’ 위헌… “누산타라 프로젝트 혼선”

신수도 Ibu Kota Nusantara (IK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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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과도한 권리 부여는 헌법 정신 위배”… 투자 불확실성 확산되나
정부, “투자자 신뢰 지킬 것”… 후속 대책 마련에 고심

[자카르타=한인포스트] 인도네시아의 미래를 건 야심 찬 수도 이전 프로젝트가 예기치 못한 법적 암초를 만났다. 인도네시아 헌법재판소(MK)가 신수도 ‘누산타라’ 개발에 참여하는 투자자에게 최장 190년에 달하는 토지사용권을 보장한 법률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프로젝트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이번 판결은 조코 위도도 전 대통령의 최대 치적으로 평가받던 국책 사업의 연속성에 대한 의문을 증폭시키는 동시에, 대규모 해외 자본 유치를 통해 수도 이전을 완성하려던 정부 계획에 제동을 걸었다.

■ 헌재, “국가 토지 통제권 약화”…초장기 권리 보장에 ‘철퇴’

지난 16일, 인도네시아 헌법재판소는 시민단체 및 개인 등이 제기한 신수도법 개정안(2023년 제21호 법률)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에서 핵심 쟁점이었던 토지사용권 관련 조항에 대해 위헌이라고 판시했다.

문제가 된 조항은 신수도 내 투자자에게 토지경작사용권(HGU)을 최초 95년간 부여하고, 이후 한 차례 더 연장하여 최장 190년까지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와 함께 토지건축사용권(HGB) 역시 최장 160년까지 부여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국가의 토지에 대한 지배권을 명시한 1945년 헌법 제33조의 정신과 토지의 사회적 기능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판결 이유를 명확히 밝혔다.

재판부는 특정 개인이나 법인에게 약 2세기에 가까운 기간 동안 토지에 대한 배타적 권리를 부여하는 것은 국가의 토지 관리 및 재평가 기능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며, 미래 세대의 권리를 제약하고 지역 공동체와 원주민의 권익을 침해할 소지가 매우 크다고 판단했다.

M. 군투르 함자 헌법재판관은 보충 의견에서 “신수도 건설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헌법의 기본 원칙을 뛰어넘는 특별법은 존재할 수 없다”며 “국가 주권의 핵심 요소인 토지에 대한 통제권을 장기간 상실하게 만드는 조항은 그 자체로 심각한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결정은 국가 개발이라는 명분 아래 추진된 과도한 특혜에 사법부가 제동을 건 상징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 얼어붙는 투자 심리… “법적 안정성 없이는 투자 불가”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알려지자 투자 시장은 즉각 혼란에 빠졌다. 특히 장기적인 투자 안정성과 수익 회수를 전제로 막대한 자금 투입을 검토하던 국내외 대형 개발업체 및 컨소시엄들은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190년이라는 파격적인 토지사용권은 불확실성이 큰 신수도 프로젝트의 매력도를 높이는 핵심적인 ‘당근’으로 여겨져 왔기 때문이다.

■ 정부 “투자자 신뢰 지킬 것”… 대책 마련 부심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난 인도네시아 정부와 신수도청(OIKN)은 사태 수습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정부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하면서도 이번 판결이 프로젝트의 중단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투자자 달래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트로이 판토우 신수도청 대변인은 긴급 브리핑을 통해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하며, 이번 판결이 신수도 투자 유치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모든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판결 이후에도 투자자들의 관심과 문의는 여전히 높다”고 주장하며, “정부는 세금 감면 등 다양한 재정적 인센티브를 통해 투자 매력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누스론 와힛 토지·공간계획부 장관 역시 “이번 판결은 불확실성을 키운 것이 아니라, 오히려 헌법의 틀 안에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라며 “기존 토지기본법(UUPA)의 체계 내에서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사업의 매력도를 유지할 수 있는 합헌적인 대체 방안을 신속히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부는 관

련 부처 합동으로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법률 전문가들과 함께 후속 규정 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 ‘토지 정의’와 ‘개발 동력’ 사이, 기로에 선 누산타라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국가의 토지 통제권을 강화하고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토지 정의’를 실현했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동시에, 인도네시아의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추진되어 온 거대 국책 사업의 추진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국가적 논쟁의 중심에 설 것으로 보인다.

결국 공은 다시 정부에게로 넘어갔다. 정부가 투자 심리를 달래고 프로젝트의 연속성을 담보할 수 있는 실질적이고 신뢰도 높은 후속 조치를 얼마나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내놓느냐에 신수도 누산타라의 속도가 달려있다. (Tya Pramadania 법무전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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