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금융 거래 낱낱이 본다… 인도네시아 ‘결제 ID’ 도입 계획 거센 역풍

중앙은행 “금융 투명성 위한 혁신”… 시민사회·정치권 “빅브라더 감시 사회 우려, 인권 침해” 총력 저지

[자카르타=한인포스트] 인도네시아 중앙은행(BI)이 국민 개개인의 모든 금융 거래 내역을 단일 식별자로 통합 관리하는 ‘결제 ID(Payment ID)’ 시스템 도입 계획을 거론하면서 인도네시아 사회가 극심한 찬반 논란에 휩싸였다.

중앙은행은 금융 사기 근절과 투명성 강화를 위한 ‘디지털 혁신’이라고 홍보하고 있으나, 시민사회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국가의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과 감시에 대한 우려가 폭발하며 ‘빅브라더’의 출현이라는 비판과 함께 거센 저항에 직면하고 있다.

◆ 모든 금융 정보 하나로… “2025년 시범 운영”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최근 ‘인도네시아 결제 시스템 청사진(BSPI) 2030’의 핵심 과제로 결제 ID 시스템 구축 계획안을 발표했다.

오는 2025년 8월 17일, 제80주년 독립기념일에 맞춰 시범 운영을 시작한다는 구체적인 로드맵까지 제시했다.

결제 ID는 개인의 주민등록번호(NIK)를 기반으로 생성된 고유 코드를 통해 은행 계좌, 신용카드, 전자지갑, P2P 대출 등 흩어져 있는 모든 금융 활동을 실시간으로 통합 추적하고 관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사실상 한 개인의 모든 경제 활동이 국가의 관리 시스템 아래 놓이게 됨을 의미한다.

두디 데르마완 중앙은행 결제시스템정책국장은 언론 간담회에서 “결제 ID는 개인의 계좌 수, 소득과 지출 내역은 물론 세금 프로필, 투자 현황까지 단일 식별자로 통합할 수 있는 강력한 시스템”이라며 “모든 은행의 데이터가 결제 ID와 직접 연결될 것”이라고 그 규모와 영향력을 명확히 했다.

중앙은행이 내세우는 주요 기능은 △개인의 금융 자산 및 부채 현황 실시간 파악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의 즉각적인 산출 및 평가 △금융 사기, 온라인 도박, 자금 세탁 등 불법 거래의 신속한 감지 등이다.

이를 위해 내무부 인구관리국의 인적 데이터와도 연동하며, ID 소유자가 사망하면 자동으로 사용이 중단되는 기능까지 포함하는 등 전방위적인 개인정보 통합을 예고했다.

중앙은행은 2026년 제한적 시행을 거쳐 2029년까지 전 금융 부문에 걸친 완전한 통합을 이루겠다는 단계적 계획을 세웠다.

그러면서도 데이터 접근은 반드시 고객의 동의를 전제로 하며, 엄격한 개인정보 보호법을 준수하여 제한적으로만 이루어질 것이라고 강조하며 여론 달래기에 나섰다.

◆ “금융 프라이버시 종말”… 들끓는 반대 여론

하지만 중앙은행의 장밋빛 청사진에도 불구하고 국민적 우려와 반발은 즉각적으로 터져 나왔다.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사실상 금융 프라이버시의 종말을 고하는 것”, “정부가 모든 국민의 자산을 손바닥처럼 들여다보겠다는 의도”라는 격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한 누리꾼은 “정부가 세금 징수에는 이토록 발 빠르게 움직이면서, 정작 국민을 괴롭히는 불법 고리대금이나 부패 문제 해결에는 뒷전”이라며 정책의 우선순위가 잘못됐다고 강하게 지적했다.

특히 정부의 디지털 행정 능력에 대한 깊은 불신도 반대 여론에 기름을 붓고 있다. 최근 재무부 국세청이 야심 차게 도입한 핵심조세행정시스템(Core Tax)이 잦은 오류와 데이터 불일치 문제를 일으켰던 전례를 들며 “모든 금융 데이터가 완벽하게 동기화될 것이라는 주장은 믿을 수 없다”는 회의적인 반응이 지배적이다.

◆ 시민사회·정치권 “인권 침해, 즉각 철회하라”

시민사회와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인도네시아 권익소비자포럼(FKBI)은 성명을 통해 “결제 ID 시스템은 국민의 사적 영역에 대한 과도한 개입이자 명백한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포럼 관계자는 “오직 세수 증대라는 단일 목표를 위해 국민의 기본권을 희생시키는 행태”라며, “이는 장기적으로 은행권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디지털 경제 생태계마저 위축시켜 결국 심각한 국가적 손실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하며 즉각적인 정책 철회를 요구했다.

국회에서도 우려와 견제의 목소리가 나왔다. 국회 제1위원회 소속 사리파 아이눈 자리야 의원은 “아직 데이터 보안 인프라가 미비하고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하게 추진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며 정책의 연기를 촉구했다.

그는 “정부는 국민에게 강제가 아닌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착취가 아닌 보호를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국회 차원에서 국민의 권익 보호를 위해 본 사안을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강력한 추진 의지와 국민적 저항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결제 ID’ 도입 논란은 인도네시아 사회의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개인정보 보호와 국가 감시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중대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Tya Pramadania 법무전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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