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고’에 짓눌리는 국내외 경제… 복합위기 충격 우려 커진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 ‘3고’가 세계 경제를 짓누르고 있다. 우리 경제도 마찬가지다.
미국을 선두로 세계 각국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잡기 위해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 등 통화 긴축의 고삐를 조이면서 경기 침체의 먹구름도 짙어지고 있다.

글로벌 ‘3고’가 몰고 오는 ‘퍼펙트 스톰'(복합 위기)으로 가계와 기업의 고통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 세계 경제 옥죄는 높은 물가·금리·환율
코로나19 대유행의 충격에서 벗어나 회복세를 보인 기업 활동과 소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국제 원자재 공급망 불안 등이 촉발한 고물가의 기세는 여전히 강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의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은 지난 6월 10.3%로 매달 10~11%를 넘나들던 1988년 상반기 이후 3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7월 물가 상승률은 10.2%로 1년 8개월 만에 처음으로 둔화했지만 그 폭은 0.1%포인트에 그쳤다.
두 자릿수 물가 상승률을 기록한 OECD 회원국은 6월 13개국에서 7월 15개국으로 늘었다. 튀르키예(79.6%), 에스토니아(22.9%), 리투아니아(21.6%), 라트비아(21.5%) 등이 대표적이다.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월 9.1%에서 7월 8.5%, 8월 8.3%로 두 달 연속 둔화했지만 시장 전망치 8.0%보다 높았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소비자물가는 8월에 9.1% 뛰어 1997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는 7월 6.3%에서 8월 5.7%로 상승세가 다소 약해졌지만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주요국 단기금리는 코로나19 이후 최저점(0.05%)에 장기간 머물다가 올해 7월부터 1%, 8월부터 1.5%를 넘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다. 여기서 단기금리는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금리를 말한다. 이는 미 달러화, 중국 위안화, 일본 엔화, 영국 파운드화 3개월물 대표금리를 가중평균한 것이다.

단기금리는 주요국 정책금리 인상으로 추가 상승 여지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장기금리인 미국의 10년물 국채금리는 19일(현지시간) 11년 만에 처음으로 3.5%를 돌파했다.
‘강달러’로 인한 각국의 통화 가치 약세도 지속하고 있다.

유로화, 일본 엔화, 영국 파운드화 등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올해 들어 14% 넘게 올라 1985년 이 지수가 생긴 이후 연간 최대 상승률을 기록할 전망이라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 전했다.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는 올해 들어 17%가량 떨어졌다.

◇ 한국도 ‘3고’ 가중…내년 상반기 경기 침체 우려
이 같은 ‘3고’는 국내외 경제의 위기감을 키우고 있다.
이상원 국제금융센터 부전문위원은 이달 15일 ‘글로벌 3고 장기화 가능성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글로벌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문제가 세계 경제와 국제 금융시장 여건을 전방위적으로 위축시키면서 실물과 금융의 복합위기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고물가를 잡기 위한 각국의 금리 인상은 소비와 기업 투자를 위축시키는 등 실물 경제에 냉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올해 들어 약 90개국 중앙은행이 정책금리(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절반 정도가 금리를 한 번에 최소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았다.

이번 주에는 10개 이상의 중앙은행이 금리를 결정한다. 가장 많은 눈길이 쏠리는 것은 21일(현지시간) 결과가 나오는 미국의 결정이다. 기준금리를 1%포인트 올리는 ‘울트라 스텝’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현재로선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에 무게가 실려 있다.
22일에는 영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대만 등이 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은행은 지난 15일 보고서에서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동시에 금리를 올려 세계 경제가 내년에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이한 코세 세계은행 부총재 직무대행은 “통화·재정 긴축 정책은 물가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국가 간 (긴축 정책) 동조성이 강해 세계 경제 성장세를 가파르게 둔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의 금리 인상 행보는 원화 가치를 더 떨어뜨려 수입물가를 끌어올리는 등 한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미국의 강도 높은 통화 긴축에 따른 우리나라의 외국인 투자금 유출, 원화 약세, 물가 상승 압력 등을 방어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계속 올릴 가능성이 크다. 이는 경기 위축을 감수해야 한다.
OECD는 지난 19일 ‘2022 한국 경제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7%에서 2.8%로 높였지만 내년은 2.5%에서 2.2%로 낮췄다.

물가 상승률 예상치는 올해 4.8%에서 5.2%로, 내년은 3.8%에서 3.9%로 상향 조정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금리 인상의 경기 영향이 6개월 뒤에 나타나는 점, 환율이 높아지면 수입물가가 오르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내년 상반기에 경기 침체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계의 경우 부채 문제와 부동산 거품 붕괴로 부실화될 수 있다”며 “외채가 많은 기업 등은 부실화 가능성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세계 경제 침체 가능성에 대응한 선제적 위기 대응 능력 강화와 취약계층 안전망 확충, 미중 기술패권 경쟁 속 유연한 통상 외교 전략과 핵심·원천 기술 확보 노력 등을 주문했다.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한미 통화 스와프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데 유엔 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통화 스와프 논의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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