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에서는 한글도 하나의 마케팅 전략이 된다

한글과 한국어로 이어지는 한류로 한글이 마케팅에 활용되는 시대 도래
상품 설명이나 브랜드 상호명까지 한글로 적어 한국 스타일 제품임을 강조

인도네시아의 로컬 슈퍼마켓을 거닐다 보면, 인도네시아어를 한마디도 못 하더라도 신기하게 ○○라면, □□음료 등 판매대에 놓인 현지 상품들의 브랜드명을 또박또박 읽고 제품 설명을 막힘없이 술술 읊는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한글과 한국어로까지 이어지는 한류: 한글이 마케팅에 활용되다

인도네시아에서 ‘한글’이 새로운 마케팅 전략의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현지 기업들이 상품명, 제품 라벨, 광고문구, 심지어 자사 브랜드 이름에까지 한글을 직접 사용함으로써 한글이 하나의 브랜드화해 자사 기업과 제품 홍보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제는 인도네시아에서의 한류가 한국의 연예문화, 상품을 넘어서 한글과 한국어로까지 번지고 있다. 이는 단순히 한국 기업들이 한국에서 만들어서 수출하는 제품들이 아니라 인도네시아 현지 기업들이 만들어서 내수시장 인도네시아 소비자들을 타깃으로 판매하는 제품들에 나타나는 모습이다. 즉, ‘한글’ 자체가 하나의 마케팅 요소로 인도네시아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왜 한글인가? 한글이 주는 K-브랜드 파워 때문이다.

제품에서 한글을 접한 소비자들은 해당 상품을 한국산 혹은 한국의 방식으로 만든 제품이라 생각하게 된다. 한글이 적힌 제품을 보고 내가 지난번 K-콘텐츠에서 봤던 그 제품 혹은 나의 한류스타가 입고 썼기에 나도 꼭 사용해보고 싶던 그 제품이라는 생각을 떠올리거나 한글이 적힌 제품이니 한국 스타일을 반영한 제품이니 맛과 디자인도 힙하고 트렌디할 것이다라는 이미지를 소비자가 갖게 된다.

또한 한글이 적힌 제품은 한국 기술이나 방식을 접목해 만들었으니 품질도 좋고 안심하고 쓸 수 있다는 프리미엄 이미지와 한글이 연결되며,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만든다. 2억7000만의 소비자를 사로잡기 위해 수많은 브랜드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점차 많은 기업이 ‘한글의 브랜드화’를 통해 새로운 차별 마케팅을 시도하고 있다.

< 한글 마케팅을 적극 활용하는 인도네시아 현지 로컬 소주 제조사의 광고>

[자료: PT KARUNIA JAYA ABADI INDS]

 

인도네시아 시장에서‘한글의 브랜드화’가 적용되는 방식은? 

1) 한국산 제품의 한글 표기를 그대로 사용하는 방식

가장 자주 보이는 형태는 한국에서 수입한 제품 표지 등에 표기된 한글을 그대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한국에서 수출하는 제품의 브랜드명, 한국어 설명 등을 현지어로 번역하지 않고 한국에서 출시된 한글 표기 그대로 사용해 해당 제품이 한국산 제품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소비자들에게 아직 낯선 한국산 제품을 최대한 상세하고 정확하게 설명하기 위해 현지화된 디자인과 인도네시아어로 적힌 수출용 표지를 별도로 만들어 달라던 바이어들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한국의 한글 포장지를 최대한 그대로 유지해 한국의 흔적을 많이 남기고 한국에서 만들고 바로 배송된 제품임을 최대한 어필하는 것이 셀링 포인트라고 다수의 바이어들이 말하고 있다.

< 한글 포장지를 그대로 사용하는 한국 라면 >

[자료: KOTRA 수라바야 무역관 직접 촬영] 

2) 상품 설명이나 브랜드 상호명에까지 한글을 사용하는 방식

로컬기업이 현지에서 현지인들을 타깃으로 상품을 생산·판매하지만, 상품 설명이나 브랜드 상호명에까지도 한글을 사용해 한국과의 연결고리를 강조하는 마케팅 방식도 있다. 인도네시아 식품기업 J사는 최근 ‘아리랑’이라는 라면 브랜드를 출시해 한국의 제조 방식을 반영한 인도네시아 라면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해당 제조사는 치열한 인도네시아의 인스턴트 면류 시장에서 후발주자로 시작한 불리함을 극복하기 위해 제품 차별화를 위한 한국 스타일의 라면을 제조하기 시작했다. 매운 비빔면, 김칫국 라면, 사골국 라면 등 한국에서 유행한 스타일의 라면 등을 현지 입맛에 맞게 바꿔 출시했으며 제품 브랜드명도 아예 한글로 ‘아리랑’이라고 만들어서 한국 스타일임을 강조했다.

<제품 브랜드명을 한글로 만든 인도네시아 라면>

[자료: Lazada]

인도네시아 라면시장 2위 제조사 S사는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불었던 불닭볶음면 등 매운 라면 열풍에 탑승하기 위해 자사 라면브랜드 Mie Seddap의 메인 상품라인으로 한국 스타일의 닭갈비 라면, 얼큰 국물맛 라면을 새롭게 출시했다. 제품 출시와 함께 인도네시아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개별 제품의 명칭을 한글로 ‘대한민국 매운 닭갈비맛’, ‘대한민국 얼큰한 국물맛’로 표기해 한국 스타일임을 강조하는 한글 마케팅을 활용했다. 나아가 내수시장 메인 광고모델을 한국 연예인으로 내세워 인도네시아 라면시장 1위에 도전하고 있다.

< 한글 포장지를 그대로 사용하는 한국 라면 >

[자료: Mie Sedaap]

한국식 스타일의 제조법으로 인도네시아 최대 핫도그 프랜차이즈가 된 M사의 경우에도 전국 프렌차이즈 점포의 상호명 간판을 한글로 적어 자사 제품이 한국의 맛임을 소비자에게 부각하고 있다.

<한글 포장지를 그대로 사용하는 한국 라면>

[자료: Lippo Mall]

시사점

이제는 ‘한글’도 마케팅이 되는 시대이다. 진출하려는 국가의 현지어로 길고 지루한 여러 설명보다는 한글로 적힌 단어 하나가 소비자의 이목을 사로잡을 수 있다. 우수한 기술력과 상품 아이디어를 가진 우리 제품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오랜 시간 쌓아 올린 K-라는 브랜드 파워가 만들어낸 성과로 가장 한국다운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이 실감이 나는 시대이다. 수출을 준비하며 제품 차별화를 고민하는 기업들에 우리 제품만의 고유 멋과 특성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한글의 브랜드화를 통해 해외시장의 문을 두드려 보는 것도 좋은 진출전략이 될 것이다.

자료: Mie Sedaap, Lippo Mall, Lazada, PT KARUNIA JAYA ABADI INDS, KOTRA, KOTRA 수라바야 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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