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원숭이두창, 다음은……

박민지 / SPH LV 11학년

10년 전 인간이 상상한 10년 후의 인류의 모습은 현재의 세상과는 확연하게 다르다. 10년 전 인류는 지금의 인류가 비행 자동차나 자가 동력 이동 수단 등 상상을 초월하는 기술 발전을 이뤘을 것으로 생각했다.

또는 환경 오염이 심화하거나 천연자원이 고갈되어 어쩌면 문명 발전의 큰 벽에 부딪혔을 수도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미래의 인류가 전염병 때문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3년 전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바이러스 유행은 한국과 인도네시아 등 가까운 아시아권 나라들을 거쳐 순식간에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에까지 퍼졌다. 얼마 가지 않아 종식되리라 믿었지만, 코로나바이러스는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종식되지 않고 골칫거리로 남아있다.

이러한 코로나바이러스의 위협이 가시기도 전에 새로운 바이러스가 등장했다. 아프리카 원숭이 두창이다. 원숭이 두창은 원숭이를 포함한 설치류를 주 매개체로 인간에게 전염되어 천연두와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 코로나바이러스와 같이 인간에게 발병했을 때 중증도는 낮으나 전염성이 천연두보다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 방역 당국에 따르면 6월 22일 국내에서 2건의 원숭이 두창 발병 의심 사례가 발견되었으며 그중 한 명은 국내 첫 확진자로 판정되었다. 이로써 원숭이 두창은 첫 발견지인 아프리카 지역과 한국을 포함해 27개국으로 확산하였다.

의학 기술이 발달한 현대에도 각종 전염병이 인류를 끊임없이 위협하는 이유는 인수공통감염병이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바이러스와 원숭이 두창을 포함해 악명이 높은 흑사병, 20세기 최악의 전염병이라 불리는 스페인 독감, 1997년 조류 인플루엔자, 2002년 사스 바이러스, 2009 신종 플루, 2014년 에볼라 바이러스, 2015년 메르스, 2016년 지카 바이러스 등 이름만 들어도 끔찍한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인수공통감염병이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전염병은 세균이나 바이러스의 전염을 통해 발병된다. 호흡기 등을 통해 빠른 시간에 확산하고 변이 또한 쉽게 생겨 대응하기도 어렵다.

그나마 세균이나 인간에게만 전염되는 바이러스는 항생제나 항바이러스제를 통해 박멸이 가능하다. 백신과 항생제로 예방과 치료가 가능한 콜레라나 천연두 등이 그 사례이다.

그러나 항바이러스제는 종류가 다양하지 않고 바이러스가 변이되어 증식하는 속도가 인간의 대처 능력에 비해 빠르기 때문에 여러 종의 숙주를 오가며 증식하는 변이 바이러스들은 현존하는 모든 동물을 멸종시키지 않는 한 박멸이 거의 불가능하다.

세균이나 바이러스의 전염을 통해 발병되는 대부분의 전염병은 항생제나 항바이러스제를 통해 박멸이 가능하다. 콜레라나 천연두 등이 그 예이다. 그러나 유전자 변이를 통해 인수를 넘나드는 바이러스들은 변이되어 증식하는 속도가 인간의 대처 능력에 비해 빠르기 때문에 박멸이 불가능에 가깝다. 특히 독감 바이러스는 설치류, 조류, 박쥐, 인간 등 여러 숙주를 옮겨 다니며 그 병원성을 높여왔다. 3년째 끈질기게 인간의 몸에 기생하며 기세를 이어온 코로나바이러스도 독감 바이러스의 변이 중 하나이다.

독감 바이러스가 처음 팬데믹 상황을 초래한 것은 1918년, 스페인 독감이라 불리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퍼지면서부터이다. 스페인 독감은 1차 세계대전 당시 5억 명에 달하는 감염자와 5천만 명이 넘는 사망자를 만들어냈는데 스페인 독감이 범유행 한 원인에는 여러 가설이 있지만 그 어떤 가설도 완벽하게 증명되지는 않았다.

다만 그로부터 약 80년 후인 1997년, 치사율이 52.8%에 달하는 조류 인플루엔자가 유행하면서 스페인 독감과 조류 인플루엔자가 같은 계열의 바이러스로부터 시작된 질병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네이처>지는 조류 인플루엔자 유행 당시 ‘스페인 독감이 부활했다’며 두 바이러스의 연관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동물의 질병은 사람에게 전염되지 않는다는 인식을 부순 것은 조류 인플루엔자의 유행이었다. 인간의 독감 바이러스와 조류의 독감 바이러스가 중간 숙주인 돼지 세포를 통해 재조합된 후 다시 인간에게 전염된 신종 플루 바이러스, 박쥐에서 사향고양이를 통해 변이된 사스 바이러스와 박쥐에서 낙타를 통해 인간에게 전염된 메르스 등도 모두 척추동물을 매개로 같은 계열의 바이러스가 변이된 것이다.

이들은 모두 호흡기를 통해 전염되는 질병이기 때문에 매우 빠른 확산세를 보인다. 유행이 끝나지 않은 코로나-19 바이러스 또한 박쥐에서 중간 숙주를 거쳐 인간에게 전염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KBS 생로병사의 비밀에 따르면 메르스, 사스, 코로나19를 포함한 대부분의 독감 바이러스는 보유 숙주인 박쥐를 통해 전파되었다고 알려졌는데 여태까지 연구된 박쥐의 종만 1,000종이 넘는다. 포유류 전체 종(種) 수의 약 25%를 차지하는 어마어마한 비율이지만 박쥐 대부분의 개체가 집단생활을 하므로 거의 모든 개체가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쥐가 보유하고 있는 130여 종의 바이러스가 중간 숙주를 통해 언제든 인간에게로 옮겨올 수 있다. 어떠한 바이러스가 언제 어디서 변이를 일으켜 인간에게 전염 될지는 예측할 수 없다.

예측할 수도 없기 때문에 예방도 쉽지 않고 이미 알려진 바이러스조차도 변이 속도를 따라가기가 어려워 항바이러스제와 백신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인수공통전염병이 인간에게 이토록 큰 영향을 주게 된 궁극적인 원인은 인간에게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자원의 무분별한 소비로 지구온난화가 심화하고 환경오염이 극에 달했다.

또한 인간의 과한 자연 침범으로 동물의 서식지가 줄고 그들의 터전이 파괴되었다. 원(原) 숙주인 동물의 생존이 불안정해지면 바이러스는 새로운 숙주를 찾는다. 즉, 인간이 현재의 삶의 방식을 고집하면 바이러스는 개체수를 가장 안정적으로 늘릴 수 있는 숙주인 인간을 찾아 오히려 점점 더 인간의 삶에 가까이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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