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K, 자카르타 출입국관리사무소 동시 압수수색… 실미 카림 전 차관 ‘외국인 체류 허가 갈취’ 수사 급물살

2026년 6월 4일 자카르타 KPK 청사 메라 푸티에서 구금 차량에 탑승하려는 실미 카림 전 이민국·교정청 차관.(사진: KPK 제공)

남부·중부 자카르타 사무소 대상 증거 확보… 2026년 8월 4일 전격 단행
차명 계좌 통해 1,455억 루피아 이상 조성… ‘천사’, ‘밴드 용어’ 등 은어 동원해 자금 세탁
전·현직 고위 간부 8명 구속 기소… 국가 재정 손실 회복을 위한 자산 압류 병행

인도네시아 부패척결위원회(KPK)가 외국인 체류 허가 발급 과정에서 조직적인 갈취와 뇌물수수를 자행한 혐의로 수사선상에 오른 실미 카림(Silmy Karim) 전 이민교정차관 일당에 대한 수사를 대폭 확대하고 있다. KPK는 최근 자카르타 소재 주요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대한 전격적인 압수수색을 단행하는 한편, 차명 계좌를 통한 거액의 불법 자금 흐름과 고위 공무원들의 은밀한 분배 정황을 포착하며 사건의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 자카르타 핵심 거점 동시 압수수색… 전자 증거물 추적 집중

KPK는 2026년 8월 4일 화요일, 남부 자카르타 제1급 특별 비TPI(Non-TPI) 출입국관리사무소와 중부 자카르타 출입국관리사무소 등 두 곳에 대해 동시에 압수수색을 실시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이번 조사는 실미 카림 전 차관을 비롯한 출입국관리총국 소속 공무원 7명이 연루된 외국인 체류 허가 갈취 의혹 사건의 핵심 증거를 인멸하기 전에 확보하기 위한 긴박한 수사 절차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아흐마드 타우픽 후세인(Ahmad Taufiq Husein) KPK 수사국장 직무대행은 8월 5일 수요일 기자들과 만나 “수사팀은 어제(4일) 서로 다른 두 장소에 대해 압수수색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며 “외국인 체류 허가 발급 과정에서의 갈취 관행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것으로 의심되는 자금 흐름 기록, 행정 문서 및 전자 증거물(BBE) 추적이 주 목적이었다”고 밝혔다.

타우픽 국장 대행은 압수수색 절차가 모두 마무리되었음을 확인하면서도, 수사 보안과 증거 분석의 정확성을 위해 현재까지 확보한 증거물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그는 “압수수색 결과와 확보 자료의 상세 내용은 추후 부디 프라세티오(Budi Prasetyo) KPK 대변인을 통해 공식 발표될 예정”이라며 “현재는 수집된 방대한 데이터를 교차 검증하고 디지털 포렌식 분석을 진행 중인 단계”라고 설명했다.

KPK는 이번 자카르타 지역 압수수색에 앞서 발리 지역에서도 광범위한 증거 확보 작업을 벌인 바 있다. 지난 6월 17일부터 19일까지 덴파사르 제1급 TPI 출입국관리사무소를 비롯해 행정 대행 업체인 PT 비자 엠팟 발리(PT Visa Empat Bali), CV 비사 아궁 발리 테라이 프로메난데(CV Visa Agung Bali Terai Promenade) 등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실시하여 다수의 문서와 전자 증거물을 확보했다. 또한 최근에는 발리에 소재한 또 다른 행정 대행 업체 사무실을 추가로 압수수색하며, 지방과 수도권을 아우르는 전국적 규모의 부패 네트워크를 규명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 ‘체류 허가=상품’… 조직적 갈취 구조와 은밀한 자금 분배

이번 사건의 핵심은 외국인 체류 허가가 공정한 행정 절차가 아닌, 금전에 따라 거래되는 ‘상품’으로 전락했다는 점이다. KPK 수사 결과에 따르면, 실미 카림 전 차관은 체류허가국장 자야 사푸트라(Jaya Saputra)를 창구로 삼아 체류 허가를 신청하는 외국인들에게 불법적인 ‘지분’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갈취를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자야 사푸트라는 다시 테사르 바유 세티아지(Tesar Bayu Setiaji)와 바구스 브라마니토(Bagus Bramanito) 등 실무 책임자들에게 외국인으로부터 추가 비용을 징수하도록 지시했으며, 이로 인해 처리되는 모든 체류 허가 서류에는 암묵적인 ‘가격표’가 붙게 되었다. 이 같은 조직적 갈취는 2022년부터 2026년까지 장기간에 걸쳐 지속되었으며, 피의자들은 차명 계좌를 이용해 불법 자금을 수집·관리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KPK가 현재까지 파악한 불법 조성 자금 규모는 최소 1,455억 루피아(약 130억 원) 이상에 달한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이 자금이 매주 금요일마다 출입국관리총국 및 이민교정부 내 관계자들에게 체계적으로 분배되었다는 점이다. 수사 과정에서 포착된 내부 문건과 통신 기록에 따르면, 이들은 고위 간부들을 지칭하는 ‘천사(Malaikat)’라는 암호를 사용했으며, 보컬, 기타리스트, 백보컬, 안무가 등 밴드 콘서트 관련 용어를 활용해 자금의 성격과 수령인을 은밀하게 구분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정교한 암호 체계는 해당 부패 행위가 단순한 일탈이 아닌, 오랜 기간 공고화된 시스템 범죄임을 방증한다.

◆ 전·현직 고위 간부 8명 구속… RPTKA 사건 확장 수사 결실

KPK는 2022년부터 2026년까지 출입국관리총국 내에서 발생한 이번 갈취 및 뇌물수수 의혹과 관련하여 총 8명을 피의자로 입건하고 현재 KPK 구치소에 수감 조치했다.

입건된 인물은 ▲실미 카림 전 이민교정차관 ▲2024~2025년 출입국관리총국장 직무대행 사파르 무하맛 고담(Safar Muhammad Godam) ▲체류허가국장 자야 사푸트라 ▲체류허가국 과장 바구스 브라마니토 및 테사르 바유 세티아지 ▲2024~2025년 중부 자카르타·2025~2026년 서부 자카르타 출입국관리사무소장 로날드 아르만 압둘라(Ronald Arman Abdullah) ▲제한체류허가(ITAS) 자격 변경 팀장 주니아디 스리 프리아무디(Juniadi Sri Priyamudi) ▲체류허가국 직원 구스티 베르나르디안샤(Gusti Bernadiansyah) 등이다. 이들 대부분이 국장급 이상 고위직이거나 일선 사무소장을 역임한 핵심 인사들이라는 점에서, 출입국 행정 전반에 걸친 기강 해이가 심각한 수준임이 확인되었다.

특히 본 사건은 2025년 KPK가 처리했던 노동부의 외국인 인력 사용 계획(RPTKA) 사건 수사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실체가 드러났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아울러 금융거래분석원(PPATK)이 적발한 이민교정부 소속 공무원 35명의 금융 거래 보고서 데이터 불일치 문제에 대한 후속 조치가 결정적인 단서가 되었다. 당국의 금융 감시망과 반부패 수사가 유기적으로 연계되면서,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출입국 비리의 민낯이 낱낱이 드러나게 된 것이다.

◆ 국가 재정 손실 회복 주력… 엄중한 법적 처벌 예고

KPK는 피의들에 대한 형사 처벌뿐만 아니라, 부패로 인한 국가 재정 손실을 회복하기 위한 자산 환수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타우픽 국장 대행은 “해당 부패 사건으로 인해 막대한 국가 재정 손실이 발생했다”며 “피의자들이 보유한 부동산, 차량, 예금 등 자산 일부를 이미 압류 조치했으며, 추가적인 은닉 재산 추적도 계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피의자들은 부패범죄처벌법 제12조 e항(공무원의 갈취) 및/또는 제12B조(뇌물수수) 위반 혐의로, 2023년 법률 제1호 형법전 제20조 c항과 연계되어 기소되었다. 해당 법조항들은 공무원의 지위를 이용한 적극적 부패 행위를 가장 무겁게 처벌하는 규정으로, 유죄 판결 시 장기 징역형과 함께 막대한 벌금 및 추징금이 부과될 전망이다.

인도네시아 사회는 이번 KPK의 강도 높은 수사에 대해 늦었지만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외국인 투자 유치와 국가 이미지 제고를 위해 출입국 행정의 투명성이 절실한 시점에서, 고위 공무원들의 조직적 비리가 척결되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개별 공무원의 일탈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출입국 허가 시스템 자체의 구조적 개혁과 디지털화를 통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Tya Pramadania 법무기자. Kamilia Octaviani 기자. Fajar 편집 기자, AI경영센터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