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베란다에 겨울 파 – 김보배

김보배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우리 집에 숨탄것 하나 들여왔다

초록 줄기 몇 대

냉장고에 가두려다

베란다 빈 화분에 올렸더니

짧은 뿌리 딛고 배에 힘준

몸 곧다

겨울빛 뭉친 진초록

이 정도 추위쯤이야 하듯

풋풋한 내음 맵싸하다

내 다친 발에 파 뿌리 올려

며칠 묻어두면 푸르른 그늘 내려

상처 밀어내려나

창밖에 눈 내리고

깊은 초록 잎 퍼 올리는

하얀 눈

허리에 찬 행신채

푸숫한 맵시 뽐내며

창문 두드린다

 

<시 읽기>

김보배 시인의 신작 시집 『웃자락 후각』에 수록된 시에서 한 편 골랐습니다. 먼저, “숨탄것”이란 시어에 주목합니다. 우리말 그대로 숨을 가지고 있는 그 무엇으로 이해가 되는데, 제목에서 보듯 겨울 파를 베란다 화분에 두었다는 것입니다. 많은 평론가들은 문학과 예술의 가장 으뜸 된 가치를 재생, 회생에 두고 있습니다. 김보배 시인의 겨울 파도 이에 닿아있습니다. 단지, 겨울 파가 생기를 되찾는 것을 넘어서, “내 다친 발에 파 뿌리 올려/ 며칠 묻어두면 푸르른 그늘 내려/ 상처 밀어” 내리라는 시인의 바램으로, 어느새 겨울 파가 창문을 두드립니다.

글: 김주명(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