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한인단톡방, 존재 가치 있는가

스마트폰 음란물 동영상 (PG)-연합뉴스

8월 17일 월요일 새벽 5시경, 인도네시아 한인동포 2,470여 명이 참여하고 있는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 한 박모씨가 음란물 동영상을 게시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인도네시아의 독립기념일이자 공휴일이었다. 사흘 연휴로 여유가 가득해야 할 아침, 한인사회는 도리어 분노와 수치심으로 뒤덮였다. 표면적인 정황만으로도 명백한 음란물임을 짐작할 수 있는 이 영상이 세대와 성별을 가리지 않는 수천 명의 눈앞에 무방비로 노출된 것이다.

물론 게시자 본인의 의도가 무엇이었는지는 명확히 알 수 없다. 지인에게 보내려던 것이 실수로 잘못 전송되었을 가능성도, 혹은 순간의 정신적 착란이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의도가 아니라, 이러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이를 즉각적으로 차단하고 수습할 어떠한 시스템도 존재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것이야말로 본 사태의 본질이며, 우리가 직시해야 할 문제의 핵심이다.

관리 부재의 공간, 방치된 위험

인도네시아 한인단톡방은 10여 년 전 특정 개인에 의해 개설된 이후, 별다른 관리 체계 없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왔다. 이 공간은 이제 수천 명이 참여하는 정보 유통 채널이자 동시에 무방비 상태의 공적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다. 대사관의 공지사항, 한인회의 안내문, 각종 생활 정보가 이곳을 통해 전달되다 보니, 회원들은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쉽게 이 방을 떠나지 못한다. 정보에 대한 갈증과 소외에 대한 두려움이 그들을 붙잡아 두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가 심각한 취약점을 안고 있다는 데 있다.

음란물뿐만 아니라 마약 거래, 온라인 도박, 각종 사행성 퇴폐 행위에 대한 광고까지 아무런 제재 없이 게시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누군가 부적절한 콘텐츠를 올려도 이를 즉각 삭제하거나 해당 인물을 퇴장시킬 관리자가 사실상 부재하다. 선거철마다 정치적 논쟁의 장으로 변질되어 좌우 진영 간의 소모적인 갈등을 빚어온 이력 또한 이러한 관리 부재의 연장선상에 있다.

책임 소재의 공백, 침묵하는 공동체
8월17일 새벽 인도네시아 한인단톡방에 올라온 음란물 동영상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사태에 대해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도네시아 한인사회를 구성하는 크고 작은 단체가 30여 개에 이른다고 알려져 있으나, 이번 사건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거나 재발 방지를 위한 구체적 대책을 제시한 단체는 찾아보기 어렵다. 침묵으로 일관하는 태도의 배경에는 “나서봐야 득이 될 것이 없다”는 소극적 계산이 자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한인단체의 존재 목적이 단순히 구성원 간의 친목 도모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공동체가 위기에 처했을 때, 특히 어둡고 부패한 지점에서 그 사명을 다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단체의 역할이라 할 수 있다. 성경적 표현을 빌리자면 “빛과 소금”의 역할이 바로 이러한 순간에 요구되는 것이다. 이는 공동체 전체의 신뢰를 쌓아가는 요인이 될 것이다.

관리되지 않는 공간의 본질

관리되지 않고, 정화되지 않으며,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공간은 결국 쓰레기 더미와 다를 바 없다. 누군가 무단으로 오물을 투척해도 이를 치울 사람이 없다면, 그 공간에 머무르는 이들은 원치 않게 그 오물을 뒤집어쓸 수밖에 없다. 이번 음란물 사건은 바로 이러한 구조적 방치가 낳은 필연적 결과라 할 수 있다.

한인동포들이 이 불쾌한 경험에도 불구하고 단톡방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예측 불가능한 이국 땅에서 혹시 모를 긴급 정보나 속보를 놓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정보의 접근성이 제한적인 해외 동포사회의 특수성이 오히려 이러한 무책임한 시스템을 존속시키는 역설적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곧 한인동포들이 느끼는 서러움과 울분의 근원이기도 하다. 필요에 의해 남아있을 수밖에 없는 공간에서, 원치 않는 불쾌한 콘텐츠 오물에 노출되는 이중의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새로운 대안의 모색이 필요한 시점

이제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첫째, 단톡방 운영에 관한 명확한 규칙과 관리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부적절한 콘텐츠 게시 시 즉각적인 삭제와 제재가 가능한 관리자 그룹의 구성이 시급하다.

둘째, 정보 전달의 기능과 자유로운 소통의 기능을 분리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 공식 정보는 별도의 채널을 통해 안정적으로 전달하고, 일반 소통방은 보다 엄격한 관리 하에 운영하는 이원화 방식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무엇보다 한인사회를 대표하는 단체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책임 의식이 요구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인회를 비롯한 여러 단체들이 공동으로 대안을 모색하고, 필요하다면 새로운 관리 체계를 갖춘 공식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을 구축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한인단톡방은 이제 단순한 사적 대화의 공간을 넘어, 공동체의 정보 유통과 소통을 담당하는 준공적 인프라로 기능하고 있다. 그러나 그 규모와 영향력에 걸맞은 책임 있는 관리 체계는 부재한 실정이다. 이번 음란물 사건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치부될 것이 아니라, 인도네시아 한인사회 전체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 경종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관리되지 않는 공간은 결국 신뢰를 잃고, 신뢰를 잃은 공간은 존재 가치를 상실한다.

우리는 이번 사태를 통해 진지하게 자문해야 한다. 과연 지금의 한인단톡방은 존속할 가치가 있는가, 아니면 근본적인 개편이 필요한 것인가.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한인사회를 대표하는 단체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관리되고, 책임지며, 신뢰받는 새로운 인도네시아 한인단톡방의 등장을 기대해 본다. (한인포스트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