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고추가 맵다. 이 말이 가장 어울리는 게임이 아마 뱀피르가 아닐까 싶다. 중소기업이 이를 갈며 최선을 다해 만든 이 게임은 대작이라 칭할 정도로 좋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간을 낭비한다는 느낌을 주는 게임도 아니다.
조나단 E. 레이드, 얼떨결에 뱀파이어가 된 의사의 이름과 그리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게임 안에서는 조금 다를 것이다. 캐릭터를 조종해 자신을 불사의 뱀파이어로 만든 인물을 찾아낸다는 설정과 어두운 배경에서 나오는 숨겨진 욕망을 만나면 그 누구도 이름의 대해서는 의문을 가지지 않은 것이다.
중독성 강한 RPG, 뱀피르는 Remember me와 Life is Strange를 만든 회사, Dontnod에서 만들어졌다. 이번 작품인 벰피르는 특별한 무언가를 내세우지 않아 진부하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지만, 특유의 어둡고 훌륭한 사건 전개로 추천할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4가지 선택적인 끝이 있다는 사실이 그 증거다.
어디 장점만 있을까? 전혀 아니다. 단기간 끝낼 수 있는 게임을 억지로 늘려 약간의 부자연스러움을 느낄 수 있으나 이 게임이 주는 재미와 감동이 이 단점을 잊게 해주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스페인 독감이 도는 런던에서 눈을 뜬 주인공은 그와 동시에 자신의 몸을 지배하는 폭력성에 당황하면서 이 게임이 시작된다. 게임을 하는 우리는, 이런 주인공을 조종하며 주위 NPC (Non-Playable Characters)들, 약 60-70여 명을 공략해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한다.
다시 말해, 이 게임은 끝없이 이어지는 캐릭터 간의 대화로 인한 교류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게임에 익숙지 않은 사람들은 아마 이 부분을 힘들어 할 것이다.
게임을 하면서 주어지는 재미는 수사를 더욱 쉽게 만들어주는 다양한 힌트, 그리고 임무를 완수하면 주어지는 보상 정도가 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것은 캐릭터들의 연기이다. 대화로 풀어가는 형식이라 성우들의 연기가 중요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만 이 게임에서는 성우들의 연기력이 일정하지 못해 작은 아쉬움이 남는다.
마지막으로, 주인공인 레이드는 다소 고집이 센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것은 그의 불안정한 심적 상태에서 나온 것이다. 그는 뱀파이어인 동시에 의사이기도 하다. 고로, 이야기의 전개에서 그는 사람을 도와야 하는 상황이 나타날 것이다.
간단한 응급치료에서 시작해 위독한 상황에서 하는 질병 치료, 심지어 약을 스스로 제조해야 하는 상황도 있다. 자신을 위험에 노출 시키면서까지 남을 돕는 이 행위는 스토리 전개에 큰 영향을 준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상황에서는 사람들은 그저 NPC들을 죽이며 자신들의 이익을 먼저 생각할 수도 있지만, 뱀피르는 다르다.
캐릭터를 조종하는 우리는 앞서 설명했던 데로 그들을 치료하며 이야기를 전개 시킬 수도 있는 반면에, 다수의 사람이 그렇듯 NPC들을 그저 도구로 사용할 수 있는 선택권이 주어진다. 여기서 우리는 약간의 도덕심을 시험할 수 있다.
서로 도와주며 이야기를 풀어나간 NPC들을 가차 없이 죽이느냐 아니면 그들을 살리면서 또 다른 결말을 맞이 하느냐,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 올 수 있으니 이점을 주의하자.
스토리를 배제하고 그래픽적인 면에서 이 게임은 다소 시대에 뒤떨어진 그림체를 가지고 있고 작붕(작품 붕괴) 혹은 그림체 붕괴 현상을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작은 것들은 눈감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중소기업의 한계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또다시 강조되는 한가지,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여러 가지 깨알 요소들이 많이 준비되어 있으니 그리 실망하지 말자. <기사. 자카르타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