볕 좋은 날, 묵혀둔 시간을 씻어봅니다
고향 다녀온 파카, 여전히 부풀어있고
노곤한 스웨터엔 눈물 실 이어집니다
성한 곳 없는, 여행 가방은
서운한 눈꽃 내음 새어나갈세라
이국 신문으로 단단히 싸매둡니다
보고픈 얼굴, 따뜻한 밥상은
차마 씻어내지도, 싸매지도 못한 채
그저 마음에 묶어둡니다
시작 노트:
엊그제(15일), 싱가폴 문인협회가 주최하는 ‘남국문학상’ 시상식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 우리 문협 조자연 시인이 작품 「시간을 씻으며」로 우수상을 수상하였다. 이에 수상작을 소개하고자 한다.
외국에 사는 사람으로 누구나 공감할 내용이다. 고국을 오가면서 무수한 감정의 교차를 ‘여전히 부푼 파카’와 ‘노곤한 스웨터엔 눈물 실’로 환치하였다. 어찌 이보다 단순하면서도 명쾌한 비유가 어디 있을까? 적도의 더운 나라에서는 그 쓰임이 없겠지만, 다시 올 고국행을 위해서라도 꿈을 포장하듯 잘 포장해 둔다. 그리고, 이제 나의 삶을 챙길 시간이다. 들고 다닌 고단한 가방을 ‘이국 신문으로 단단히 싸매’듯 내 삶도 단단히 싸매는 시간이다. 글: 김주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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