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을 벗어난 괴생명체의 출현 ‘베놈’

최근 마블의 ‘인피니티 워즈’에서 죽은 스파이더 맨의 부활일지도 모르겠다는 착각일까? 어마어마한 덩치로 밤거리를 누비고 사악한 짐승의 눈빛으로 시선을 장악하는 악당.

그는 바로 스파이더 맨의 30년 지기 적으로 이름을 떨쳐온 베놈(venom)이었다. 최근 마블 팬들에게 최대의 기대를 모으고 있었던 영화가 인도네시아에서도 개봉했다.

영화 예고편에서 인간을 새우깡이나 감자튀김을 씹듯 뜯어먹는 야생적인 모습이 과연 이 주인공의 전체인가. 그리고 ‘악’이라는 콘셉으로 제작한 영화가 과연 오늘날의 시청자들에게 어떠한 메시지를 전해주려 하는 것인가 흥미롭기 그지없었다.

JIKS 9-2베놈이라는 인물이, 아니 인물보다는 괴생명체가 모습을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바로 지금으로부터 34년 전 출간된 마블 만화책 시리즈인 Marvel Super Heroes Secret Wars #8에서다.

외계인들의 침략에 맞서다 옷이 헐고 찢어진 스파이더 맨은 새로운 의상을 만들게 되고, 그 과정에서 “심바이오트”라는 괴생명체가 발견되어 그의 몸과 기생을 하며 살게 된다.

이후로 스파이더맨은 검은 기생체와의 정서적, 육체적 교감을 통하여 우정과 비슷한 관계를 형성하게 되는데, 밤에는 무의식적으로 폭력적이거나 잔인한 행동을 저지르게 하는 등 여러 민폐와 범죄 또한 야기시키게 된다.

결국 그는 인근 성당에서의 종소리를 이용하여 높은 주파수의 소음과 불을 견디지 못하는 기생체를 떼는 데에 성공을 하여, 기생체는 피신을 하게 되는 것으로 이야기는 잠시 막을 내린다.

이번 영화 베놈은 바로 이 이야기 이후의 상황에서부터 시작을 하게 된다. 기생체인 ‘베놈’은 이제부터는 스파이더맨이 아닌 새로운 숙주를 찾아나서는 시나리오이다. 그리고 그는 찾았다, 개인 뉴스 방송으로 떼돈을 벌며 인기를 누리던 기자 에디 브락. 그는 자만이 넘치는 태도와 함께 악운의 연속으로 삶에 대한 의욕조차 없어지기 시작한 불안한 삶을 살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에디는 베놈과의 만남으로 생전 느끼지 못한 자신감과 용기 등의 감정들을 억누르지 못하면서 밤거리를 나서고, 그의 친구이자 몸의 일부가 된 베놈과 정을 나누며 스스로의 편견과 고정 관념에서 탈출하게 해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토론을 할 만한 주제는 바로 이 스토리에서 나온 ‘악’의 가치이다. 만약 이와 같은 절박하거나 희망이 도무지 보이지를 않는 상황 속에서 베놈의 등장이 없었더라면, 과연 에디는 삶에 대한 열정과 야망을 되찾을 수 있었을까.

무조건 괴상망측하게 생긴 존재라고 해서, 그것이 누군가에게 필요할 만한 자극제가 되어준다거나, 혹은 서로 감정을 털어놓고 벗을 흉내 낼 수 있다면 그것을 과연 나쁘다고 말을 할 수 있는가. 이 영화는 악의 이중적인 면들을 소개해주는 좋은 작품이다.

또 하나,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것은 힙합의 전설 래퍼 에미넴의 사운드 트랙이다. 최근 백인 래퍼 머신건 켈리(Machine Gun Kelly)는 46세의 에미넴에게 나이가 많다고 조롱하는 음악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에미넴은 레전드의 명성에 걸맞는 “카미카제 (KAMIKAZE)”라는 앨범을 삽입하여 자신에게 쏟아진 조롱들을 시원한 펀치로 날려준 것이나 다름없다.

자신의 슈퍼히어로에 대한 열정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또한 지난 날 대중적으로 논란이 되고 미국의 음악문화를 뒤흔든 에미넴의 “제 2의 음악적 자아-슬림 셰이디”를 연상시키도 했다.

많은 다큐맨터리와 예능 인터뷰에서의 자료를 통해 쉽게 유추해낼 수 있는 에미넴의 슈퍼히어로 만화를 향한 사랑은 이번에 출시된 그의 앨범 “카미카제, KAMIKAZE”에서 제 빛을 발하였다. 그는 심지어 힙합을 접하기 전, 만화가의 꿈을 품었었다고 말을 하기도 하였다.

노래의 주제와 분위기 역시 요즈음 오토 튠을 비롯한 여러 새롭고, 가사의 품질과 의미가 중요시되던 보수적 랩 방식에서 벗어나는 가수들을 비웃고 풍자하는 앨범 전체의 콘셉과 조화를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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