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2026년 최저임금 산정 ‘새 기준’ 확정… 노동계 환영 속 재계 “경영 부담 가중” 우려

최저임금 인상 시위

프라보워 대통령, ‘알파 값’ 0.5~0.9로 대폭 상향… 인플레이션·경제성장률 적극 반영

주지사 12월 24일까지 UMP 확정… 노동부 “헌재 판결 이행 및 지역 유연성 확보 차원”

경영계 “가파른 인건비 상승에 고용 위축 불가피”… 투자 매력도 하락 경고음

【자카르타=한인포스트】 인도네시아 정부가 오는 2026년부터 적용될 최저임금 산정의 새로운 기준을 확정 발표했다. 프라보워 수비안토(Prabowo Subianto) 대통령이 최저임금 인상률 결정의 핵심 변수인 ‘알파(Alfa)’ 계수 범위를 기존보다 대폭 상향하는 내용을 담은 정부령(PP)에 공식 서명함에 따라, 노동계의 요구는 상당 부분 수용된 반면 재계는 인건비 급등에 따른 경영난을 호소하며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 ‘알파 값’ 최대 3배 상향… 임금 인상 폭 확대 예고

야시에를리(Yassierli) 인도네시아 노동부 장관은 지난 16일 공식 서면 성명을 통해 프라보워 대통령이 임금 관련 신규 정부령에 최종 서명했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향후 인도네시아 전역의 주 최저임금(UMP) 및 시·군 최저임금(UMK) 책정의 핵심적인 법적 근거로 작용하게 된다.

이번 개편의 골자는 최저임금 인상률을 도출하는 산정 공식의 변화에 있다. 정부는 새로운 최저임금 인상 공식을 ‘인플레이션 + (경제성장률 × 알파)’로 확정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조정 계수인 ‘알파’ 값의 범위가 파격적으로 확대되었다는 점이다.

기존 정부령(2023년 제51호) 하에서는 알파 값이 0.1에서 0.3 사이로 제한적으로 적용되었으나, 이번 신규 규정을 통해 그 범위가 0.5에서 0.9로 크게 늘어났다. 알파 값은 노동 생산성과 고용 기회 등을 반영하는 지수로, 이 값이 높아질수록 경제성장률이 임금 인상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게 된다. 사실상 기존보다 임금 인상 폭을 확대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셈이다.

야시에를리 장관은 “프라보워 대통령이 노동조합과 근로자 단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과 열망을 장기간 심도 있게 검토한 끝에 내린 결단”이라며 “알파 값의 확대는 각 지역이 고유한 경제 여건과 생산성 변화에 맞춰 최저임금 정책을 보다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여지를 주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노동부는 이번 결정이 지난 헌법재판소(MK) 판결(제168/2023호)을 충실히 이행하려는 현 정부의 확고한 법치주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주지사, 12월 24일까지 최저임금 확정해야

새로운 규정에 따라 최저임금 결정 일정도 구체화됐다. 각 지역 주지사는 오는 12월 24일까지 주 최저임금(UMP) 및 주 부문별 최저임금(UMSP)을 확정해 발표해야 한다. 시·군 최저임금(UMK) 및 시·군 부문별 최저임금(UMSK)은 그 이후 순차적으로 결정되지만, 반드시 이번에 개정된 공식과 상향된 알파 값을 적용해야 한다.

정부 측은 이번 조치가 근로자 복지 증진을 위한 실질적인 헌신임을 강조하고 있다. 야시에를리 장관은 “이번 정책은 지난 1년간 시행된 6.5% 임금 인상, 명절 수당 지원 강화, 사회보장 보험료 감면 등 다양한 근로자 지원책의 연장선상에 있다”며 “새로운 공식을 통해 근로자들은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실질 구매력 향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재계 “감당하기 힘든 수준”… 고용 위축·투자 이탈 경고

그러나 정부의 이번 결정에 대해 고용주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즉각적인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특히 노동집약적 산업이 많은 인도네시아 경제 구조상, 알파 값 상향에 따른 인건비 부담이 한계기업의 도산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들은 이번 결정이 기업의 경영 환경을 악화시키고, 나아가 국가 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 현지 진출 한국 기업 관계자는 “알파 값이 최대 0.9까지 적용될 경우, 경제성장률의 거의 대부분이 임금 인상분에 반영되는 구조”라며 “원자재 가격 상승과 글로벌 수요 부진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제조업 현장에서는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인상 폭이 될 수 있다”고 토로했다.

업계는 “예측 가능한 임금 인상은 필요하지만, 급격한 변동 계수 상향은 기업의 재무 계획에 큰 불확실성을 초래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높은 인건비 부담은 결국 신규 채용 축소나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으며, 외국인 직접투자(FDI) 유치에 있어서도 베트남 등 인근 경쟁국에 비해 매력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섬유, 봉제, 신발 등 노동집약적 산업군에서는 이번 조치가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미 자동화 설비 도입을 검토하거나 생산 기지 이전을 고려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최저임금 산정 기준 변경이 탈(脫)인도네시아 현상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정부는 이번 정책이 노사 양측 모두에게 최선의 결과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으나, 노동계의 환영과 재계의 반발이 극명하게 엇갈리면서 향후 최저임금 협상 과정에서 노사 간, 그리고 정부와 재계 간의 진통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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