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욱의 주간 칼럼] 인도네시아의 국산품 장려운동을 지지한다

글. 김용욱/PT.SSI 이사. 한인포스트 칼럼리스트

– 시대적 상황이 다르면 전략도 달라야 –

지난 3월 25일 인도네시아 발리 Grand Hyatt Nusa 호텔에서는 관광창조 경제부 장관 주체의 지난 2년간의 인도네시아 국산품장려 국민운동 (Gernas BBI) 실적 발표회가 있었다.

Jokowi 대통령까지 참석한 발표회에서 Sandiaga Uno 관광창조 경제부 장관은 지난 2년 동안 “중소기업이 새롭게 550만개가 개업했고, 2021년 중소기업의 수는 1,720만개, 2023년까지 3,000만개의 중소기업을 목표로 달성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또한 해당 성과는 부처 또는 기관, 지방자치단체, 국영기업 등 다양한 당사자들간 협업을 통한 공동의 성과임을 강조하기까지 했다.

수치상으로 보면 실로 대단히 훌륭한 결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적 발표회의 평가는 조꼬위 대통령의 발표연설 하나로 상황은 급변했다.

이러한 국산장려 운동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인니 정부의 상품 및 서비스 조달에 수입제품이 넘쳐나고 있다며, 노골적으로 보건부 장관, 농업부 장관, 교육 문화부 장관 등 실명 부처들을 언급하며 질타했기 때문이다.

질적으로는 자세히 본다면 조꼬위 대통령의 평가가 맞다. 특히나 보건분야는 IDR 13조 이상, 의약분야는 IDR 2조, 전자 및 보조기기 IDR 3조, 농업장비 및 기계, 교육장비 등 전 분야에 걸쳐 수입품이 차지하는 정부지출이 많은 인도네시아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인니 언론과 국민들은 의견이 분분하다. 세계화와 자유무역이 경제 발전의 원동력인 세상에서 이런 국산품 장려운동을 주관하는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구시대적 정책 발상을 비판하는 시각과 인도네시아 경상수지 저하를 줄이고 국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국산품 역량강화에 박차를 가하는 조꼬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강화가 대립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실제 과거 근대화를 거쳐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국가들의 경제발전 면모를 들여다 보면 세계화나 자유무역의 경제발전 정설과 한 국가의 경제발전은 전혀 들어 맞지 않는다. 20세기 초반 미국의 GDP는 인도네시아와 비슷했으며 자국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수입관세는 현 인도네시아 수준의 5배도 넘었다.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경제개발 벤치마킹으로 비유되는 한국과 일본의 경우를 보더라도 정부의 적극적 보조금 지원과 강력한 관세보호주의를 통해 초기 급격한 산업화와 경제발전을 이룩할 수가 있었으니 결코 틀린 말은 아니다.

필자도 느끼는 부분이지만 10여 년 전 그리 많이 듣던 “상생, 공생, 글로벌화, 국제협력” 등 글로벌 자유무역의 정서가 언제부터 “보호무역, 자국우선주의, 고립주의” 란 단어들로 더 친숙해진 느낌이다.

그리고, 지난 2년여 동안 “코로나 팬데믹” 상황은 더욱 더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기름을 부었다. 실제로 우리 모두 마스크대란, 백신대란, 산소호흡기 등 갑작스런 수출금지를 지켜보았고, 코로나 대응도 스웨덴, 영국, 미국, 중국 등 모두 각기 다른 방식으로 통제와 정책을 펼쳐가지 않았나.

이러한 세상의 변화를 제대로 인식했다면 조꼬위 대통령을 포함한 인니 정책자들의 국산화 및 국산품 장려운동은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적극 지지함이 맞는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국산품 장려운동을 추진하는 전략에는 지금이라도 수정이 필요하다. 한국과 일본을 벤치마킹 하여 우선은 정부조달품의 국산화, 외자 및 로컬 투자확대, 수입관세 강화조치 그리고 국민적 정서강화는 맞지만 가장 중요한 외부적 국제정치 상황이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되었다.

한국과 일본의 경제발전 당시는 냉전시대의 적과 아군이 분명한 시절이었다. 공산화가 아닌 민주진영 의 경제발전이라면 동맹국의 국산화 및 수출장려, 고(高)관세 정책에 미국의 정치경제적 지원과 묵과가 인정되는 시기였다.

이후 어느 정도 기술 고도화 단계에 도달 한 후 동맹국간의 더욱 긴밀한 경쟁우위 교역으로 세계화와 자유무역이 시너지를 낸 것이다.

지금은 어떠한가? 적과 아군이 구별되지 않는 국제정치 상황에 더욱 더 복잡하게 얽혀진 글로벌화가 된 현재 어떤 개발도상국이 국산품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하면 다른 국가에서 시기심을 내지 않을까? 결국 시대가 다르면 전략도 달라야 한다. 부지불식간에 남들이 잘 인식하지 못하게 시간을 벌어야 한다.

그래야 인간의 본성인 시기심을 자극하지 않는다. “혁신과 발전”이란 단어들도 “생존과 지속가능”으로 달라짐을 인식하는 리더라면 전략도 시대에 따라 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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