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간 전 승무원만 타고 이륙… 마닐라발 제주행

필리핀 마닐라 공항

제주와 필리핀 간 올해 첫 전세기가 취항한 가운데 항공기가 탑승객을 태우지 않고 제주로 돌아가 현지에 발이 묶였던 여행객들이 일정보다 이틀 늦게 귀국했다.

필리핀 마닐라에 머물렀던 여행객 170여 명은 5일 현지시간 낮 12시 30분께 마닐라에서 출발한 로얄에어필리핀 전세기를 타고 오후 5시께 제주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이들은 지난달 28일부터 3박 4일간 여행 후 연휴 마지막날인 3일 오후 4시30분께 마닐라에서 출발하는 로얄에어필리핀 전세기를 타고 제주로 돌아올 예정이었다.

하지만 전세기는 출발시간보다 4시간 앞선 낮 12시 30분께 승무원만 태운 채 마닐라를 떠났고, 이들은 여행사 측이 마련한 대체 항공편을 타고 이날 귀국했다. 여행객 대부분은 제주도민인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 마닐라 출발 전세기 제주 도착
필리핀 마닐라 출발 전세기 제주 도착

  • (제주=연합뉴스) 5일 오후 제주국제공항에 도착한 필리핀 마닐라 출발 로얄에어필리핀 전세기 탑승객들이 입국장에 들어서고 있다. 2025.3.5 

제주로 돌아온 여행객들은 황당하고 어이없다는 반응이었다.

친구들과 연휴를 이용해 여행을 다녀왔다는 김모(54·제주시 애월읍)씨는 “오전에 마지막으로 관광을 하고 공항 가는 길에 갑자기 오늘 가지 못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황당했다”며 “공사 장비를 임대하는 일을 하는데 항공편 일정이 변경되면서 예정됐던 일을 하지 못해 수백만 원 손해를 봤다”고 말했다.

가족 여행객도 많아 대부분 학교에서 지난 4일 열린 입학식, 개학식에 참석하지 못한 학생들도 있었다.

한 여자 어린이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데 생애 첫 입학식을 놓쳤다”고 아쉬워했다.

아버지와 남편을 기다리던 50대 여성은 “자영업자라 이틀 더 머물러도 괜찮았다”며 “함께 여행 간 분들끼리 다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서로를 북돋아 주는 분위기였다고 해서 안심했다”고 말했다.

아빠 손을 잡고 온 남자아이는 여행에서 돌아온 엄마를 보자마자 한달음에 달려가 포옹하기도 했다.

필리핀 마닐라 출발 전세기 제주 도착
  • 필리핀 마닐라 출발 전세기 제주 도착…(제주=연합뉴스) 5일 오후 제주국제공항 국제선 도착층 전광판에 필리핀 마닐라에서 제주도민 등 여행객 170여 명을 싣고 출발한 로얄에어필리핀 전세기가 제주공항에 도착했다는 표시가 떠있다. 2025.3.5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는 현지 여행사와 제주지역 여행사, 항공사 간 소통 오류가 지목되고 있다.

여행사 측은 항공사 측으로부터 받은 항공기 운항 일정표에 따라 움직였다고 주장하며 인쇄물을 증거로 보여주기도 했다.

반면 항공사 측은 전세기 일정 변경은 없었으며 여행사 측이 시간을 잘못 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제주지역 여행사는 모객을 담당하고 여행 일정과 항공사와의 운항 시간 조율은 현지 여행사가 한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도관광공사 관계자는 “추가 체류에 따라 발생한 경비는 여행사 측에서 부담했다”며 “현재 해당 항공편이 어떤 이유로 승객을 태우지 않고 운항했는지에 대한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전세기 운항은 제주도와 관광공사가 지난해 12월 마닐라 현지에서 진행한 제주관광 세일즈의 결실로, 도와 공사는 제주 직항 국제노선 전세기에 대해 인센티브를 지원하고 있다.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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