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부스타(Robusta)와 아라비카(Arabica) 커피의 차이

(Monday, September 08, 2014)

한상재 컬럼

로부스타나 아라비카는 식물 분류학상으로 동일한 커피나무에 속합니다. 그러나 커피 과실의 쓴맛의 정도나 식물 성장에서 보이는 줄기나 잎 혹은 꽃 모양에 따라 커피나무 속이 나눠지게 됩니다. 따라서 아라비카나 로부스타, 혹은 리베리카(Liberica) 커피는 속이 다른 커피나무입니다.

지금 한국에 출판되어 있는 커피에 과한 책 중 상당수는 그릇된 커피나무 정보를 그대로 베껴쓴 것이 많습니다. 그러므로 로부스타 커피나무의 원산지를 이티오피아라고 이해하신 것 같습니다. 실제 많은 커피 책 저자들은 커피의 원산지가 어딘지 잘 모르면서 남의 책에 나타난 원산지를 인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라비카는 이티오피아, 로부스타는 콩고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대략적으로 커피의 원산지가 아프리카이기 때문에 로부스타의 원산지도 이티오피아라고 해도 문제될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로부스타는 생육 특성상 아프리카 중부의 콩고, 그것도 고산지대보다는 저지대일 것으로 보는 견해가 더 많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식물의 원산지라는 것은 그 지역이 맞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힌 것이지 어떤 특정한 나라를 지칭하는 것은 아니므로 대략 그 지역에 속하면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그리고 커피나무는 이피오피아 야생종, 즉 엑셀서(Exelcer)와 같은 잎과 나무의 키 그리고 커피 열매도 상당히 큰 커피나무 원종에 아라비카나 로부스타, 혹은 리베리카라고 명명한 커피나무를 접목하는 것입니다. 이런 접목방법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어디든지 커피 플란테이션이 크게 발달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 전 세계 사람들은 어디서든지 값싼 커피를 마시게 된 것입니다.

그러니까 원종은 같습니다. 거기에 병충해에 강하고 생산성이 높은 커피, 즉 로부스타나 리베리카를 접목하거나 깍지벌레와 같은 병해충에 매우 취약하기 때문에 고산지대에 적합한 생산성 낮은 아라비카를 접목하는 것입니다. 병충해에 강한 원종에 접목을 하지 않고 심을 경우 거의 모든 커피는 순간적으로 번지는 깍지벌레 같은 해충에 남아 나질 않습니다.

그러므로 커피의 품질은 커피나무 속에 따라 혹은 고산지대냐 저지대냐에 따라 아니면 바다나 큰 호수를 끼고 있느냐 아니냐 등에 따라 커피 특성을 나타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햇빛을 받아 커피 알맹이를 꽉 채웠느냐 하는 것이 커피의 품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물론 커피 콩을 볶는 정도나 함수량, 얼마나 오래 숙성시켰는지 등의 다른 요소도 많이 있기는 있습니다.

커피나무가 많은 햇빛을 받아야 광합성을 많이 할 수 있고 커피 콩이 실해 집니다. 그러나 고산지대는 안개가 많고 구름이 많은 데다 높새바람 등의 영향이 많기 때문에 저지대보다는 광합성을 많이 할 수 없는 환경입니다. 그래서 아프리카 케냐라든지 북 수마트라  만다일링(Mandailing) 커피의 주요 커피 농장은 큰 화산 호수를 끼고 발달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만다일링 커피는 북 수마트라 토바호수를 끼고 커피 농장이 발달했기 때문에 품질이 양호한 게 특징입니다. 이처럼 품질이 좋으면 일반인은 구하기가 힘들어 집니다.

따라서 병충해 때문에 고산지대에 재배할 수 밖에 없는 아라비카는 로부스타나 리베리카보다 상대적으로 광합성량이 적을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 커피의 본래 특성인 쓴맛을 보다 적게 축적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아라비카는 쓴맛이 덜하고 로부스타는 쓴맛이 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북 수마트라 아체의 가요 커피가 단연 으뜸입니다. 그래서 가요 커피는 유럽 부유층이 모두 독점 수입해 가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많은 커피 책에서 아라비카는 단맛이 나고 향이 뛰어난다고 씁니다. 그렇지만 맛이 좋고 향이 뛰어 나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잘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맛이 좋다는 말은 달게 느껴진다는 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아라비카 커피의 맛은 단맛이 나지 않습니다. 단맛이 나는지 아닌지를 실험해 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남부 술라웨시 따나 토라자 고산지대에서 재배되는 토라자 커피는 일본인들이 독점하고 있습니다.

또 아라비카 커피의 향이 뛰어 나다고 합니다. 그러나 커피 향이 커피 냄새지 어느 것이 뛰어나다는 말인지 구체적으로 기술하지는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로부스타 커피의 향도 뛰어 납니다. 실제 서부 수마트라 네델란드 식민지 로부스타 커피 플란테이션에서 나무를 때며 커피를 볶을 때 보면 아주 멀리까지 커피향이 흐르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최근 LPG 가스나 전기로 커피를 볶기 때문에 실제 커피의 순수한 향을 잘 모릅니다.

커피에 카페인 함량이 많고 적음에 따라 쓴맛이 강하고 덜하다는 표현은 적합한 표현이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커피의 단맛이 있다 없다도 말이 안되는 표현입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커피 책은 그렇게 쓰고 있습니다. 사실상 카페인과 맛은 떨더름 하냐 아니냐 일 것입니다. 그런데도 쓴맛이 강하면 무조건 카페인이 많다고 보는 통설이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카페인 함량이 많은 녹차나 홍차의 경우는 왜 쓴맛이 덜한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어떤 커피 책은 아라비카 커피는 고급 커피여서 비싸고 로부스타는 저질 커피여서 믹스 커피 혹은 다방커피 등으로 쓰인다고 말합니다. 아주 잘못된 표현입니다. 커피 농가의 입장에서 보면 아라비카는 병충해가 심하기 때문에 재배 비용이 많이 듭니다. 또 일조량이 부족한 고산지대에서 재배해야 하기 때문에 단위 면적당 생산량이 적을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 농민들은 비싼 값을 받아야만 되는 것입니다. 결국 아라비카는 비싼 값을 주고 산 커피이니 비싸게 팔립니다.

반대로 로부스타는 저지대에서도 잘 자라고 농약 값이 적게 들며 재재하기가 쉽습니다. 그냥 내버려 둬도 커피가 열리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생산성도 높습니다. 그러나 많은 양을 생산하다보니 품질이 다양하게 나옵니다. 그렇기 때문에 품질이 좋은 것은 아라비카보다 더 비싸게 팔리기도 합니다. 로부스타라고 해서 모두 나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중남미에서 한국으로 수입되는 커피 중 대부분이 로부스타입니다. 그것을 가지고 커피믹스도 만들고 다방커피도 만듭니다. 그러다보니 로부스타는 저질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그게 아닙니다. 커피 콩의 크기와 부패한 정도가 품질을 가르는 기준입니다. 어떤 경우는 중간 가공업자가 옥수수라든지 켸피와 같은 다른 첨가물을 넣어 만들기 때문에 이상 야릇한 맛을 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진정한 커피의 맛은 아닙니다. 커피는 어디까지나 쓴맛이 나야 합니다.

어쩌면 이런 커피나무의 생육상 특징과 커피 알갱이의 품질을 기준으로 좋고 나쁨을 가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저 아라비카냐 로부스타냐 하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아라비카라 하더라도 잘 익지 않은 커피콩이나 썩은 부분이 많은 것은 쓴 맛이 강하게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두 커피를 잘 블렌딩하면 더 순한고 특이한 맛을 낸다고 말합니다. 그렇지만 그것도 순수한 커피 자체의 맛을 저버리는 것이 됩니다. 순수한 커피의 그 맛을 찾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또 볶는 정도에 따라서도 쓴맛이 강하기도 하고 신맛이 강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경험상으로 보면 아주 강하게 볶을 경우 순간적 커피향은 강하지만 쓴맛이 크게 나타납니다. 여기서 강하다는 것은 커피 전문가들이 말하는 씨티(City)급 정도를 말합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커피 전문점은 섭씨 78도 수준에 맞추고 일률적인 커피를 생산합니다. 그래야 잘 팔리고 커피의 맛이 제댜로 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상업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잇는 것입니다.

특히 커피의 맛과 향을 설명한데 있어 가장 주의가 필요한 것은 커피에 대한 수사적 말 장난입니다. 영국 여왕이나 네덜란드 여왕이 즐겨 마셨다고 해서 그 커피가 세계에서 제일 맛있다는 표현 같은 것 입니다. 커피를 놓고 맛이 감미롭다든지 감칠맛이 난다든지 하는 말은 그저 말일 뿐 진정 그 맛이 어떤 것인지 모르면서 그냥 장사 속으로 가져다 붙인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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