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Arm Ltd.와 2억 달러 규모 반도체 투자 공식 발표… “1980년대 실수 반복 않겠다”

아이를랑가 경제조정부 장관 Menteri Koordinator (Menko) Bidang Perekonomian Airlangga Hartarto

인도네시아 정부, 반도체 인재 1만 5,000명 양성 및 생태계 구축 본격화… 2030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 1조 달러 겨냥

아이를랑가 하르타르토 인도네시아 경제조정장관은 영국의 세계적인 반도체 설계 기업 Arm Ltd.가 인도네시아에 총 2억 달러(약 3조 3,800억 루피아) 규모의 투자를 공식 약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글로벌 반도체 산업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과거 반도체 산업 발전 기회를 놓쳤던 역사적 실책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으로 해석된다.

아이를랑가 장관은 지난 5일(목요일) 자카르타에서 개최된 ‘2026 국가 반도체 인재 육성 행사’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Arm Ltd.의 인도네시아 투자 약정이 확인되었으며, 그 규모는 약 2억 달러에 달한다”고 공식 확인했다. 이는 2026년 3월 4일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이 고시한 JISDOR(Jakarta Interbank Spot Dollar Rate) 기준 환율인 달러당 1만 6,911루피아를 적용할 경우 약 3조 3,800억 루피아에 해당하는 막대한 규모다.

◈ 프라보워 대통령의 직접 지시… 다난타라가 반도체 산업 육성의 핵심 주체로

아이를랑가 장관은 이번 투자 약정이 단순한 민간 기업 간의 협력 차원을 넘어,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이 직접 국가투자관리기관 다난타라(Danantara)에 인도네시아 반도체 산업 육성을 지시한 결과물임을 분명히 했다. 즉, 이번 Arm Ltd.와의 투자 약정은 인도네시아 최고 지도부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국가 전략 차원의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크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아이를랑가 장관은 이번 2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가 지난 2월 프라보워 대통령이 영국 런던을 방문해 직접 계약 체결을 참관한 바 있는, 국가투자관리기관(BPI) 다나타라와 Arm Ltd. 간의 반도체 엔지니어 1만 5,000명 양성 프로그램과는 별도로 추진되는 독립적인 사업이라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즉, 현재 인도네시아와 Arm Ltd. 사이에는 인재 양성 협력과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라는 두 개의 큰 축이 동시에 가동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아이를랑가 장관은 전직 산업부 장관으로서의 풍부한 경험에도 불구하고, Arm Ltd.와 다나타라가 인도네시아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프로젝트를 추진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공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해당 프로젝트는 1만 5,000명 엔지니어 양성과는 별개이며, 다음 단계에 해당하는 사업”이라며 “현재 양측이 협상 단계에 있기 때문에 세부 내용을 공개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설명했다.

◈ Arm Ltd., “공장 설립 없는 소프트웨어·설계 중심 투자”… TSMC·엔비디아와 차별화

아이를랑가 장관은 이번 투자의 성격과 관련해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명확히 했다. 그것은 Arm Ltd.가 인도네시아에 반도체 제조 공장을 설립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Arm Ltd.는 반도체 칩을 직접 생산하는 제조 기업이 아니라, 반도체 설계에 특화된 팹리스(Fabless) 기업이라는 점에서 대만의 TSMC(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mpany)나 미국의 엔비디아(Nvidia)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성격을 지니기 때문이다.

그는 “Arm은 항상 소프트웨어와 설계 방향으로 나아간다”며 “반도체 제조는 TSMC나 엔비디아의 영역이며, 정부가 취하는 접근 방식은 이들과는 명백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고가의 반도체 제조 설비 투자보다는 설계 역량과 소프트웨어 기술력 확보를 우선시하는 전략을 채택했음을 시사한다. 초기 투자 비용과 기술적 장벽이 극히 높은 반도체 제조 분야에 뛰어들기보다는, 부가가치가 높고 상대적으로 접근이 용이한 설계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먼저 경쟁력을 쌓겠다는 현실적인 전략으로 풀이된다.

◈ 바이오테크놀로지 생태계 구축도 병행… “반도체는 현대 기술의 두뇌”

아이를랑가 장관은 프라보워 대통령이 Arm Ltd. 관계자들과의 면담에서 반도체 산업에 국한하지 않고, 바이오테크놀로지 생태계 구축의 중요성도 함께 강조했다고 전했다. 바이오테크놀로지 분야는 나노 기술, 바이오 기술, 정보 기술, 인지 기술이 유기적으로 융합된 분야로, 전문가들로부터 차세대 산업혁명을 이끌 핵심 토대로 평가받고 있다.

아이를랑가 장관은 반도체의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하며 “반도체는 센서와 제어 시스템을 포함하는 현대 모든 기술의 두뇌”라고 규정했다. 그는 구체적인 사례로 전기차를 들며, “전기차 한 대에 탑재되는 반도체 수만 해도 최소 200개 이상”이라고 설명함으로써, 반도체가 이미 일상 속 필수 산업 인프라로 자리 잡았음을 역설했다. 이는 반도체 산업에 대한 투자가 단순히 첨단 기술 산업의 육성을 넘어, 미래 모빌리티, 인공지능, 데이터 경제 등 인도네시아가 목표로 하는 모든 미래 산업의 근간이 됨을 의미한다.

◈ 2030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 1조 달러 전망… 인도네시아, “소비 시장 탈피” 선언

아이를랑가 장관의 분석에 따르면, 글로벌 반도체 수요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2030년에는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이 데이터센터, 인공지능(AI), 양자 컴퓨팅(Quantum Computing), 무선 통신, 자동차 전자 부문의 폭발적 수요에 힘입어 1조 달러 규모에 이를 것이라는 것이 그의 전망이다.

이러한 거대한 글로벌 시장의 성장 앞에서, 아이를랑가 장관은 인도네시아가 더 이상 글로벌 기술 제품의 단순 소비 시장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하게 역설했다. 인도네시아는 현재 약 2억 3,000만 명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인터넷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휴대전화 보급률은 무려 116%에 달해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거대 디지털 소비 시장이다. 그러나 아이를랑가 장관은 이러한 잠재력이 단순한 소비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반드시 생산과 기술 개발의 동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디지털화의 성장은 선형(linear)이 아닌 기하급수적(exponential)”이라며, “디지털 부문에서 성장하려면 반드시 장악해야 할 핵심이 하나 있는데, 바로 반도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프라보워 대통령께서 이미 반도체를 국가 최우선 과제로 지정하셨다”고 밝혔다. 정부는 국내 반도체 산업 육성을 적극 촉진함으로써 인도네시아가 글로벌 디지털 생태계에서 보다 능동적이고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 “1980년대의 실수 반복하지 않겠다”… 페어차일드 철수 교훈 삼아 독자 생태계 구축 천명

아이를랑가 장관은 이번 반도체 산업 육성 계획의 역사적 배경을 설명하며, 과거 인도네시아가 반도체 강국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던 뼈아픈 역사를 상기시켰다. 인도네시아는 1980년대에 미국 반도체 기업 페어차일드(Fairchild)와 함께 글로벌 반도체 산업에 참여한 전례가 있다. 그러나 당시 인도네시아의 역할은 반도체 설계나 연구개발(R&D)이 아닌, 단순 조립(Assembly), 테스트(Testing), 패키징(Packaging)에 국한되어 있었다.

그 결과, 페어차일드가 인도네시아에서 철수하자 인도네시아의 반도체 산업은 그 기반을 잃고 자연스럽게 소멸하고 말았다. 독자적인 기술력이나 생태계 없이 오직 외국 기업의 하청 생산에만 의존했던 구조적 취약점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이와 동일한 시기, 또는 그 이후에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기 시작한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주변국들은 오늘날 강력한 반도체 산업 국가로 성장한 반면, 인도네시아는 그 흐름에서 완전히 뒤처지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아이를랑가 장관은 “1980년대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것”이라며 이번 반도체 육성 전략의 본질을 명확히 했다. 그는 “당시 우리는 미국 반도체 기업 페어차일드의 조립, 테스트, 패키징에만 의존했으며, 페어차일드가 철수하자 산업 자체도 함께 사라졌다”고 회고하며, 이번에는 단순 하청 구조가 아닌 독자적인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 말레이시아·싱가포르·베트남의 질주… 인도네시아, 뒤늦은 추격 나서

현재 동남아시아 반도체 산업의 지형도를 살펴보면, 말레이시아가 가장 앞선 위치를 점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현재 반도체 생태계 내에 약 200개의 기업을 보유하며 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에서 가장 강력한 반도체 국가 중 하나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베트남과 싱가포르가 그 뒤를 이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아이를랑가 장관은 “말레이시아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 시장 진출에 있어 특별 우대 혜택도 받고 있다”고 전하며, 주변국들이 이미 누리고 있는 반도체 산업의 구체적인 경제적 이익에 주목했다. 이는 인도네시아가 반도체 분야에서의 경쟁에서 단순히 기술적으로 뒤처진 것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무역 및 시장 접근 측면에서도 상당한 기회비용을 치르고 있음을 의미한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러한 현실적인 격차를 인식하면서도, 다른 국가들과 차별화된 독자적인 접근 방식으로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무엇보다 먼저 인적 자원(SDM, Sumber Daya Manusia) 개발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기술과 설비보다 사람이 먼저라는 이 전략은, 지속 가능하고 자생력 있는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장기적 안목에서 비롯된 것으로 평가된다.

◈ 다난타라-Arm Ltd. 협력, 1만 5,000명 반도체 엔지니어 양성… 국립대학교 커리큘럼 개발도 추진

반도체 인재 육성 측면에서도 구체적인 계획이 속속 실행에 옮겨지고 있다. 아이를랑가 장관은 다난타라와 Arm Ltd.가 1만 5,000명의 반도체 엔지니어 양성을 목표로 한 협력을 이미 본격적으로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Arm Ltd.는 인도네시아 내 여러 국립대학교(PTN, Perguruan Tinggi Negeri)들과 협력해 반도체 분야의 체계적인 생태계 로드맵을 수립하고,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한 전용 커리큘럼을 공동 개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프로그램은 앞서 지난 2월 프라보워 대통령이 런던을 방문해 직접 계약 체결을 참관하고, 그 중요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사업이다. 최고 지도자가 직접 현장에서 계약 체결을 지켜본 만큼, 이 인재 양성 프로그램이 현 정부의 반도체 전략에서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 반도체, 경제성장률 8% 달성을 위한 디지털 부문 핵심 성장 동력으로

아이를랑가 장관은 이번 반도체 산업 육성 계획이 단순히 기술 선진화를 위한 것이 아니라, 인도네시아의 국가 경제 목표와 직결된 핵심 과제임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반도체 산업이 프라보워 대통령이 제시한 2029년 경제성장률 8% 목표 달성을 위한 디지털 부문의 핵심 성장 동력이라고 역설했다.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는 시대에 반도체는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자율주행, 스마트 제조, 헬스케어 등 모든 미래 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 부품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를 인식하고, 반도체 산업에 대한 국가적 투자와 생태계 구축을 통해 디지털 경제의 폭발적인 성장을 경제 전반의 고도화로 이어지게 하겠다는 대전략을 추진 중이다.

한편, 이번 Arm Ltd.와의 2억 달러 규모 투자 약정 발표는 인도네시아가 최근 들어 외국인 투자 유치와 첨단 산업 생태계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일련의 흐름과도 맥을 같이한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전기차 배터리 등 미래 핵심 산업 분야에서 굵직한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를 이끌어내고 있는 가운데, 이번 반도체 분야 투자 약정이 추가됨으로써 인도네시아의 첨단 산업 투자 환경이 더욱 주목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이를랑가 장관의 이번 발표는 인도네시아가 과거의 교훈을 발판 삼아, 이제는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진정한 참여자로 도약하겠다는 강력한 국가 의지를 전 세계에 천명한 것으로 평가된다. 향후 다난타라와 Arm Ltd. 간의 구체적인 프로젝트 협상 결과와, 1만 5,000명 반도체 엔지니어 양성 프로그램의 실질적인 진척 상황이 인도네시아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가늠할 핵심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Tya Pramadania 기자/ 편집부, AI경영센터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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