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주부터 한달 의견접수, 5월 공청회 거쳐 7월 ‘글로벌관세’ 만료前 결론
한미 무역합의 수준서 부과 가능성…USTR “수단은 바뀌지만 정책은 동일”
상대국 ‘구조적 과잉생산’ 따른 美 무역적자 주장…저인망식 조사 예고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11일(현지시간) 한·중·일 등을 상대로 착수한 무역법 301조 조사는 폐지된 상호관세를 다른 ‘간판’으로 원상 복구하기 위한 명분 쌓기로 볼 수 있다.
무역법 301조는 ‘미국의 무역을 제한하거나 부담을 주는 외국 정부의 부당하거나 불합리하고 차별적인 행동, 정책, 관행’에 관세 부과 등을 통해 대응할 권한을 행정부에 부여한다.
연방대법원이 지난달 ‘권한 남용’으로 결론 낸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상호관세 및 ‘펜타닐 관세’와 달리 법적 권한이 명확하다.
이번에는 ‘과잉 생산 능력과 연관된 불공정 무역 관행’, 그리고 ‘강제 노동에 의한 상품 생산’ 등 두 가지 이유로 각각 조사를 개시한다고 밝혔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이날 301조 조사를 알리는 관보 공지문에서 “주요 무역 상대국들은 국내 및 세계 수요와 동떨어진 생산능력을 발전시켜 왔다”며 과잉 생산이 이들 국가의 무역 흑자, 즉 미국의 무역 적자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또 “시장에서의 잉여 생산은 다른 국가의 산업 생태계를 약화한다”며 이는 “다른 경제의 일자리, 투자, 공급망을 위험에 빠뜨린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알루미늄, 자동차, 배터리, 시멘트, 화학, 전자, 에너지 제품, 유리, 기계, 비철금속, 종이, 플라스틱, 가공 식품 및 음료, 로봇, 위성, 반도체, 선박, 태양광 모듈, 철강, 운송 장비 등을 과잉 생산 분야로 열거했다.
즉, 301조 조사 대상국들이 이들 산업을 중심으로 필요 이상 생산한 탓에 세계 무역 불균형과 경제적 비효율이 초래됐고, 미국의 산업 생태계와 고용 시장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받고 있다는 주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제조업 부흥과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부과했던 국가별 상호관세를 301조 조사를 거쳐 부과할 새 관세로 대체하겠다는 의미기도 하다.
301조 조사는 외국 정부의 부당한 무역 관행을 문제 삼아 관세 등을 부과하는 것인데, 실상은 미 행정부가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외국을 압박하기 위해 사용하는 수단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결국 상호관세를 임시로 대체하기 위해 10%의 ‘글로벌 관세’를 150일 동안 매기고, 이 기간 내 301조 조사를 마쳐 주요국에 대한 관세를 유지하겠다는 의도가 깔린 셈이다.
대(對) 이란 전쟁이 한창 진행중인 상황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경제 정책인 관세를 복원하는 작업은 일정표대로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는 이날 언론과의 사전 설명 브리핑에서 “법원 판결이나 다른 상황에 따라 사용하는 수단은 바뀔 수 있지만, 정책 자체는 동일하게 유지된다”고 말했다.
301조 조사가 대법원의 지난달 판결로 무효가 된 상호관세의 ‘빈 자리’를 메우기 위해 취해지는 측면이 있다는 점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대목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가급적 신속하게 301조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글로벌 관세의 유효 기간이 오는 7월 하순이면 종료되기 때문이다.
먼저 정부 부처 합동으로 ‘301조 위원회’를 꾸려 이해관계자의 서면 의견을 접수한다. 접수는 오는 17일께 시작되고, 마감은 다음달 15일이다.
이어 5월 5일께 공청회를 개최한다. 이후 7일간 반박 의견을 받은 뒤 ‘대응 조치'(responsive actions)가 정해지는데, 관세를 비롯해 서비스 수수료, 협상, 기타 조치가 포함될 수 있다고 그리어 대표는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301조 조사는 1기 시절 중국을 상대로 진행된 바 있다. 당시 중국에 대해선 관세 부과는 물론 재무부의 외국인투자 심사 강화, 상무부의 수출 통제 강화 등 복합적인 ‘보복’ 조치가 이뤄졌다.
관세 부과를 비롯한 미국의 대응 조치는 글로벌 관세가 종료되기 전, 이르면 올해 상반기 중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조사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오히려 결과를 정해놓고 진행하는 ‘답정너’ 조사였던 게 그간의 사례로 여러차례 증명됐다.
첫번째 사유인 ‘과잉 생산’을 이유로 한 조사 대상으로 한국을 포함해 일본, 대만, 유럽연합(EU), 인도 등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관세를 부과하고 이를 지렛대 삼아 무역합의를 체결했던 나라들이 망라된 것만 봐도 짐작 가능하다. 일단 관세가 부과될 경우 한국은 기존에 미국과 맺은 무역합의, 그리고 이를 토대로 발표된 공동 팩트시트에 담긴 내용(상호관세 15%)으로 관세가 복원되는 수준이 예상된다.
그리어 대표는 조사 대상국과의 기존 무역합의가 유지되느냐는 질문에 “합의는 그대로 유지된다”고 답하면서 “절차의 끝에서 대응 조치가 제안된다면, 그 협정에서 만들어진 약속들이 고려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추가 조치가 취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리어 대표는 “(두가지 사유 외에) 추가적인 301조 조사도 예상하고 있다”며 디지털 서비스 세금, 의약품 가격, 수산물 시장 접근, 쌀 시장 접근, 해양 오염 등을 예로 들었다.
또 “우리는 국가별 추가 301조 조사도 예상하고 있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301조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각국과의 협상이 진행될 것이고, 이 과정에서 한국에서 개인정보 대량 유출 건으로 조사를 받는 쿠팡 사례 등을 이유로 한 추가 조사나 그외 조치가 취해질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면서 해당 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 국내 임금 억제(를 통한 수출단가 조절), 국유·공기업의 비(非) 상업적 활동, 지속적인 시장 접근 장벽, 금융 억압 및 환율 관행, 느슨한 환경 보호 등이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바꿔 말하면 이같은 저인망식 조사에서 한 가지라도 ‘꼬투리’가 잡히면 301조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예고로 해석된다.
이와 별개로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한 품목별 관세 부과를 위한 조사도 압박 카드로 꺼내 들 수 있다. 이미 자동차와 철강, 알루미늄 수입 등에 적용되고 있는 조항이다.
그리어 대표는 “앞으로 몇 주 안에 새로운 232조 조치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지는 않겠다”면서도 “이 행정부 임기중 가능한 선택지로 남겨둘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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