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 · 심

사본 -Son Eun-hi 1-BW<손은희 작가>

‘해외에 사는 미국인이 곤경에 처하면 자국 대사관에 가서 이르고, 영국인은 미국인인체 하면서 미국대사관에 가서 이르고, 중국인은 무리를 지어 떼로 몰려가서 항의하고, 한국인은 자기 스스로 해결하려고 기를 쓴다’ 는 인터넷에 뜬 국가별 재외국민의 곤경에 처했을 때의 대처 방법이 유머처럼 뜬 걸 보고 씁쓸한 마음을 어쩔 수 없다.

이는 미국의 재외국민 보호책이 다른 나라에 비해 얼마나 잘 되여 있는지를 보여줌과 동시에 우리나라의 재외국민 보호대책이 얼마나 미비하고 허술한지를 동시에 보여준다.
주한미군이 우리나라에서 사고를 쳤을 경우에 미국에서 때로 우리나라 법률까지 무시하면서 자국민을 철저히 보호하려 하는 것만 봐도 우리는 그런 일면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일까? 이곳 인도네시아에서도 현지인들만 주로 다니는 대로변 인도를 당당히 걷는 외국인이 있다면 거의 미국 사람들이다.

한국 사람들을 주로 경비가 있는 아파트나 백화점단지나 치안이 안전한 지역은 걸어 다녀도 일반 도로의 인도는 거의 걸어 다니지 않는다. 주로 자가용으로 차도를 이용하지 대중교통도 많이 이용하지 않는 편이다. 길거리인도는 외국인이라 강도의 위험도 있고 일반 대중교통도 이용하다가 도둑, 강도에게 갑작스레 피해를 당한 한국인들도 종종 있다.

아는 지인은 현지 대형버스를 저녁 무렵 탔다가 목걸이를 찬 것을 본 현지인이 목걸이를 끊어가기 위해 버스 바닥에 눕혀놓고 목걸이를 잡아당겨 기절초풍할 상황에 봉착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런 위험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스스로 우리가 조심할 수 밖에 없는데 미국사람은 종종 그런 위험은 자기와 상관없는 일이라는 듯 배낭을 메고 혹은 운동복차림으로 당당히 대로변 인도를 걷곤 한다.

한편으로는 그런 당당함과 자유가 부럽기도 하다. 외국인이라고 거리의 대로변도 맘대로 걸어다닐 수 없는 현지상황을 생각하면 참 답답하기 이를 데 없는데 10년 넘게 살다보니 습관이 되여 답답한 줄도 모르고 사는 게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다.

인도네시아인 들도 미국이라는 나라가 그 국민들의 안전을 위한 철저한 대비책을 갖고 있음을 아는 듯 거리를 당당히 활보하는 미국인에게 강도짓을 하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

우리나라 헌법에도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재외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진다’는 조항이 분명히 있지만 그것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법률적인 뒷받침과 구체적인 정책 실현이 턱없이 미흡하고 아직 조악한 수준임을 외국에 살면서 암암리에 느끼게 된다.

우리나라는 이미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어느 면에서 보나 선진국이고 어느 면에서 보면 미국보다 앞서서 주도해가는 분야도 있다. 그런 선진국인 우리나라가 재외국민에 대한 보호대책에서는 미국보다 너무나 뒤떨어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본다.

” 한 나라를 판단할 때는 그 나라의 정부가 가장 부유한 시민들에게 어떻게 대하는지가 아니라 가장 가난한 시민들에게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보아야 해요” 이것은 넬슨만델라가 흑인차별정책에 저항하던 시절,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감옥에 갇힌 아프리카 시민들을 혹독하게 대하는 것을 보고 남긴 말이다.

나는 불현듯 넬슨 만델라의 그 말을 “한 나라를 판단할 때는 그 나라의 정부가 국내에 있는 자국민뿐만 아니라 해외에 나가 있는 재외국민을 어떻게 보호해 가는지 보아야 해요”라고 바꾸어 말하고 싶어진다.

진정한 선진국이란 국가의 가장 중요한 제1요소인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국내에 있든 해외에 있든 최우선으로 지켜가는 데 가장 주안점을 두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재외동포의 안전대책이 시급한 상황에서 ‘한인동포 생활 안전 보장을 위한 경찰청과 한국대사관에 핫라인이 개설’되었다는 소식은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한국인이 운영하는 기업이든 상점이든 현지인들의 횡포에 속수무책일 때도 많고, 임금인상으로 수지가 맞지 않아 한국기업들이 문을 닫아야 할 상황까지 치닫는 현 세태에서, 재외국민 안전을 위한 대책은 예전보다 더 절실하다는 것을 누구나 실감한다.

이 핫라인이 개설 되였다는 소식에 이어 이제는 이 핫라인을 통해 어려움을 겪던 한인기업과 인도네시아 거주 한국인의 안전이 어떻게 구체적으로 보호 되였는지의 결과들도 각종 소식통을 통해 많이많이 들려왔으면 좋겠다.

한국정부와 한국대사관이 앞으로 이렇게 재외국민에 대한 관심과 사랑의 마음을 지속적으로 회복해간다면 한국인도 언젠가는 미국인처럼 당당히 인도네시아 인도를 활보할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지 않을까?
혼자 상상만으로도 양어깨가 당당히 펴진다.

글/손은희 작가(하나님의 퍼즐조각 저자, 자카르타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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