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속 주민 7명 업어 구한 인도네시아 선원… 한국 정부, 장기거주자격 부여 검토

주민 대피에 일조한 인도네시아 선원 수기안토씨 [촬영 손대성]

의성·영덕 산불 당시 헌신적 구조 활동 알려져… 법무부, F-2 비자 적격 여부 심사 착수

지난달 경북 의성군에서 시작돼 영덕군까지 확산된 대형 산불 현장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주민들의 대피를 도와 다수의 생명을 구한 인도네시아 국적 선원에게 한국 정부가 장기거주(F-2) 자격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달 25일 산불 당시 경북 영덕군 해안 마을에서 거동이 불편한 노인 등 주민 7명을 직접 등에 업고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킨 인도네시아 국적 선원 수기안토 씨에 대해 장기거주(F-2) 자격 부여를 검토하기로 했다고 1일 밝혔다.

장기거주(F-2) 비자는 대한민국 법률에 따라 법무부 장관이 대한민국의 국익이나 공익 증진에 특별히 기여했다고 인정하는 외국인에게 부여할 수 있는 체류 자격이다. 법무부는 수기안토 씨의 용감하고 헌신적인 행동이 ‘공익 증진에 기여한 경우’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고 관련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언론 보도를 통해 수기안토 씨의 구조 활동이 상세히 알려진 바 있다. 지난달 25일 밤, 의성에서 발화한 산불이 강풍을 타고 영덕군 해안 마을로 급속히 번지면서 주민들의 안전이 크게 위협받는 상황이었다. 당시 마을 주민 약 60명 중 상당수는 이미 잠들었거나 집 안에 머물고 있어 화마의 위험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김필경 이장과 유명신 계장, 그리고 수기안토 씨는 급박한 상황 속에서 직접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고함을 치고 문을 두드려 주민들을 깨우고 대피를 독려했다. 특히 수기안토 씨는 고령으로 거동이 어려운 주민들을 발견하고 주저 없이 이들을 등에 업었다. 그는 총 7명의 주민을 번갈아 업고 약 300m 떨어진 마을 앞 방파제까지 안전하게 이동시켜 소중한 생명을 구했다.

8년 전 한국에 입국해 줄곧 영덕에서 선원으로 일해 온 수기안토 씨는 평소 주민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며 한국 생활에 익숙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구조 과정에서 할머니들을 ‘할매’라는 경상도 사투리로 부르며 챙겼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의 행동은 더욱 큰 감동을 주었다.

당시 구조 활동에는 수기안토 씨 외에도 같은 마을에서 일하는 동료 인도네시아 선원 레오 씨도 힘을 보탰다. 레오 씨 역시 잠들어 있던 할머니 한 분을 업고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자신의 안위보다 타인의 생명을 먼저 생각한 외국인 선원들의 용기 있는 행동에 대해 지역 사회는 물론 많은 국민이 찬사를 보내고 있으며, 정부의 이번 장기거주자격 부여 검토 결정은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법무부는 향후 관련 규정과 절차에 따라 수기안토 씨의 F-2 비자 자격 여부를 신중히 심사할 방침이다. (동포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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