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서류에 뚫린 한국 비자 시스템…불법입국 후 허위 난민신청도

위조 서류와 허위 난민신청서 [촬영 연합뉴스]

“진위 확인 실사·인증 등 제도 개선 필요”…경찰, 문서위조책 4명·파키스탄인 18명 검거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국제범죄수사계는 단기 상용비자 발급에 필요한 서류를 위조해 불법 입국한 외국인들과 문서 위조책 등 22명을 검거했다고 2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46)씨를 비롯한 국내 문서 위조책 4명은 2022년 6월부터 지난달까지 파키스탄 현지 브로커들로부터 의뢰받은 허위 서류를 만들어 국제우편으로 발송하고 이를 이용해 입국하는 파키스탄인들에게 건당 수수료 3천달러(약 410만원)를 챙긴 혐의를 받는다.

이들에게는 사문서 위조·행사, 공문서 위조·행사, 출입국관리법상 허위초청 알선 등의 혐의가 적용됐다.

브로커를 통해 비자 발급을 의뢰하고 국내로 불법 입국한 파키스탄인 29명 중 18명도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은 지난 18일 A씨를 구속했으며 검거한 이들을 오는 25일까지 검찰에 모두 송치할 예정이다.

A씨 등 문서 위조책과 현지 브로커는 파키스탄에서 한국에 비자 없이 입국할 수 없고 비자 발급도 어렵다는 점을 이용해 단기 상용비자 발급을 위한 국내 중소기업 명의 초청서류 등을 위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서류가 허위라는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업체당 초청 인원을 3∼4명으로 한정하거나 초청장 등의 양식을 수시로 바꿔 범행했다.

또 초청인 연락처에 대포폰 번호를 기재해 재외공관의 확인 전화를 받았으며 공증서류까지 위조하기도 했다.

경찰은 파키스탄인이 위조 서류로 비자를 신청한 사례 63건을 확인했으며 이 중 36건은 실제 비자 발급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자신의 조카, 전처와 함께 총 40건, 또 다른 위조책은 2건의 서류를 위조했으며 검거된 위조책 4명을 통해 입국한 파키스탄인은 18명에 이른다.

불법입국 외국인
  • 불법입국 외국인 [서울경찰청 제공]

불법 입국한 파키스탄인들은 브로커에게 1만∼1만3천달러(약 1천380만∼1천800만원)를 내고 단기사증 발급을 의뢰했으며 주 두바이 한국대사관 등 4개소에서 사증을 발급받아 국내로 들어왔다.

이들 중 20명은 정치적 탄압 등 허위의 이유로 난민 신청을 하는 등 대다수가 현재 국내에 체류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난민 자격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행정소송 등을 거치는 동안 난민신청자 자격으로 체류 허가를 받아 수년간 국내에 체류하며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점을 불법입국자들이 악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불법입국 관련 첩보를 입수해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이번 사건을 통해 확인한 불법입국자 29명의 명단을 출입국·외국인청에 통보했으며 외교부 등 관련 부서에 제도적 허점 보완의 필요성을 알렸다.

경찰 관계자는 “현행 비자 발급 절차는 재외공관에서 서류심사만을 통해 결정되고 해외에서는 접수된 서류와 초청 법인의 진위 등을 확인하기 어렵다”며 “국내에서 실사 후 재외공관에 통보하거나 온라인 제출이 (초청) 업체 대표자의 본인 인증을 거치도록 하는 등 비자 발급시스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허위 난민신청자나 범죄자 등 인도적 보호 필요성이 없는 대상자들에 대한 강제퇴거 규정과 같은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소재가 확인되지 않은 파키스탄인 11명의 출국을 정지하고 수배 조치했으며 브로커 2명에 대해서도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한 상태다. 파키스탄인 브로커들은 한국에 귀화해 이중국적을 보유했으나 본국에 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아직 검거하지 못한 문서 위조책 등도 추적 중이다.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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