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덕(인도네시아 대학교 한국학과 객원교수, 한국국제교류재단 파견)
1970년대의 많은 작가들은 급속한 산업화로 인해 나타난 사회 문제에 관심을 표명하였다. 이들은 농촌공동체의 붕괴, 농촌인구의 도시 유입으로 인해 발생한 도시 빈민, 떠돌이 노동자, 공장 노동자, 소시민 등의 모습을 소설적으로 형상화 하였다.
황석영의 <삼포 가는 길>(1973)은 산업화가 한창 진행되고 있던 1970년대 초의 한국 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주요 등장인물은 영달, 정씨, 백화 등이다. 이들은 고향을 떠나 이곳저곳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부초와 같은 존재로서 소위 떠돌이 인생들이다.
이 작품은 이들의 모습을 매우 구체적으로 형상화하면서 산업화에 따른 한국 사회의 어두운 면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결말을 통해서는 산업화 사회에서 떠돌이가 안주할 수 있는 낙원, 곧 삼포는 그 어디에도 없음을 암시하고 있다. 눈발이 날리는 겨울의 혹독한 추위와 차차 어두워져 가는 상황의 모습은 이러한 절망적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도시 서민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 중 대표적인 것은 윤흥길의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1976)이다. 이 작품은 전과자로 전락한 한 소시민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왜소한 체구의 평범한 소시민이었던 그는 당국의 불합리한 처사에 대항하다가 경찰에 체포되어 감옥 생활을 하고, 지금은 경찰의 사찰 대상이 되어 있다.
그래서 그는 막노동판을 전전하는 신세이지만 흥미로운 것은 그에게는 구두가 아홉 켤레나 된다는 것이다. 그는 자존심이 강하기에 다른 행색은 남루해도 구두만은 항상 반짝거리게 닦아 신고 다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강직하고 순박한 소시민이 떠돌이 노동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현실을 보여줌으로써 그것이 정부 당국의 불합리한 처사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통해 권력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있다.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1978)은 택지개발로 인한 철거민 문제 등을 통해 가난한 도시 서민들의 삶을 보여주고 있다. 나라의 발전을 위해 국토 개발은 필수적인 것이지만 이 작품은 그 과정 중에 생긴 문제점을 보여준다.
힘없고 돈이 없는 서민들의 보금자리를 근본 대책 없이 강제 철거하는 정부의 무책임한 행정을 비판적으로 보여주면서, 한편으로는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서울 변두리로 쫓겨나는 철거민들의 불행한 삶과 다른 한편으로는 아파트 입주권을 사들인 후 되팔음으로써 막대한 이익을 챙기는 부동산업자들의 모습을 대조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작가 조세희는 철거민 집에서 식사를 하던 중 집이 철거되는 모습을 보고 그때의 분노를 작품을 통해 세상에 전하고 싶었는데, 당시에는 작가의 생각을 마음대로 전할 수 없어서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소설적 방법을 통해 검열의 눈을 피하고자 했다고 한다.
실제로 이 작품은 난해한 내용의 진술, 동화적 분위기, 상징적 언어 등의 사용, 연작 형태의 작품 구성 등의 새로운 기법을 통해 1970년대 사회의 어두운 면을 보여주는 데 성공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작가 자신의 이분법적 가치판단에 의한 경직된 선악대립 구조는 이 작품의 한계로 여겨진다.
<저작권자 ⓒ한인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용시 사전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