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정, 세계역도선수권 여자 최중량급 3관왕 쾌거…합계 289㎏

박혜정, 세계역도선수권 여자 최중량급 우승 [국제역도연맹 페이스북 캡처.]

세계선수권 여자 최중량급에서 금메달 3개 획득은 한국선수 최초

‘포스트 장미란’ 박혜정(20·고양시청)이 세계역도선수권대회 여자 최중량급에서 금메달 3개를 수확했다.

박혜정은 16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2023 세계역도선수권 여자 87㎏ 이상급 경기에서 인상 124㎏, 용상 165㎏, 합계 289㎏을 들어 3개 부문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올림픽, 아시안게임과 달리 세계역도선수권에서는 인상, 용상, 합계에 모두 메달이 걸렸다.

박혜정은 3개 부문에서 모두 금빛 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선수가 세계역도선수권 여자 최중량급에서 우승한 건, 2021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대회 손영희(30·부산시체육회) 이후 2개 대회, 2년 만이다.

하지만, 2021년에는 역도 최강 중국이 출전하지 않았다.

또한, 손영희는 2021년에 인상에서는 2위에 머물렀고, 용상과 합계에서 금메달 2개를 땄다.

세계선수권 여자 최중량급 인상, 용상, 합계 모두 1위를 차지한 건 박혜정이 최초다.

역도 선수 출신인 장미란 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은 현역 시절 총 4차례(2005년 카타르 도하, 2006년 도미니카공화국 산토도밍고, 2007년 태국 치앙마이, 2009년 한국 고양시) 세계선수권 챔피언에 올랐으나, 이 기간에도 인상은 1위 자리를 다른 선수에게 내줬다.

2023 세계선수권 여자 최중량급 강력한 우승 후보는 이 체급 3개 부문 세계 기록(인상 148㎏, 용상 187㎏, 합계 335㎏)을 보유한 ‘도쿄 올림픽 챔피언’ 리원원(중국)이었다.

하지만, 리원원은 이날 인상 1, 2차 시기에서 130㎏에 연거푸 실패하더니 더는 플랫폼 위에 서지 않고 기권했다.

리원원이 경기를 포기한 뒤 박혜정을 위협할 선수는 없었다.

이 체급 합계 2위는 277㎏(인상 117㎏·용상 160㎏)을 든 마리 테이슨-래픈(미국)이었다. 박혜정과의 합계 격차는 12㎏이었다.

손영희는 인상에서 122㎏으로 2위에 올랐지만, 용상에서 1차 157㎏에 실패한 뒤 2, 3차 시기를 포기해 합계 기록을 남기지 못했다.

2023 진주아시아역도선수권 여자 최중량급 메달리스트
2023 진주아시아역도선수권 여자 최중량급 메달리스트 / 진주체육관에서 열린 2023 진주아시아역도선수권 여자 87㎏ 이상급에서 메달을 딴 박혜정(2위), 리원원(1위), 손영희(3위·왼쪽부터)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3.5.14 

박혜정은 ‘장미란 키즈’다.

장미란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우승, 세계선수권 4회 우승을 달성하며 역도계를 평정했다. 동시대 뛰던 선수들의 ‘약물 이력’이 드러나면서 장미란의 기록은 더 높이 평가받는다.

평범한 소녀였던 박혜정은 장미란의 경기 장면을 본 뒤 중학교 1학년 때 “역도를 하겠다”며 역도부가 있는 선부중학교를 찾아왔다.

역도를 시작하는 선수 대부분이 ‘제2의 장미란’을 꿈꾼다.

하지만 역도계가 ‘제2의 장미란’으로 평가하는 선수는 많지 않다.

박혜정은 한국 중학생 신기록(합계 259㎏), 주니어 신기록(290㎏)을 연거푸 작성하며 ‘포스트 장미란’의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세계 주니어 무대에서도 적수가 없었다.

박혜정은 지난해 5월 그리스 헤라클리온에서 벌인 세계주니어선수권(인상 120㎏, 용상 161㎏, 합계 281㎏)과 7월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치른 아시아주니어선수권(인상 115㎏, 용상 155㎏, 합계 270㎏)에서 모두 우승했다.

그러나 그런 그에게도 ‘포스트 장미란’이라는 수식어가 주는 부담감은 꽤 컸다.

박혜정은 “어릴 때부터 많은 분이 응원해주셨다. 정말 감사했다. 동시에 기대만큼 기록이 오르지 않아 부담감도 자랐다”며 “고교 3학년 때는 방황도 하고, 슬럼프도 겪었다”고 털어놨다.

역도 국가대표 후배 박혜정 만난 장미란 2차관
역도 국가대표 후배 박혜정 만난 장미란 2차관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충북 진천국가대표선수촌 개선관을 방문해 역도 국가대표 박혜정과 인사하고 있다. 2023.8.16 

 

고교 2학년 때 합계 290㎏을 들었던 박혜정은 고교 3학년 목표를 ‘합계 300㎏’로 정했다. 하지만, 고교 3학년이던 지난해 그의 합계 최고 기록은 합계 285㎏이었다.

세계선수권에 처음 출전한 2022년에는 합계 274㎏(인상 119㎏·용상 155㎏)으로 8위에 그쳤다.

올해 실업 생활을 시작한 박혜정은 5월에 열린 2023 진주아시아역도선수권 여자 87㎏ 이상급 경기에서 인상 127㎏, 용상 168㎏, 합계 295㎏을 들어 개인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당시 우승을 차지한 리원원의 합계 기록 315㎏(인상 140㎏·용상 175㎏)과 격차가 있었지만, 박혜정은 합계와 인상 2위, 용상 3위에 오르며 또 한 번 국제 경쟁력을 증명했다.

2020년 이후 합계 295㎏ 이상을 든 여자 선수는 리원원과 박혜정, 단 두 명뿐이다.

두 번째로 나선 세계선수권에서는 리원원마저 제치며, 챔피언에 올랐다.

박혜정은 손영희와 함께 항저우 아시안게임에도 출전한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우승 후보 1순위는 여전히 리원원이지만, 박혜정은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하며 언제든 이변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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