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5일)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와 같은 프로그램에서나 만날 수 있을 것 같지만 의외로 우리 주변에는 말문을 닫아버린 아이들이 많이 있다. 아이들이 말문을 닫아버리면 부모들은 혼을 내보기도 하고, 달래어 보기도 하고, 당분간 내버려두기도 하였다가 이내 견디지 못하고 말을 하도록 강요해 보기도 하는 등 안절부절 못한 모습을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가 영원히 말을 하지 않으면 어떡하나 걱정이 앞서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부모가 이 방법 저 방법을 사용해 보아도 아이들은 입을 열지 않을 것이다. 아이들이 입을 닫아 버린 원인을 알지 못하면 어떤 접근 방식도 실패를 거듭할 수 밖에 없다.
모든 심리적 평가 및 진단이 그렇지만 어떤 요인을 찾고자 할 때는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다각적으로 생각해야만 한다. 단편적인 부분만을 가지고 섣부른 진단을 내리게 되면 자녀에게 잘못된 접근을 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말문을 닫게 되는 이유도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자녀가 말하기를 거부하게 되면 우선 자녀의 구강에 어떤 문제가 있지는 않은지 신체적인 부분부터 검사를 해야 한다. 발달적인 측면에서 혹은 아무런 신체적 이상이 없는 경우, 아이는 심리적인 요인으로 인해 말을 하지 않게 되었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최근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하였거나 너무나도 낯설고 불안한 상황을 경험해야 했을 때 아이들은 입을 닫기도 한다. 선천적인 성격이 매우 내성적인 경우에도 말문을 닫기도 하며, 엄마와의 분리불안으로 인해 엄마와 떨어져야 하는 상황을 경험할 때 말문을 닫아버리기도 한다.
가족과의 관계가 불안정하거나 과잉보호로 인해 자녀가 가족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우, 아이들이 말을 하지 않으려 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말문을 닫아버린 아이에게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1) 원인을 찾고 그 다음 개입방안을 모색한다. 여러 가지 원인들 중에서 내 자녀의 입을 막아버린 원인이 어떤 것인지 정확히 알아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부모의 과잉보호로 인해 자녀가 말 하는 것을 거부하는 경우 자녀가 원하는 바를 말하기도 전에 모든 것이 충족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아이들은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필요성을 잃게 되어 말을 하지 않게 된다.
즉 이러한 상황들을 줄여가는 개입을 할 수 있고, 분리불안 증상의 일환으로 말문을 열지 않는 경우에는 엄마와의 분리를 서서히 연습하고 치유해 가는 과정을 통해 심리적인 요인을 제거해줄 수 있다. 원인을 파악하지 않고 섣불리 개입하는 행동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2) 말하도록 다그치지 않는다. 말하도록 다그쳐서 아이들이 말을 하게 된다면 다그치라고 말하겠지만, 아무리 다그쳐도 아이들은 입을 열 수 없다.
하지만 반대로, 입을 닫게 된 원인을 해소하여 마음이 안정되면 말하지 말라고 하여도 아이들은 스스로 입을 열게 된다. 부모는 아이가 심리적인 안정을 찾아가는 동안 다그치지 않고 기다려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 아이들이 심리적 안정을 찾아가는 시간이 훨씬 오래 걸리고 그만큼 부모는 애를 태워야 할 것이다. 다그치기 보다는 지지자가 되어 자녀가 심리적인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자.
해외에서 사는 아이들은 더욱 새롭고 불안한 상황을 맞닥뜨려야 할 때가 더 많이 있다. 특히 유치원 및 학교에 진학하게 되었을 때 상당한 압박감과 불안감을 느끼고 말문을 닫아 버리는 경우를 더러 만나게 된다. 또한 특정 언어(영어)로 말하기를 거부하여 상당 기간 말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혹시 지금 자녀가 말하기를 거부한다면 당황하거나 조급해하지 말고 차분히 자녀의 불안을 혹은 다른 원인들을 추적해보자.
이유 없이 말문을 닫는 아이들은 단 한 명도 없다. 어쩌면 말문을 닫는 무의식적인 혹은 의식적인 행동을 통해 부모에게 자신을 도와줄 것을 더욱 강하게 호소하고 있는 것일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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