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절벽&이민] 이민 전문가들 “이민 수용은 불가피”

한국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다문화 인구동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과 결혼이민자·귀화자 사이에서 태어난 다문화 출생아는 1만4천322명으로 전년(1만6천421명)보다 12.8% 감소했다.

반대론자 “저임금 체계 고착화”…찬성론자 “분배의 문제로 봐야”

생산·소비·정체성 갖춘 ‘생활인’으로 인정하는 의식 전환 필요

인구학자들의 예상대로 40년 후 한국 인구가 절반가량으로 줄어드는 충격을 막으려면 외국인을 이민으로 받는 것 이외의 대안은 없을까?

한국이 외국인 근로자를 받아들이는 고용허가제 같은 방식으로 사실상 이민을 수용하는 것으로 봐야 하는 만큼 이런 질문은 무의미하고 자칫 인구 절벽 문제의 논점을 흐릴 수 있다고 지적하는 학자와 전문가들이 많다.

'인구절벽' 가속…문닫는 학교 늘어간다(CG)
‘인구절벽’ 가속…문닫는 학교 늘어간다(CG)

특히 이민자를 ‘데려다 쓰고 돌려보내는’ 인력이 아니라 이들을 한국에서 생산하고 동시에 소비하며 한국인으로 정체성을 갖춘 ‘생활인’으로 여기는 국민의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민과 관련해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싱크탱크인 이민정책연구원의 조영희 연구실장은 “현재 외국인 인력 도입정책인 고용허가제나, 해외에서 태어나 한국에 연고가 없는 동포들의 국내 취업을 위한 제도인 방문취업제는 사실상 이민을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윤인진 이민학회 전 회장도 90년대 초반 산업연수생제도가 생길 때부터 이민을 받아들였다고 봐야 한다며 조 실장의 의견에 동조했다.

조 실장은 정부가 올해부터 5년간 적용하는 ‘4차 외국인 정책 기본계획법’의 용역 보고서에서 이민 수용과 함께 이민자와 융합에 정책 주안점을 맞춰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기본계획법의 공청회에서는 이민을 반대하기보다 “이민을 받되 파생되는 문제점을 최소화하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더 컸다고 조 실장은 전했다.

이 기본계획법은 법무부가 지방자치단체장과 협의해 마련한 뒤 총리실 산하 외국인인력정책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확정돼 외국인 정책의 뼈대가 될 전망이다.

기본계획법은 그간 결혼 이주 여성, 다문화 가정, 재외동포와 관련한 정책 방향을 제시했으나 앞으로는 외국인 이민 정책으로 전환될 것으로 일부 전문가는 내다보고 있다.

조 실장은 올해부터 시행하는 ‘지역특화비자제도’에 큰 기대를 걸었다.

이는 인구 소멸 위기의 지자체에 농업 이민 형태로 살겠다는 외국인에게 5년간 거주한 뒤 영주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올해 전국 11개 지자체에서 시범 시행하며 사업 재원은 ‘지방소멸 대응 기금’으로 충당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조 실장은 설명했다.

그는 “합계 출산율이 0.78인 추세라면 2047년이면 지방 소도시마저 사라질 텐데 일단 그때까지는 공백을 메울 이민자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조 실장은 “지금 당장 필요하다고 마구 데려오는 게 아니라 꼭 필요한 인력을 데려와 양성하고, 이들이 한국에서 생활인으로서 함께 살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망명 신청ㆍ난민ㆍ불법 이민자(PG)
망명 신청ㆍ난민ㆍ불법 이민자(PG)

반면 윤 전 회장은 “한국이 외국인들에게 캐나다와 호주보다 살기에 더 매력적인 곳은 아닐 것”이라며 지역특화비자제도에 다소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윤 전 회장은 “국민들이 순혈주의를 버리고, 우리나라에 기여하고 한국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을 선발해 사회구성원으로 받아들여 공존할 수 있도록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통령이 이민 정책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사령탑의 역할을 제대로 해야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와 관련 문병기 이민정책학회 회장도 “앞으로 이민정책은 ‘새로운 한국’을 만드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단일 민족 순혈주의보다 ‘유입인’을 포용할 때 국가가 거듭 발전한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민에 대한 반대 목소리도 나온다.

포털 카페인 ‘다문화정책반대’는 회원 수가 3만여명에 이르고 20년 가깝게 운영되는 국내 최대의 다문화정책 반대 그룹이다.

이 카페는 공지사항에 “값싼 노동력의 외국인노동자를 불러들여 서민과 저임금 경쟁을 유발했다”며 다문화라는 미명으로 외국인들에게 국민의 혈세를 퍼준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문 회장은 “한국이 통상 국가인 만큼 고임금을 추구하다가는 국제 경쟁력을 잃을 확률이 높다”며 “외국인 노동자와 서민들이 저임금 일자리를 놓고 경쟁하게 한다는 주장은 이민의 문제라기보다 근본적으로 분배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다문화 정책의 방향에 대해 의식 전환이 가장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조 실장은 “이민자들이 한국에서 생산자이자 소비자인 생활인으로 국민과 융합할 수 있도록 선주민인 국민들이 인식을 바꿔야 하고 정부도 세심히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고용노동부와 행정안전부, 여성가족부, 교육부 등 부처별로 나눠 관리하는 이민 정책을 통합하고 관리할 ‘이민청’ 설립이 꼭 필요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우리보다 앞서 인구 절벽을 겪었던 독일은 1960년대 탄광노동자와 간호사 등을 유럽연합 이외 지역에서 온 ‘손님 노동자’로 데려갔듯이, 한국도 곧 닥칠 인구 위기에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유럽의 이주노동과 독일 인구학을 연구하는 일부 학자들은 경고한다.

[그래픽] 월 출생아 수 추이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 동향에 따르면, 작년 11월 출생아 수는 1만8천982명으로 재작년 같은 달보다 4.3%(847명) 감소했다.

(c) 연합뉴스 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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