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의 신(神) 이나모리 가즈오 (稲盛和夫) 명예회장의 타계

글. 김용욱/PT.SSI 이사. 한인포스트 칼럼리스트

– ‘왜 일하는가’ 정도의 질문에 대한 대답은 노력과 훈련으로 가능하다 –

지난달 24일 경영의 신(神)이라 불렸던 이나모리 가즈오(稲盛和夫, 1932~2022) 명예회장이 90세를 일기로 타계한 소식이 있었다. ‘씨 없는 수박’을 개발한 故우장춘 박사의 넷째 사위기도 한 이나모리 회장은 반도체 소재기업 교세라(교토세라믹)을 1959년에 설립한 창업주이다.

불과 27세의 나이에 28명의 직원으로 300만엔 자본금의 회사를 현재의 교세라 1조 6천억엔 매출과 7만명의 대기업으로 성장시킨 것이나, 2010년 파산상태나 다름없던 2.3조엔 부채의 일본항공 (JAL)에 무보수 CEO로 투입되어 1년만에 매출 1조 4천억엔, 1884억엔 영업이익 흑자를 통해 2년 후 토쿄증시에 재상장시킨 업적도 대단하지만 그를 경영의 神으로 불리게 한 가장 큰 이유는 경영학 MBA에서 배우는 경영전락을 넘어선 그의 경영철학적 수많은 업적과 저서들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수십권의 책을 집필한 그는 ‘아메바 경영’으로 가장 유명하지만 직장인이라면 자기개발서로 누구나 한번 이상은 읽어 보았을 2010년 출간된 ‘왜 일하는가’를 통해 후 더 주목을 받았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참으로 ‘라떼’스러운 이야기라 하겠지만 당시 월급쟁이의 삶 속에서 제목 자체가 주는 철학적 의미의 접근이 참으로 어색하면서도 다소 신선했던 기억이 난다.

이나모리 회장이 존경을 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의 경영철학이 바로 그의 인생철학과 일치했던 삶이기 때문이다. 한번쯤은 경영학 명언집에서 보았을 그의 명언은 정말 수없이도 많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이 세상에 바른 말을 하거나 훌륭한 경영전략을 세우고 실행한 분들은 많았어도 이를 자본주의식 기업 경영전략과 개인적 인생철학까지 동일시하여 실천한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아마도 종교 지도자가 아닌 경우라면 말이다.

그의 아메바 경영의 근간은 바로 이타적(利他的) 자본주의 철학에 있다. 경영전략적 해석으로 그의 3대 경영철학은 첫째 사원의 물질적, 정신적 행복의 실현과 인류사회의 공헌이다. 둘째는 경영자 의식을 가진 인재양성 그리고 셋째, 전원 참가형 경영실행이다.

서구식 자본주의 경영에서 가치 순서는 주주, 소비자, 종업원 순이다. 그러나 일본식 가치로는 종업원, 소비자, 주주순으로 되어 있는 당시의 시대적 배경과 일본식 문화를 이해해야 해석이 가능하다. 단순히 아메바식 조직별 세분화 정도로 종업원들의 주인의식을 통해 교세라가 성공한 기업이 아니라, 수많은 경제위기, 시장변화의 위기에서 인력 구조조정과 혁신을 하기 위한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만든 것이다.

내 자신이 아닌 남을 위하거나 다른 이를 중심에 두고 살아 간다는 이타성(利他性)은 참으로 훌륭해 보인다. 그러나, 실제 현실의 기업경영이나 직장활동에서 실천하기란 제로는 아니겠지만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고 그는 현실세상에서 실현해 낸 것이다. 그래서 이나모리식 이타적 경영철학에는 종교적 사상기반과 같은 성향이 존재하기에 한편으로 많은 거부반응도 실제 존재한다.

필자 역시도 이러한 ‘라떼’식 경영철학에 대한 거부 반응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하루하루 살아가기 바쁜 일상과 또 생각과 사고도 완전히 다른 MZ 세대들에게 이러한 이타적 자본주의 사상을 배우고 실천하고 살아가라고 말 하기엔 너무도 ‘꼰대스런’ 지적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故이나모리 명예회장의 경영철학이 위대하지만 아메바식 경영이나 이타적 자본주의여야만 절대적으로 직장도 사업도 인생도 성공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지식과 설득력이 핵심이 아니라 바로 자격의 문제다. 따라서 로버트 그린의 ‘인간의 본성’에서 말한 인생의 소명과 지침을 먼저 찾아야 한다.

거창하게 ‘왜 태어났을까’ 수준의 철학적 질문은 불가하더라도 일반인 수준에서 ‘왜 일하는가’ 정도의 대답은 노력과 훈련으로 가능함을 그는 보여주었다. 영원히 순탄하기만 할 수는 없는 삶에서 거창하지 않은 목적과 소명의식이라도 이를 달성한 후 에야 타인으로부터 인정받을 자격을 갖춘다는 지혜는 영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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