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서 사라지는 사람들…’범죄조직 소굴’ 미얀마로 납치

한국 외교부가 특별여행주의보를 내린 태국-라오스, 태국-미얀마 국경검문소 2024.2.28 [외교부 제공]

중국 배우 왕싱이 태국에서 납치됐다가 미얀마에서 구출된 이후 유사한 피해 사례가 계속 나오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유명인 실종이 아니라 여러 국가와 온라인 사기 조직이 관련된 초국가적 범죄여서 더 무겁게 받아들여진다.

미얀마 내 조직이 저지르는 인신매매·납치, 온라인 범죄 등에 대한 심각성이 재차 부각되고 있지만, 배경도 복잡하고 해결도 간단치 않다.

왕싱 실종 이전에도 태국에서 사라진 중국인이 미얀마에서 발견된 사례가 많다.

14일 방콕포스트 등에 따르면 지난해 10월에는 방콕에서 중국 대학생 3명이 미얀마로 납치돼 몸값 50만밧(약 2천100만원)씩 주고 풀려났다.

왕싱 사건 이후 중국 모델 양쩌치가 태국-미얀마 국경에서 연락이 두절됐다는 신고가 접수되는 등 실종자 가족 신고도 잇따르고 있다.

왕싱이 끌려간 미얀마 미야와디는 보이스피싱·온라인 사기 등을 일삼는 중국계 범죄 조직 근거지로 악명이 높다.

이들은 취업 광고 등으로 유인하거나 납치한 인력을 감금하고 사기 범죄에 동원한다.

중국, 태국, 케냐, 모로코, 방글라데시 등 세계 각국 출신 수천 명이 붙잡혀 고문과 학대를 당하며 일하고, 심지어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단체 ‘인신매매 피해자 지원을 위한 시민사회연대’ 미얀마 내 범죄 조직에 중국인 약 3천900명을 비롯해 21개국 출신 6천여명이 잡혀있다고 추정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2023년 보고서에서 “코로나19로 사업 기회를 잃게 된 범죄 조직이 규제가 덜하면서도 수익성이 커지는 온라인 공간으로 불법적인 사업을 늘려나갔다”며 국제 온라인 범죄에 동남아시아인 수십만명이 강제로 동원됐다고 분석했다.

미얀마에서 범죄 조직이 활개를 치는 것은 현지 정세와도 관련이 깊다.

2021년 쿠데타 이후 내전이 이어지면서 미얀마는 사실상 치안 공백 상태가 됐다.

특히 군사정권이 통제권을 상실한 국경 지역에 사기 조직이 몰려들었고, 온라인 범죄 규모도 급격히 커졌다.

국경 지역 범죄 조직은 중국과 미얀마 군정 간 갈등의 불씨가 되기도 했다.

중국은 자국민 피해 급증에 철저한 단속과 처벌을 요구했지만 군정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자 국경 지역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소수민족 무장단체를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내전이 더욱 치열해지고 군정이 수세에 몰리면서 범죄 조직이 더욱 기승을 부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각국이 대책을 모색 중이지만 당장 뾰족한 해법을 찾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관광산업이 타격을 받을 위기에 놓이자 패통탄 친나왓 태국 총리는 관광 경찰 투입을 확대하고 국경 등 위험 지역에서 감시 활동을 철저히 하라고 지시했다.

태국 경찰청은 중국 측과 범죄 조직에 붙잡힌 피해자를 수색하고 초국가적 범죄 관련 정보를 교환할 조직 설립을 논의했다.

중국 소셜미디어(SNS) 등에서는 최근 태국 관광에 대한 불안감을 드러내는 글이 이어지고, 실제로 태국행 예약이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 정부는 태국에서 실종된 것으로 알려진 자국민을 귀국시키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태국에 파견했다.

홍콩 당국은 지난해 2분기 이후 28명이 동남아 국가에 감금돼 있다는 신고를 받았고, 이 중 12명은 아직 구출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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