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하·쪽방 등에 사는 주거 취약계층이 더 나은 환경으로 이사할 수 있도록 정부가 임차 보증금을 최대 5천만원까지 이자 없이 빌려주고 이사비로 40만원을 지원한다.
청년 세입자의 전세 보증금 반환 보증 가입비용을 지원하고, 전세 사기 피해자에게는 저금리 긴급 대출을 내준다.
생계·의료급여 재산 기준 등을 완화해 기초생활보장 제도의 사각지대를 보완하고 예술인과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에 대한 사회보험료 지원을 확대한다.
정부는 30일 국무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내년 예산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예산안이 정부안대로 국회를 통과하면 소득·고용·주거안전망 관련 예산이 올해 27조4천억원에서 31조6천억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 반지하 밖 이사 땐 보증금 무이자 대출…청년 전세 보증 보험료 지원
정부는 반지하, 쪽방, 비닐하우스, 고시원, 노숙인 시설 등에 사는 취약층이 ‘개인 부담 없이 정상 거처로 이동할 수 있도록’ 이사비·생필품 구매비 40만원과 무이자 보증금 융자를 지원하는 데 예산 2천580억원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소득 요건 등을 충족한 주거 취약계층이 반지하 등에서 일반 민간 주택(지상)으로 이주하면 5천만원, 공공임대주택으로 이주하면 50만원까지 보증금을 이자 없이 빌려주는 방식이다. 보증금 총액은 5천만원을 넘어도 된다.
반지하 주택은 최근 집중호우 피해 등으로 그 취약성이 크게 부각됐지만, 형편상 반지하를 벗어나기 어려운 거주자가 많다.
정부는 무이자 보증금 대출을 통해 이들이 더 나은 집에 전세나 반전세로 이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는 계획이다.
다만 수도권의 전·월세 보증금 수준을 고려하면 5천만원으로 구할 수 있는 집이 많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공공임대 이주자 1만명, 민간임대 이주자 5천명이 무이자 보증금 융자를 받는 것을 전제로 예산을 편성했는데, 전체 반지하·지하(32만7천가구)나 비주택(46만3천가구) 거주자 규모보다는 훨씬 적다.
정부는 보증금 2억원 이하인 세입자가 전세 사기를 당하면 1억6천만원 한도로 저금리 긴급 대출을 지원하는 사업 예산도 1천660억원 편성했다.
소득 요건 등을 충족하는 청년 세입자 20만명에 대해서는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 가입비(평균 연간 6만1천원)를 지원한다.
시중 금리 상승으로 수요 확대가 예상되는 디딤돌·버팀목 대출 관련 예산은 9조5천300억원에서 10조6천360억원으로 1조1천억원가량 늘린다.
◇ 생계·의료급여 재산 기준 완화…특고·예술인 사회보험료 지원 확대
생계·의료급여 등 기초생활보장 7대 급여 예산은 올해 16조8천억원에서 내년 19조1천억원으로 늘어난다.
우선 생계급여 기준 등의 선정 토대가 되는 내년도 기준 중위소득이 5.47%(4인 가구 기준) 인상됐다. 2015년 제도 도입 이후 최대폭이다. 저소득층을 더 촘촘하고 두텁게 지원하겠다는 의지다.
이에 따라 4인 가구의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 선정 기준이 올해 154만원에서 내년 162만원으로 오른다. 소득이 기준보다 적으면 정부가 부족분을 생계급여로 보충해주는 방식이다.
생계급여와 의료급여를 받을 수 있는 재산 기준도 각각 3년, 14년 만에 완화된다.
재산은 기본재산액과 부채를 공제한 뒤 소득 환산율을 곱해 소득에 반영하는데, 주택가격 상승 등을 고려해 재산 공제액을 늘려주는 것이다.
생계급여는 기본공제가 6천900만원에서 9천900만원으로 늘고 주거재산 한도도 서울 기준 1억2천만원에서 1억7천200만원으로 높아진다.
의료급여는 기본공제가 5천400만원에서 9천900만원으로 늘고 주거재산 한도도 서울 기준 1억원에서 1억7천200만원으로 완화된다.
정부는 이런 재산 기준 완화를 통해 4만8천 가구가 생계·의료급여 수급권을 잃지 않고 혜택을 볼 것으로 추산했다.
주거급여 대상은 중위소득의 46% 이하 가구에서 47% 이하 가구로 확대해 3만4천가구에 추가로 혜택을 주고, 교육급여 중 교육활동 지원비는 연간 기준으로 초등학생 41만5천원, 중학생 58만9천원, 고등학생 65만4천원으로 올해보다 평균 23.3% 인상한다.
소득에 견줘 과도한 의료비를 지출한 가구에 지원되는 재난적 의료비 사업은 지원 요건을 의료비 지출 연 소득 10% 초과, 재산 과세표준액 7억원 이하로 완화하고 지원 한도는 1인당 연간 5천만원으로 늘린다.
소득 5분위 이하를 대상으로 하는 상병수당 2단계 시범사업은 대상 지역을 6개소에서 9개소로 확대한다. 상병수당은 업무와 관련 없는 부상을 하거나 병을 앓게 됐을 때 근로자에게 일정 수당을 지급해주는 제도다.
실직·질병 등에 따른 위기가구 긴급복지 생계지원금은 4인 가구 기준 월 154만원에서 162만원으로 인상한다.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하는 저임금 근로자의 사회보험료(국민연금·고용보험료)를 지원해주는 두루누리사업은 소득 기준을 최저임금의 120%에서 130%로 완화하고, 특고·예술인에 한해 ’10인 미만 사업장’ 기준을 면제해준다.
이를 통해 두루누리사업 지원 대상을 129만명으로 28만명 늘리는 데 1천8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예술인·특고 지원 대상은 2만명에서 12만3천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저소득층 구직자에게 50만원씩 6개월간 지급하는 구직 촉진 수당은 부양가족 1인당 10만원씩 추가해 월 60만∼90만원으로 늘린다. 조기취업 성공 수당도 현행 50만원에서 취업 시기에 따라 50만∼125만원으로 차등 지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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