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콴유의 ‘反부패 전쟁’에서 배울 것

2015년 3월 24일

어제 향년 92세로 타계한 리콴유(李光耀) 전 싱가포르 총리의 삶과 업적에 대한 조명이 많이 쏟아지고 있다. 동남아시아의 가난한 항구도시를 금융과 물류의 글로벌 허브로 변신시키고 1인당 연소득이 6만달러에 가까운 부국이 되도록 한 그의 리더십에 대해선 찬사가 많은 편이다. 그러나 ‘아시아의 히틀러’로 불릴 만큼 강압적인 통치방식으로 ‘태형과 벌금의 나라’ ‘국민들은 부유하지만 행복지수는 세계 최하위권인 사회’로 만든 것은 그가 남긴 짙은 ‘그늘’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삶이나 싱가포르의 발전전략의 명암은 처한 환경이나 역사가 적잖이 비슷한 한국에도 많은 시사를 준다. 다만 여기서는 그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 대신 싱가포르가 크게 성공했다고 할 수 있는 ‘부정부패 척결’에 대해 우리 사회가 새삼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밝히고자 한다.

싱가포르 번영의 발판은 철저한 부정부패 추방이었다. 리 전 총리는 공직비리조사국을 만들어 각종 부정부패를 강력히 단속했다. 퇴임 1년 전에는 부정축재몰수법을 제정해 부정으로 얻은 돈은 끝까지 추적하도록 했다. 특히 측근 비리를 절대 용납하지 않았다. 1986년 오랜 동지였던 테체앙 당시 국가개발부 장관을 수사한 것은 그의 확고한 부패근절 의지를 보여준 사건이었다. 1995년엔 자신의 일가가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자 조사를 자청했다. 이후 무혐의 결론이 났지만 차익을 모두 기부했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 싱가포르에서는 “청렴하지 못하면 공직을 맡을 수 없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2010년 10월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세계 부패지수 보고서’에서도 싱가포르는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싱가포르 국민들이 리 전 총리 부자의 장기집권에 염증을 느끼고 정치사회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리 전 총리에 대한 지지가 높은 편이었던 것은 이 같은 ‘청렴 사회’ 조성에 힘입은 바가 컸다.

부패척결이 정부 정책에 대한 믿음을 키운다는 점도 한국의 공직사회가 유념할 대목이다. 공직자의 청렴이 정책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여 국민과 기업으로부터 신뢰를 사는 선순환이 이뤄지는 것이다. 집권 3년 차를 맞아 ‘부패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박근혜정부가 리 전 총리의 부패추방 싸움으로부터 많이 배우기 바란다.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