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물의’ 대한상의 베트남 사무소 돌연 사라져…폐쇄설 확산

입국 대행료 연체 등 논란 계속되자 사무소장 귀국 후 철거
대사관·코참 배경 파악 나서…회원사들 “공지했어야” 불만 쏟아져
상의측 임원 “폐쇄 검토했지만 유지키로 결론…후임 소장 물색중”

(하노이=연합뉴스) 김범수 특파원 = 특별입국 대행료 미지급과 대기업 위주의 모임 구성 등으로 인해 물의를 빚은 대한상공회의소 베트남 사무소가 갑자기 철거해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20일 연합뉴스에 취재에 따르면 하노이 롯데호텔 맞은편 대하 비즈니스 센터 9층에 있던 대한상의 사무소는 현재 철거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장에서는 신규 임대차 계약처의 입주를 앞두고 한창 인테리어 공사가 진행중이다.
대한상의는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2008년부터 현지에 사무소를 개설해 운영해왔다.

한국의 경제 4단체 중 하나인 대한상의 하노이 사무소가 갑자기 사라지자 현지의 기업 관계자들은 다들 의아해하는 분위기다.

현지에 진출한 한국기업을 대표하는 단체인 주베트남 한국상공인연합회(코참)의 김한용 회장은 “그동안 철수설이 나돌아 이상하다 싶었다”면서 “우리쪽에는 전혀 통보가 없었다”고 말했다.

주베트남한국대사관도 공공단체인 대한상의 사무소가 갑자기 없어진 사실을 뒤늦게 알고 배경 파악에 나섰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대한상의가 베트남 특별입국 대행료 미지급을 비롯한 여러 논란에 휩싸이자 본부 차원에서 폐쇄를 단행한 거라는 추측도 나온다.

대한상의는 재작년 3월 베트남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외국인 입국을 원천 차단하자 기업인 4천여명을 대상으로 특별입국을 진행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베트남 현지 영세업체에 지급돼야할 대행료가 수억원 가량 연체돼 논란이 일었다.
피해를 본 대행사는 자본금 6억원의 영세업체로 수수료 기준 매출은 10억원 안팎에 직원 수는 13명에 불과하다. 현재 코참 회원사로 등록돼 있어 다른 회원사들 뿐 아니라 코참 사무국도 이번 사안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별입국 격리 호텔 선정과 관련해서도 잡음이 일었다.
대한상의는 특별입국을 진행중이던 지난 2021년 상반기에 투숙객 수용능력이 떨어지는 노보텔을 격리호텔 리스트에 포함시켰다. 주 격리 호텔인 꽝닌성 FLC 리조트의 경우 총 객실이 649개에 달하지만 노보텔의 경우 객실 규모가 225개에 불과해 제때 베트남에 입국하지 못한 고객들의 불만이 쇄도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 2019년부터는 현지에 진출한 대기업 위주로 구성된 ‘K-FDI 주재원 과정’을 개설해 운영하면서 중소기업과 토착 한인기업들을 차별한다는 지적도 받아왔다. 대한상의 소속 17만개 회원사 중 98%는 중소기업이다.

이처럼 잡음이 끊이지 않자 대한상의 본부는 올해 3월말 내부 감사에 착수했으며 이후 베트남 사무소장은 한국에 돌아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주베트남한국대사관측은 대한상의 베트남 사무소는 폐쇄될 예정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민문기 상무관은 “한국으로 돌아간 사무소장에게 연락해보니 기존에 있던 사무실은 계약이 종료됐으며 청산절차가 오래 걸리기 때문에 완전 폐쇄는 아직 못했다고 전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베트남 여직원 한명이 공유 오피스를 구해서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에 대해 대한상의측은 사무소를 다른 곳으로 옮겼으며 폐쇄하지는 않을 방침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대한상의 고위 관계자는 “여러 문제 때문에 사무소를 폐쇄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결국 회의를 거쳐 유지하기로 결론을 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후임 소장 공모 절차를 진행중이며 빠른 시일내에 인사발령을 낼 계획”이라면서 “아울러 코참 등 현지 한인단체들과도 잡음 없이 원활한 협업이 가능하도록 사무소를 총체적으로 개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한상의 베트남 사무소가 새로 옮겨간 사무실 위치는 전혀 알려지지 않아 의구심이 계속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에서 파견된 민 상무관조차도 “새로운 사무실이 어디 있는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일부 회원사들은 갑작스런 사무소 폐쇄 및 이전과 관련해 전혀 통지가 없었다면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현재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기업은 총 9천여곳이며 이중 상당수가 대한상의 회원사로 알려져 있다. 한 회원사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10년 넘게 써온 사무소를 철거하고 다른 곳으로 옮겼다면 공지를 했어야 한다”면서 “새로운 사무실의 소재를 아무도 모른다는게 너무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