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도 한 때는 아이였다

(2014년 10월 21일)

장세라의
아동심리치료 이야기 (32);

장세라 41아동심리치료사 자카르타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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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자녀는 서로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면서 동시에 서로에게 가장 큰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는 만큼 상대로부터 오는 실망감과 아픔은 배로 크기 때문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생과 이별하는 순간까지 함께하고 삶에 영향을 미치는 관계가 부모와 자녀의 관계가 아닐까 한다. 설사 어떤 이유로 인해 부모와 자녀가 인연을 끊고 산다고 하더라도 부모와 자녀의 관계는 끊어지지 않는다. 서로 왕래가 없다 뿐, 부모와 자녀의 관계는 어떤 형태로든 삶에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와 자녀 사이에 사랑이 많고 서로에게 가게 되는 상처를 최소화 할 수만 있다면 그것만큼 한 사람의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상처를 최소화하는 데에는 특별히 다른 방법이 있는 것이 아니다.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가 자녀를 이해하는 것만큼 자녀도 부모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모든 관계는 일방적일 수 없고 상호적이기 때문이다.

나는 얼만큼 부모를 알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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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원래 그래요” 상담을 받던 청소년 내담자가 엄마에 대해 설명하면서 한 말이다. 엄마는 매우 고지식해서 자신이 세운 규칙과 틀을 벗어나려 하지 않으며, 자녀가 이에 벗어난 생각을 말하거나 하면 귀담아 듣지 않고 모두 나쁘고 불량한 것으로 취급해 버린다고 하였다. 실제로 아이는 엄마와 아빠가 만들어낸 엄격한 가정환경으로 인해 많이 짓눌려 있었다. 틀을 벗어난 생각과 행동을 하는 스스로를 자책했고 죄책감이 늘 따라 다녔으며 큰 우울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단편적으로 내담자의 이야기만 들었을 때는 강박적으로 엄격한 가정환경을 만들고 고수했던 부모가 나쁘다고 생각 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부모가 왜 엄격한 가정환경을 고집했는지 그 이면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글쎄요, 엄격하게 아이를 키우는 게 뭐가 문제죠?”엄격한 가정환경을 고집하고 있지만 왜 자신이 그토록 규칙과 틀을 중요시 여기는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부모들은 많지 않다. 그리고 고민을 한다고 해서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는 사람 역시 드물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은 스스로에 대한 모든 사실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없기 때문에 그렇다. 우리의 뇌는 자연스럽게 스스로의 정신건강을 위하여 특정 기억이나 생각들을 무의식 저편으로 밀어 넣는다. 의식이 아닌 무의식으로 밀어 넣은 기억들은 스스로 꺼내어 생각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지만 그렇다고 우리의 생각과 행동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또 한가지, 우리의 정신건강을 위해서 우리의 몸은 방어기제라는 것을 쓰게 되는데, 회피, 합리화, 부정 등 많은 방어기제를 통해 스스로를 보호하려 한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든 스스로가 왜 특정 행동과 사고를 하는지를 객관적인 시각으로 깨우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상담을 해보니 위 엄마의 경우에도 왜 본인이 엄격한 가정환경을 고수했는지를 알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본인의 행동과 사고가 어디서 기인한 것인 지 알게 되는 것이 중요하고, 이가 자녀가 부모를 이해할 수 있는 큰 지표가 될 수 있다는 말에 더듬어 본 엄마의 삶 속에는 현 양육태도에 대한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엄마는 많은 형제자매들 중 막내였다. 아주 엄격한 부모님 밑에서 자랐다고 하셨다. 똑같이 엄격한 가정환경에서 자랐지만 다른 형제들은 성인이 된 후 엄격했던 부모님을 원망하며 부모님을 멀리하지만 엄마 본인은 엄격한 가정환경이 상처가 되지 않았고 오히려 그러한 양육환경이 좋은 것이라고 믿게 되었다고 하셨다. 그래서 최선의 것을 주고자 자녀에게 자신이 제공받았던 양육환경과 동일한 ‘엄격한 가정환경’을 제공해 준 것이었다. 동일한 양육환경 속에서 엄마의 형제들과 엄마가 이 양육환경을 다르게 받아들인 데에는 서로 다른 방어기제를 사용하여 이를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있고, 특히 깊이 상담에 들어가자 형제들과는 달리 내담자의 어머니만 막내로서 특별한 사랑을 더 받았던 사실이 드러났다. 가정환경은 엄했지만 그대신 이를 보상해줄 만한 ‘막내에 대한 사랑’예를 들면 막내만을 위해 맛있는 음식을 남겨주고 따뜻한 스킨십을 다른 형제들이 아닌 막내에게만 해주는 등의 사랑이 위 어머니에게만 제공되었었던 것이다. 덕분에 다른 형제들과는 달리 엄격한 가정환경을 좋은 것으로 받아들이게 된 어머니가 자녀를 낳고 기르면서 아이에게 최고의 것을 제공해준다는 뜻으로 엄격한 가정환경을 제공하게 된 것이다.

자녀가 엄격하고 강박적인 가정 규칙과 틀에 답답해하고 다른 생각과 행동을 하는 스스로를 자책한다는 사실을 엄마가 알게 되고, 자녀는 엄마가 위와 같은 양육환경에서 성장하여 자녀에게 최고의 양육환경을 제공하고자 했던 행동들임을 이해하게 되었다. 이러한 이해는 “내가 지금 이런 상황이니까 엄마가 이해해” “내가 지금 이런 상황이니까 아들인 네가 이해해”라고 주장하는 것과는 성격이 매우 다르다. 이해해달라고 강요하듯 주장하는 것은 상대를 원망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고, 내 편리한대로 상대방이 움직여주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하게 되는 주장인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자녀가 부모 태도의 원인을, 부모가 자녀의 반항에 대한 원인을 함께 찾아가는 차원의 이해는 서로를 이해해달라고 강요하듯 주장하는 것과는 성격이 다르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부분이 있다. 지금껏 자녀의 생각과 행동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칼럼을 썼었다면, 이전 칼럼에서 내면아이에 대하여 쓴 적이 있듯이, 이번 칼럼에서는 자녀의 입장에서 나의 부모님에 대해 얼만큼 이해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져보고 싶었다.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 동물이라고 하지만, 깨달음은 한 사람의 사고와 행동을 바꾸어줄 수 있는 큰 힘을 가지고 있다. 유년기, 청소년기 자녀들에게도, 또한 부모가 되어 자녀를 양육하고 있지만 동시에 여전히 누군가의 자녀일 어른자녀들에게도 묻고 싶은 질문이다. 나는 얼만큼 부모를 이해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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