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계와 체벌

 

(2014‎년 ‎4‎월 ‎15‎일)

장세라 41아동심리치료사
자카르타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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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카페 아르바이트생들 사이에서 가장 요주의 손님은 바로 아이엄마들이라고 한다.

뛰어다니거나 소리지르는 아이들을 단속시키지 않는 것은 물론, 아기 기저귀를 카페 내에서 갈고 심지어 사용한 기저귀를 접어 버젓이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나가는 엄마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점점 사리분별을 하지 못하는 어른들이 늘어나고 있다.

길거리에서 아이들을 훈계하는 어른들 중에 제대로 된 훈계를 해주는 어른들도 잘 없고, 그래서인지 내 아이가 누군가에게 잘못을 지적당하면 앞뒤 가리지 않고 매섭게 화부터 내는 부모들이 많다.

교권이 무너진 지도 오래이다. 무엇보다 이러한 어른들의 모습을 보며 아이들도 함께 병들어 간다.

청소년들의 흡연을 지적했다가 집단폭행을 당하여 다치거나 심지어 죽음에 까지 이른 어른들의 이야기가 더 이상 놀랍지 않으니 말이다.

어디서부터 잘 못 된 것인지를 찾아내기는 쉽지 않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가정교육이 먼저 바로 서야 한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가정교육에서 빠질 수 없는 훈계와 체벌을 어떻게 얼마만큼 허용하는 것이 좋은지

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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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모두 알고 있다, 분풀이는 NO! 

자녀의 잘못을 지적할 때, 부모의 감정이 섞이지 않은 훈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부모도 사람인지라 자녀의 잘못된 행동을 보면 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하고, 혹은 아이가 잘못을 하기 이전부터 여러 이유로 이미 감정이 상해 있기도 하다.

그리고 이러한 감정이 자녀를 훈계할 때 표출되지 않게 절제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모르는 것 같아도, 보지 않는 것 같아도, 느끼지 않는 것 같아도, 다 알고 보고 느끼는 것이 아이들이다.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예민하고 섬세하다. 훈계 시 부모가 사적인 감정이 섞여있는 분노를 표출하는 것인지, 진심 어린 훈계를 해주는 것인지는 돌 지난 아이들까지도 다 느낄 수 있다.

특히 집이 아닌 공간에서 아이의 자존심은 고려하지 않은 채 무작정 분을 들이 붓는 행동은 자제하자.

제대로 된 훈계는 아이들을 성장하게 만들지만, 감정 섞인 분풀이는 아이들로 하여금 어른들을 존경하지 않고 경계하게 만든다.


체벌은 제일 마지막 단계로  

감정이 섞여 가해지는 체벌은 폭력이다. 많은 부모들이 체벌을 해도 되는 것인지를 묻는다.

너무 빈번한 체벌은 효과도 없을뿐더러 분풀이가 되기 쉽다.

게다가 잘못된 체벌 후에는 많은 부모들이 죄책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 이 후 자녀 행동에 대해 일관성 있는 규칙을 적용하지 않거나, 과하게 잘해주거나 혹은 물질로 보상해주는 일이 빈번히 발생한다.

이는 자녀를 망가트리는 지름길이다. 물론 체벌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하지만 우선 체벌은 제일 마지막 단계로 미뤄두기를 권한다.

위에서처럼 말로 훈계를 시도하고, 타임아웃을 실행해 보면, 체벌까지 가지 않아도 웬만큼 행동이 수정되거나 혹은 잘못에 대해 자녀를 이해시킬 수 있다.

정말 중요한 순간에만 자녀에게 특정 행동은 매우 나쁘며 이를 더 하게 될 경우 체벌이 가해질 수 있다고 경고 한 후 이미 약속된 가벼운 체벌을 가하도록 노력해보자. 과한 체벌은 어떤 이유를 불문하고 폭력이다.

해외에서 자라나는 아이들 특히 훗날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인 아이들에게는 가정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교권이 무너지고 이미 이기적인 양육방식에 익숙해진 부모들이 많은 한국에 비해 이곳은 도피처 같은 기회의 땅이 될 수도 있다. 흔해서 이제는 별 감흥이 없는 말이지만,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이다.

올바르게 키워 미래 한국을 잘 이끌어줄 자녀들이 인도네시아에서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이곳에 있는 부모와 자녀들을 응원한다.


부모에게도 시간이 필요해  

만약 훈계 시 감정 조절이 잘 되지 않는다면, 차라리 잠시 시간을 두는 것이 좋다.

자녀에게 자녀의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 엄마가 화가 나서 이를 잠재울 시간이 잠시 필요하므로 기다려달라고 솔직하게 말하고 자리를 옮기면 신기하게도 두 가지 효과가 나타난다.

1) 부모가 자녀의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 화가 났다는 감정을 말로 자녀에게 표현하면서 이미 부모의 분노가 반이나 줄어든다. 방으로 자리를 옮겼을 때는 이미 화가 많이 줄어들게 되어 화를 누르고 이성적인 훈계를 할 수 있게 된다.

2) 부모의 이상적인 분노해소방법과 문제해결능력을 자녀가 그대로 배우고 또래 혹은 부모와의 관계에 적용한다.


우리 집 만의 규칙   

자녀가 친구와 전화통화를 30분 넘게 하고 있다. 어느 날은 부모가 바쁘다는 이유로 혹은 기분이 좋다는 이유로 아무 말 안 하다가, 어느 날은 너무 오래 통화하는 것 아니냐고 자녀를 혼낸다고 해보자.

자녀는 혼란을 느낄 것이고, 왠지 모르게 이유 없이 억울하게 혼난 기분이 들 수 있다. 훈계에 일관성이 빠졌기 때문이다.

부모와 자녀가 모두 알고 있는 “우리 집 만의 규칙”이 필요하다. 어떤 행동이 허용되고 허용되지 않는지 부모와 자녀가 함께 규칙을 세우고 이에 대해 미리 이야기 해보는 것이 좋다.

그래야 자녀가 규칙을 무시하고 잘못을 감행했을 때 부모의 훈계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게 된다.


눈맞춤, 목소리 톤 그리고 말투  

훈계 시 목소리 톤이 너무 크거나 높아지면 이는 소리지르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소리 지르거나 명령조로 말하는 대신 단호하게 말해보자. 평소 자신의 목소리 톤보다 낮은 톤으로 너무 길지 않게 단호하게 말하는 것이 자녀들에게 진정성 있게 전달된다.

눈맞춤은 필수이다. 부모가 혹은 자녀가 다른 일을 하는 도중이라면, 이를 잠시 놓아두고 눈을 맞추고 이야기 하는 것이 좋다.

유년기 자녀에게는 부모가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앉아서 아이의 어깨를 양 손으로 잡는다.

이 때 큰 힘을 주지 않아도 그냥 어깨에 손을 올려놓는 것만으로도 유년기 아이들은 부모의 큰 손을 통해 부모의 위대함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