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인도네시아, “내수 공급 최우선” 원칙 재천명

롯데케미칼 인도네시아

글로벌 공급망 위기 속 생산량 감축 불가피… 석유화학 산업 안정화를 위한 정책적 협력 촉구

【자카르타=한인포스트】 플라스틱 원료 생산업체인 롯데케미칼 인도네시아(PT Lotte Chemical Indonesia, 이하 LCI)가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 고조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에 가해지는 압박이 갈수록 심화되는 가운데, 국내 다운스트림 산업 및 국가 제조업 부문에 대한 안정적 원료 공급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방침을 공식적으로 재확인했다.

아울러 이 회사는 생산 활동의 지속 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정부에 수입 절차 간소화, 원자재 무관세 적용, 일시적 재정 지원 등 다각적인 정책 지원을 공식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르무즈 해협 긴장, 납사·LPG 조달에 직격탄

조진우 롯데케미칼 인도네시아 경영지원본부장(Direktur Management Support)은 2026년 4월 8일 수요일 공식 서면 성명을 통해 전략적 해상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에서 빚어지고 있는 차질이 인도네시아 석유화학 산업의 핵심 원자재인 납사(Naphtha) 및 액화석유가스(LPG) 조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석유 및 액화천연가스(LNG) 해상 운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글로벌 에너지 교역의 핵심 동맥으로 꼽히는 수로다. 최근 이란과 이스라엘, 미국 간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이 해협을 통한 해상 물류가 크게 불안정해졌으며, 이로 인해 석유화학 원자재의 조달 경로 변경과 운임 급등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조 본부장은 성명에서 “현재 글로벌 물류 차질로 인해 원자재 조달 경로가 변경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생산량을 줄이는 운영 조정이 불가피하게 진행되고 있다”면서도 “LCI는 현재까지도 생산 가동을 지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처럼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우리의 최우선 과제는 국내 산업을 위한 공급의 지속성을 유지하는 것”이라며 “LCI는 고객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국가 제조업의 안정을 지원하기 위해 가용한 모든 자원을 지속적으로 최적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내수 공급 최우선 원칙 천명… 다운스트림 산업 안정 지원

LCI는 현재의 공급 분배 전략과 관련하여 수출보다는 국내 다운스트림 산업의 수요를 충족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조 본부장은 이에 대해 “공급 분배가 국가 다운스트림 산업의 수요를 충족하는 데 우선적으로 집중되고 있다”고 확인하면서, 이 같은 원칙이 단기적인 위기 대응 차원을 넘어 장기적으로 인도네시아 국내 산업 생태계를 보호하고 강화하는 데 기여하는 방향임을 강조했다.

석유화학 산업에서 다운스트림(Downstream) 부문은 원료를 가공해 최종 소비재나 중간재를 생산하는 단계를 의미한다. LCI가 생산하는 에틸렌, 프로필렌, 폴리프로필렌 등의 석유화학 원료는 포장재, 자동차 부품, 건축자재, 전자 제품 등 다양한 제조업 분야에 광범위하게 활용된다.

이에 따라 LCI의 원료 공급 안정성은 인도네시아 제조업 전반의 생산 안정성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현재의 공급 우선 정책은 국가 경제 안보 차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조 본부장은 “이러한 지원은 현재의 위기 상황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 국내 산업의 더 넓은 발전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안전보장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에 3가지 핵심 정책 지원 공식 요청

LCI는 이번 성명을 통해 현재 상황을 타개하고 생산 활동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정부에 구체적인 정책 지원을 공식 요청했다. 조 본부장이 언급한 요청 사항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원자재 수입 절차의 규제 간소화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 차질로 인해 납사 및 LPG 조달 경로가 기존 중동 노선에서 대체 노선으로 바뀌면서 수입 절차가 복잡해지고 있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관련 행정 절차를 신속화해 달라는 것이다. 조 본부장은 이를 통해 물류 변화에 따른 행정적 지연을 최소화하고 원자재 수급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둘째, 원자재로 사용되는 LPG에 대한 무관세 적용이다. LPG는 LCI 공장의 납사 크래커 공정에서 보조 원료로 활용되는데, 현재 글로벌 LPG 가격 및 운임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어 관세 부담까지 더해질 경우 생산 비용이 급격히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조 본부장은 무관세 적용이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경쟁력 유지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셋째, 일시적인 재정적 지원이다. 조 본부장은 회사가 글로벌 공급망 위기로 인한 기하급수적인 비용 급증을 상쇄하기 위해 정부의 한시적 재정 지원도 함께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의 생산 활동이 지속되고 다운스트림 프로그램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정부가 에너지 확보 및 표적화된 정책적 지원을 제공해 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LCI, 인도네시아 석유화학 산업의 핵심 축

PT 롯데케미칼 인도네시아(LCI)는 대한민국 롯데케미칼 주식회사의 인도네시아 현지 법인으로, 지난 30년 만에 인도네시아에 설립된 최초의 납사 크래커(Naphtha Cracker) 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이다. 공장은 반텐(Banten)주 찔레곤(Cilegon)에 위치하며, 총 투자 규모는 약 39억 달러(한화 약 5조 2,000억 원)에 달한다.

LCI의 공장은 연간 최대 3,200킬로톤(kTA)의 납사 원료를 처리할 수 있는 대규모 생산 설비를 갖추고 있으며, 이와 더불어 보조 원료인 LPG를 납사 원료의 0~50% 비율로 혼합 투입할 수 있는 유연한 생산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이 공장의 주요 생산 품목별 연간 생산 능력은 에틸렌 100만 톤, 프로필렌 52만 톤, 폴리프로필렌 35만 톤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에서도 손꼽히는 대형 석유화학 플랜트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LCI의 이러한 대규모 생산 능력이 인도네시아의 석유화학 원료 수입 의존도를 줄이고 국내 자급 기반을 강화하는 데 있어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LCI가 생산하는 에틸렌과 프로필렌은 인도네시아 내 수백 개의 중소 제조업체들이 원료로 사용하고 있어, 이 회사의 공급 안정성이 흔들릴 경우 국내 제조업 생태계 전반에 걸쳐 연쇄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 석유화학 업계의 대응 과제

중동발 지정학적 긴장은 단순히 LCI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 석유화학 업계 전반에 걸쳐 심각한 도전 과제를 던지고 있다. 특히 중동 산유국에서 납사 및 LPG를 대량 조달해 온 아시아 석유화학 기업들은 호르무즈 해협 통과 차질로 인한 조달 비용 상승과 공급 불안정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중동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석유화학 원료 공급망의 구조적 취약성을 다시 한번 드러낸 사건으로 보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위기를 계기로 공급망 다변화와 대체 조달처 확보를 위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전략 수립이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LCI가 정부에 요청한 규제 간소화 및 재정 지원은 단순히 한 기업의 위기 극복 차원을 넘어, 인도네시아 석유화학 산업 전반의 공급망 회복력(Resilience)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적 논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이해관계자에 감사 표하며 투명한 소통 약속

LCI는 이번 성명을 통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꾸준히 신뢰를 보내 준 고객과 모든 이해관계자들에게 깊은 감사의 뜻을 표했다. 아울러 회사는 도전적인 글로벌 환경 속에서도 투명한 소통과 공급의 지속 가능성을 유지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다시 한번 강조하며, 관련 상황의 변화에 따라 지속적으로 정보를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조 본부장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LCI는 국가 석유화학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는 기업으로서 인도네시아 제조업의 안정과 성장에 기여하겠다는 사명감을 잊지 않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정부, 고객사, 이해관계자들과 긴밀하게 협력하여 이 위기를 함께 극복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전문가 전망… “정부의 신속한 정책 대응이 관건”

경제 및 산업 전문가들은 LCI의 이번 요청에 대해 인도네시아 정부가 얼마나 신속하고 실질적인 정책 대응을 내놓느냐가 향후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안정성을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특히 LPG 무관세 적용과 같은 세제 지원 조치는 국내 석유화학 원료 가격 안정에 즉각적인 효과를 낼 수 있어 조기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인도네시아가 중동 원자재 의존도를 낮추고 국내 에너지 자원을 석유화학 산업과 연계하는 통합 공급망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위기 대응을 넘어, 인도네시아 석유화학 산업이 글로벌 공급망 변동에 흔들리지 않는 자생적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구조적 전환의 문제이기도 하다.

인도네시아 정부의 정책적 판단과 대응 방향에 업계 안팎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LCI를 비롯한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Tya Pramadania 기자/ 편집부, AI비즈니스센터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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