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미·중 전략적 이해

남중국해 문제에 긴장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워싱턴을 방문해 오바마 대통령과 남중국해 문제에 관하여 논의한 지 불과 한 달밖에 되지 않았는데 미국이 군함을 파견해 인공 섬 매립지역을 감시하겠다고 나섰다. 미국은 또한 1억달러의 기금을 조성해 베트남, 필리핀 등 인접 국가들의 해양경비 능력 배양에 사용하는 계획도 발표했다.
남중국해를 두고 미중이 경쟁하는 문제의 본질은 무엇인가.

중국은 남중국해 내 모든 섬들과 경제수역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중국의 ‘핵심이익’). 또한, 영유권 분쟁은 당사국간에 해결할테니 미국은 빠지라는 주문이다. 이 수역에서 미국의 정치, 군사적 영향력을 배제하고 싶은 것이다.

반면, 미국은 영유권 분쟁에는 간여하지 않으나 이 수역의 자유통항은 보장되어야 하며, 또한 주변국에 대한 중국의 강압적인 분쟁 타결 방식을 경계한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중국이 남중국해에 배타적 영향력을 갖거나 태평양, 인도양 진출의 전초(군사)기지로 삼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가 있다.

이러한 전략 하에서 양측의 대응이 점점 과격해지는 추세다. 2009년 오바마 대통령의 베이징 방문 당시 중국은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핵심이익을 미국이 인정하였다고 주장하자, 미국은 이를 부인하고 동아시아 국가들을 동원하여 중국을 비판했다. 그 후 몇 년간 두 나라는 한반도부터 대만, 남중국해, 메콩유역, 미얀마까지 동아시아 전역에 걸쳐 대립하면서 이 지역을 긴장시켰다.

시진핑 집권 후 주변국 정책에 있어서 다소 유화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남중국해에 대한 집착은 여전하다.
시진핑은 2013년 6월 캘리포니아에서 오바마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핵심이익’ 문제를 포함시킨 ‘미중 신형 대국관계’ 설정을 요구했다. 이어 그해 실크로드 전략 발표(9월), 동중국해에 방공식별구역 선포(11월), 남중국해에 인공 섬 매립 개시(12월) 및 석유시추선 반입 등을 진행했다.

특히, 실크로드 전략의 한 축은 동남아·남아시아 해상을 따라 경제협력 회랑을 구축하는 해상실크로드(一路)이다. 이는 중국의 해상 강국을 염두에 둔 구상으로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대담하고 전략적인 행보이다.
지난 달 시진핑이 워싱턴에서 ‘신형대국관계’ 설정을 다시 요구했지만 오바마는 이를 무시했다. 또 이번에는 관례적으로 있었던 공동성명도 없었다. 추측컨대, 중국은 2009년 공동성명과 같이 ‘핵심이익’ 조항을 포함시켜줄 것을 요구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속셈을 간파하고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남중국해 문제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토문제에 대한 국민정서, 국내 성장 한계에 부딪친 중국의 해외 진출 필요성 (실크로드), 태평양 및 인도양으로 나가기위한 해양 전초 기지의 필요성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동중국해를 통한 태평양진출이 미일 동맹체제에 가로막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남중국해가 유일한 대안이 되고 있다. 즉, 군사전략적 차원에서도 남중국해의 가치는 매우 크다.

반면,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남중국해에서 밀려 태평양, 인도양의 중국 진출을 허용하면, 시진핑이 요구한대로 태평양을 중국과 나누어야 할 판이고 세계해양 패권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미국의 밀리는 모습 이 한국을 포함 이 지역 국가들에게 주는 충격파는 예측하기 힘들다.

남중국해를 비롯 우리 주변 지역에서 미중 세력 다툼은 내년 미국 선거를 앞두고 더욱 거칠어질 것이다.
우리의 대응책은 무엇인가. 우리는 3년 전과 같이 미중대립 속에서 남북한 대결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아야 하며, 우리 할 일을 제쳐놓고 미중 다툼에 말려드는 우(愚)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 남북한 관계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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