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12월 3일은 UN이 1981년 세계 장애인들의 인권과 복지문제를 알리기 위해 지정한 ‘세계 장애인의 날’이다. ‘인권’이란 인간이라면 당연히 누려야 하는 기본적인 권리이지만, 북한 주민들은 ‘인권’의 의미는 고사하고 그 단어의 존재조차 모른다.
한쪽 손과 한쪽 다리가 없는 중증 장애인으로 25년간 북한에서 살아온 나는 거기서 그저 ‘불량품’ 그 자체였다. 주변의 도움이 없으면 생존 자체가 어려운 장애인임에도 국가의 보호는커녕 고문과 폭행까지 당하면서도 어디에 하소연하거나 세상 밖에 알릴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독재체제로 인한 계속된 식량난으로 배급이 끊긴 뒤 먹고 살기 위해 석탄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던 14살의 소년이었던 나는 1996년 3월 달리는 열차에 매달려있다가 배고픔을 견디지 못해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다. 그 바람에 왼쪽 손과 왼쪽다리를 열차에 잘리고 말았다. 마취제가 없어 제대로 수술조차 받지 못한 채 온몸으로 그 고통을 감내해냈다.
가족에게 짐이 되기 싫었기에 목발을 짚고 식량을 얻으러 중-북 국경을 넘나들다가 하루는 북한 국경수비대에 그만 발각되었다. 그나마 얻어온 몇 Kg의 쌀은 모두 빼앗기고 고문을 당하게 되었다. ‘병신’주제에 구걸하러 다녀 북한체제의 격을 떨어뜨리고 수령의 권위를 손상시켰다는 죄목이 고문의 이유였다. 적법한 절차에 따른 처벌은 바랄 수도 없었다. ‘병신’이라며 야만적으로 고문하는 그들은 인간으로 보이지도 않았다.
지금도 북한정권은 체제유지와 세습을 정당화하기 위해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인권유린을 자행하고 있다.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는 것에 대해 창피한 줄을 모르는 그들이 오히려 북한이 ‘인권의 천국’, ‘장애인 천국’이라고 떠들며 국제사회의 눈을 가리려 하고 있다. 최근에는 장애인을 TV에까지 출연시켜 체제선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는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한 목소리로 북한의 심각한 인권문제를 제기하자 어떻게든 압박을 모면하기 위한 가림막에 불과한 것이다.
북한은 국제사회에 행복한 모습만을 보여야 하고 수령의 위대성만을 강조하는 최고의 거짓 사회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장애인들은 만성적인 경제난으로 인해 매일매일을 배고픔과 통증을 참아가며 죽지 못해 살아가고 있다.
이것이 내가 북한이라는 커다란 감옥에서 빠져 나오지도 못하고 저항할 수 조차 없는 그들의 대변자가 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국제사회는 북한정권의 거짓의 베일을 벗기고 주민들의 고통에 귀를 기울여야 하며 죽어가는 그들을 살려야 할 의무를 가지고 있다. 북한 인권에 관심을 가진 지구촌 모든 사람들과 함께 힘과 지혜를 모아 인권의 불모지인 북한에 희망의 불씨를 지펴주기를 간곡히 부탁한다.
북한주민들이 자유를 얻는 날, 비로소 북한의 장애인들에게도 진정한 행복이 찾아올 것이다. 북한의 장애인 인권개선에 대한 진정한 관심과 동참이 어둠의 땅 북한을 변화시키는 단초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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