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 수출통제 강화하는 인도네시아

최근 글로벌 경기 회복으로 인한 수요 견조로 물류 병목과 원자재 가격 급등이 세계 경제를 옥죄는 가운데 인도네시아 정부가 자원 수출 중단 계획을 발표하면서 수급 우려가 가속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2022년 1월 한 달간 석탄 수출을 중단하고 2022년 보크사이트, 2023년 구리 수출을 중단할 예정이다. 석탄의 경우 인도네시아 국내 공급 부족 문제가 해소되면서 수출은 안정화될 전망이지만 주요 광물 수출 제한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인도네시아는 전 세계 2위의 석탄수출국이자, 1위 니켈생산국이다. 지난달에는 인도네시아가 석탄 수출을 금지하면서 중국에서 석탄 가격이 한때 7% 넘게 급등하고 수출규제 혼란으로 석탄을 실은 선박들이 인도네시아 항구에서 적체되면서 글로벌 물류 병목이 악화되는 등 세계 시장 차원에서도 악영향이 있었다.

인도네시아는 2009년 제정된 ‘신광업법’에 따라 시기별로 광물 수출이 제한되면서 주요 광물 수출량이 급등락해왔다. 신광업법은 인도네시아 광업의 국내 부가가치 창출과 투자 유치를 목적으로 광물 수출 업체들에 제련소 설치를 의무화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며, 대다수 업체가 제련소 구축 의무를 충족하지 못해 수출 제한과 허가가 반복돼왔다.

인도네시아는 광물자원 부국임에도 신광업법 발효 이전인 2008년까지 광물 대부분이 미가공 상태로 수출돼왔다. 이에 정부는 당초 계약제였던 광산 활동을 정부 허가제로 전환하고, 수출 전 가공단계를 의무화했다.

또 인도네시아 국내시장 의무화(DMO) 등의 조항을 신설해 자국 내 부가가치 창출을 강조했다. 신광업법에 따르면 수출 전 가공단계 의무화를 위하여 모든 업체는 법 발효 5년 안에 제련공장 설치를 통한 가공단계를 거쳐야 하며, 미이행 업체에는 수출 제한 또는 관세 부과 등 페널티가 적용돼왔다.

제련소 건설 규정을 준수하지 못한 대다수의 업체들이 수출 제한 규정을 적용받게 되자 정부는 미제련 광물 수출관세 부과 조항 등 자구책을 마련했으나, 국내외 광산업체 등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여기에 신광업법은 2020년 들어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49% 이하의 지분 제한조치까지 취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최근 발간한 ‘최근 인도네시아의 주요 광물 수출 중단조치의 배경과 시사점’을 통해 “인도네시아 정부가 신광업법에 따른 광물 수출 제한과 하류 부문의 개발을 지속 추진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다수의 관련 기업이 이에 대응해 경쟁적으로 현지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완성차 업체 다운스트림 산업에서 이러한 움직임이 가시적이다. 실제로 폭스바겐과 테슬라는 인도네시아 정부와 투자 진출 관련 협의를 진행 중이며,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은 투자금 약 1조3000억 원, 연간 10GWh 규모의 배터리 생산시설 구축을 진행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대차·기아와 손잡고 인도네시아 카라왕 지역 신사업단지에 배터리셀 합작공장을 짓고 있다. 이 공장은 내년 상반기 완공해 2024년 상반기부터 양산을 시작한다는 목표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 측은 현지 공장에서 니켈 등 원자재를 수급받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입장이다.

한편, KIEP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광물 수출 제한 정책 기조가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하며 우리 정부의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 정책과 기업들의 전략적인 현지 투자가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KIEP는 “정부와 유관 공기업은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해 주요 광물 생산국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주요 광물의 공급 관련 대화·협의를 지속하는 한편, 리스크 감소 차원에서 수입선 다변화도 준비할 필요가 있다”며 “기업들은 분야별 시장 상황을 고려해 해당 국가로의 투자 진출을 통해 시장을 선도하는 전략을 채택할 수 있으며, 필요에 따라서 상류 부문까지 투자를 확대해 보다 안정적으로 공급망을 구축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 자원 수출통제에 K-배터리 위협받나 = 특히 영향을 많이 받을 것으로 우려되는 우리 수출업계는 배터리 쪽이다. 지난해부터 2차전지 원재료 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인도네시아가 양극재 원료인 니켈은 물론, 알루미늄의 원재료인 보크사이트까지 수출 제한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니켈 가격은 지난해 3월 최저가 1만5907달러, 11월 최고가 2만1135달러를 기록하고, 2만925달러로 마감했다. 올해 들어 니켈 가격은 상승을 계속해 지난달 21일 기준 톤(t)당 2만4000달러로 신고가를 찍었다. 반면 니켈 재고량은 지난해 4월 21일 기준 26만4606t에서 이달 3일 8만8182t으로 3배가량 감소했다.

인도네시아가 수출 제한을 예고한 알루미늄과 구리 가격도 상승세다. 알루미늄은 지난해 1월 초 t당 2013.5달러에서 이달 초 3058.5달러를 기록했다. 구리는 지난해 1월 초 t당 7918.5달러에서 같은 해 10월 1만652달러까지 치솟았다가 이달 초 9785달러를 기록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2019년 말 니켈 원광 수출 금지를 발표한 데 이어 지난달 11일에는 2022년 보크사이트, 2023년 구리 수출 중단 계획을 발표했다.

인도네시아는 2020년 기준 세계 최대 니켈 수출국이자 보크사이트 수출 2위, 구리 수출 6위 국가다. 인도네시아가 수출을 중단하면 국제 광물 시장 공급 부족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국내 배터리업계는 당장의 피해는 없다면서도 공급 부족 장기화 여부와 글로벌 시장 원자재 대란 초래 여부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삼성SDI 관계자는 “배터리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배터리 원재료인 광물(수급대상)이 상대적으로 여러 국가에 흩어져 있어서 (인도네시아발 공급 제한에 따른) 리스크는 작다”는 입장이다. 그는 다만 “계속 모니터링을 하면서 계속 공급망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면서 “공급처와 장기 계약을 하는 등 대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측 역시 인도네시아 정부의 수출 제한 조치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면서도 배터리 원자재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있을 수 있다. 이에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보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국무역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