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시골 길을 지나다 보면 쉽게 망가(Manggo)나 두리안(Durian)을 파는 행상을 만나게 된다. 특히 건기에서 우기로 넘어가는 환절기에 많다. 이때는 대개 연말 연시에 해당하는데 이때가 과일 수확기이기 때문이다. 좀더 지나면 람부탄(Rambutan)과 망기스(Mangostin)란 과일까지 가세하여 열대과일 천국을 이룬다.
망가와 람부탄은 서부 자바(Jawa Barat) 주 인드라마유(Indramayu)나 수방(Subang)에서 많이 생산된다. 이곳은 북쪽으로 자바해를 접하고 있기 때문에 양식업과 염전이 발달하고 있다. 그러나 남쪽은 높은 산맥이 가로 막고 있기 때문에 물이 풍부하다. 따라서 인드라마유나 수방 평야는 벼농사가 고루 발달하였고 군데군데 대규모 망가 과수원도 많다. 물이 풍부하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산 허리 지역엔 망기스를 많이 심기도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두리안 농장은 만나기 힘들다. 두리안 행상은 반텐(Banten) 주 세랑(Serang)에서 랑까스비뚱(Rangkasbitung)이나 라부안(Labuan) 해안가로 넘어가는 길가에 많다. 그렇다고 그 두리안이 그곳에서 생산되는 것은 아니다. 반텐주에서 파는 두리안은 거의 모두 남부 수마트라(Sumatera Selatan)주 빨렘방(Palembang)에서 내려온 것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격도 그리 싸지 않다. 오히려 중부자바(Jawa Tengah)주 찌안주르(Cianjur)에서 나는 두리안보다 비싸다. 하지만 품질은 비교적 좋은 것 같다.
길가의 과일 행상들은 대나무나 판자, 혹은 천으로 임시 가게를 짓고 계절 장사를 한다. 하지만 어떤 농민은 자기 집 앞에 영구 건물을 짓고 가게를 열기도 한다. 물론 가게는 아주 간단하고 지었기 때문에 앉아서 쉴자리도 변변치 못하다. 고개를 숙여야 들어갈 수 있는 가게도 많다. 진열대라야 가게 처마끝이나 기둥에 과일을 매다는 정도가 다다. 전기는 없지만 옆집에서 끌어다 불은 밝힌다. 하지만 쓰레기통은 없다. 개천이나 길가 구덩이에 모두 버린다.
이들 행상은 지나가는 자카르타 차량이 자기 가게 앞에 서기를 바란다. 아무래도 자카르타 사람들이 구매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차가 설만한 곳도 없다. 갓길이나 갓길 조금 뒤편에 집을 지은 곳이 많다. 하지만 좀 깬 사람들은 자동차가 설만한 장소를 확보하고 가게를 열기도 한다. 점차 이들도 자동차가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장사가 잘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이미 주차공간을 갖춘 행상도 많이 등장하고 있다.
또 어떤 행상은 아주 특이한 광고로 우선 손님을 끌기도 한다. 바로 싼 가격표를 내거는 것이다. 망가는 자카르타 시내 백화점에서 아무리 못나가도 1kg 당 15,000 루피아는 나간다. 그런데 거리 행상 하나가 5천 루피아라는 팻말을 내걸었다. 당연히 많은 손님이 차에서 내려 그 행상에게 다가간다. 그러나 사람들은 곧장 발길을 돌린다. 5천 루피아가 단위 속임수 광고였기 때문이다. 1kg 당 5천 루피아가 아니고 1/2kg 당인 것이다. 결국 1만 루피아인 셈이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2진법이나 25 단위에 익숙하다. 반면에 한국이나 일본 사람들은10진법에 익숙하다. 화폐 단위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인도네시아 돈은 2천 혹은 2만 루피아 단위 화폐가 있다. 또 시장 계량 단위도 25진법을 자주 사용한다. 바하사 인도네시아에도 25를 슬라위(Selawi) 라는 말이 있다. 1/4 즉 25라는 말이다. 아마 네델란드 사람들이 식민지 시대에 남겨준 유산이 아닐까 생각된다.
따라서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100 이라는 단위를 네고할 때 슬라위, 즉 25% 로 하자는 때가 많은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100 아니면 50이 다다. 따라서 단위가 더 클때가 많아 손해를 보기도 한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에게는 20 라는 단위나 25 라는 단위까지도 네고가 가능하다는 것을 염두에 두는 것이 좋다. 아니 더 친근한 숫자일 수도 있다. 실제 로칼시장에서 어떤 물건을 살 때 슬라위로 하자고 해보면 쉽게 수락하는 것을 체험해 볼 수도 있다.
열대과일 이야기를 하다 인도네시아 일상생활에서의 진법 이야기까지 늘어 놓고 말았다. 하지만 이것이 문화와 관습의 차이다. 속임수 광고기법도 한번 짚어 보긴 했는데 더 기발한 속임수도 있기는 있다. 계량단위를 말하지 않고 그냥 금액을 말하는 것이다. 즉 1kg 당 1만 루피아짜리 망가를 그냥 2만 루피아라고 말해 보는 것이다. 외국인이기 때문에 그냥 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왜그리 비싸냐고 반문해 보면 2kg 에 2만 루피아라고 말한다. 이게 바로 웃기는 속임수 장사다.
어째든 인도네시아는 재미있는 나라다. 워낙 인종도 많고 교육의 정도도 많기 때문에 다양한 속임수 장사기법도 발달한 것 같다. 그렇다고 마냥 속아줄 수도 없는 나라, 그래서 인도네시아는 ‘알기도 힘들고 설사 알아도 힘든 나라’라고 하는가 보다. 그야 인도네시아는 ‘되는 일도 안되는 일도 없다’는 나라이니 머리속으로 이해는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