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출신 97%…조선족 64%·중국 18.5%·일본 3.4%
소득·소양·품행 따져…일반 영주권은 연간 약 9천만원 벌어야
취업활동·사회보험·지방선거 투표권…범죄 저지르면 취소
저출산·고령화에 “이민자, 적재적소·시장 필요만큼 받아들여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00만달러(약 71억원)에 미국 영주권을 팔겠다고 나서면서 대한민국의 영주권은 과연 어떻게 취득하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미국의 영주권인 일명 ‘그린카드’가 세계인의 선망이 대상인 가운데, 1950년대 최빈국에서 최단기간 원조국으로 올라선 대한민국의 영주권 역시 위상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 (서울=연합뉴스) 2018년 6월 13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초등학교 교육문화관에 마련된 지방선거 투표소에서 나이지리아 출신의 공장 노동자 우구오마 오빈나 사무엘(52) 씨가 선거인명부를 확인하고 있다. 한국 영주권을 받은지 3년이 경과하고 자치단체의 외국인등록대장에 등재된 외국인은 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2026.3.5
◇ 영주권 – 귀화 이전 ‘준시민’ 자격 획득
영주권은 자국민이 아닌 자에게 장기적으로 정주할 수 있도록 하는 권리로, 최종적으로 귀화하기 이전에 ‘준시민’으로서의 자격을 획득하는 것을 의미한다.
외국인이 한국 영주권을 획득하면 자유로운 취업 활동이 가능하며, 사회보험에 가입할 수 있고, 영주권 취득 3년 이후부터 지방선거(대선·총선 제외) 투표권도 주어진다.
한국에 영주권 제도가 도입된 건 2002년이다. 도입 초기만 하더라도 영주권 발급 대상은 주로 국내에서 출생한 화교들이었으나 점차 결혼 이민자, 외국인 노동자를 비롯해 외국인 투자자로 확대됐다.
지난 20여년간 한국 영주 자격 소지자는 30배 넘게 성장했다.
5일 법무부 출입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영주권자 규모는 20만2천여명으로, 2002년 제도 시행 당시(6천여명)의 약 34배 수준이 됐다.
한국 영주권자의 대륙별 출신지를 보면 아시아가 96.6%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어 유럽 1.6%, 북아메리카 1.3%, 오세아니아 0.2%, 아프리카 0.1%, 남아메리카 0.06% 등 순이었다.
국가별로 보면 한국계 중국인(조선족)이 64%(13만4명)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으로 중국 18.5%(3만7천451명), 대만 5.1%(1만428명), 일본 3.4%(7천36명), 우즈베키스탄 1.5%(3천139명), 베트남 1.2%(2천548명), 미국 0.9%(1천815명) 출신 순이었다.

- (서울=연합뉴스) 2024년 7월 1일 서울 경복궁 소주방에서 열린 ‘한낮의 시식공감’ 다문화가정 결혼 이민자 초청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궁중음식을 맛보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2025.3.5
◇ 일반 영주권은 연간 약 9천만원 벌어야
대한민국 영주권을 받으려면 일반적으로 소득·소양·품행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소득 요건의 경우 비자 유형별로 다르지만, 신청자의 연간소득이 한국은행이 고시한 1인당 국민총소득(GNI)의 1배 혹은 2배가 돼야 한다.
예컨대 5년 이상 한국에 체류한 자를 대상으로 발급되는 일반 영주권(F5-1)의 소득 요건은 국민총소득(GNI) 2배다.
지난해 3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한국의 1인당 GNI는 3만6천914달러다. 원화 기준으로는 4천405만1천원.
이를 기준으로 하면 일반 영주권은 연간 약 9천만원의 소득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결혼 이민 영주권(F5-2)의 경우 인도적 차원에서 소득 요건이 다소 낮아진다. 한국 국민과 결혼한 경우 가족 합산 소득이 GNI 1배 이상이어야 하며, 자녀를 임신하거나 미성년 자녀를 양육하는 등 조건을 충족하면 GNI 80%까지 완화된다.
조선족 등 재외동포가 받는 영주권(F5-6)도 마찬가지로 가족 합산 소득이 GNI 1배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앞선 기준으로 하면 연간소득이 약 4천500만원 정도여야 하는 것이다.
소양 요건으로는 한국어와 한국 법·문화·역사 등에 대한 이해도를 갖춰야 한다. 법무부가 운영하는 한국 교육 프로그램 KIIP(사회통합프로그램) 5단계를 이수하거나 영주용 종합시험 60점 이상을 받으면 소양 요건을 증명할 수 있다.
마지막 품행 요건으로는 국내·외 범죄 경력을 심사해 법과 질서를 잘 준수했는지 평가한다.
다만 영주권 획득 방법에 따라 세가지 요건 심사가 면제·완화되기도 한다. 해외 박사 학위 소지자, 특정 분야 능력 소지자, 한국에 특별한 공로가 있는 자 등은 세부적으로 요건이 상이하다.
아울러 국내에 머물며 범죄를 저지르거나 국가 안보, 외교 관계, 국민 경제 등 측면에서 국익에 반하는 행위를 한 경우 영주자격이 취소된다.

◇ 2010년 제주 시작으로 부동산 투자이민제도 시행
영주권은 단순한 거주 허가를 넘어 국가 경제를 활성화하는 투자 유치 수단이 되기도 한다.
국내에도 투자 유치를 목적으로 한 영주권 제도가 존재한다. 다만 과도한 개발에 따른 부동산 가격 상승, 환경 파괴, 주민 갈등 등으로 인한 부작용이 지적돼 점차 발급 기준을 높이는 추세다.
정부가 본격적으로 영주권을 통한 투자 유치를 꾀한 것은 2010년 ‘부동산 투자이민제도’를 시행하면서부터다. 당시 제주도에 한해 외국인이 5억원 이상의 부동산을 매입해 5년 이상 체류하면 영주 자격을 부여했다. 현재는 그 기준이 10억원으로 상향됐으며 명칭도 ‘관광·휴양시설 투자이민제도’로 변경됐다.
이 제도를 통해 제주에는 2010년부터 4년간 총 1조241억원에 달하는 투자금이 유입되는 등 가시적 성과가 나타났으며 인천 경제자유구역, 강원 평창, 부산 해운대, 여수 경도 등도 이를 채택했다.
이에 ‘부동산 투자’ 영주권(F5-17)자는 2017년 58명에서 작년 9월 기준 712명으로 11배 이상 늘었다.
- (서울=연합뉴스) 세계노동절을 사흘 앞둔 지난해 4월 28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메이데이 집회에 참가한 이주노동자들이 임금체불 피해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2025.3.5
◇ 저출산·고령화 해법 대두…일자리 갈등 우려도
저출산·고령화가 심화하면서 젊고 성실하며 유능한 외국인을 유치하는 것은 정부의 핵심 과제가 됐다.
돈을 벌어 본국으로 돌아가기보다 한국에 정주하려는 외국인이 증가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다.
법무부에 따르면 장기체류 외국인은 2010년 100만명에서 지난해 196만명으로 증가했으며, 평균 체류 기간은 2015년 평균 3.6년에서 지난해 6.3년으로 늘어났다.
곽재석 한국이주동포정책개발연구원 원장은 “한국은 전세계 유례없는 속도로 저출산·고령화 사회로 향하고 있다”며 “이미 노령화 사회에 접어든 지 오래돼 정책적·사회적 정책이 마련된 나라와 달리 당장 10∼20년을 버틸 대안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장기근속하는 이민자들이 많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 사회에 통합됐으며 숙련화됐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들에게 나라를 개방해야 더 좋은 인력이 들어올 수 있다”고 제언했다.
다만 한정된 일자리와 복지 예산을 두고 내국인과 외국인 체류자 간 갈등이 벌어질 수 있는 만큼 면밀한 모니터링에 기반한 영주권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서리 이민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2023년 8월 보고서를 통해 “인재 유치 관련 국가의 경쟁력은 인재들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면서도 경제적·심적으로 편안하게 살 만한 환경이 갖춰져야만 확보될 수 있다”며 “인재유치정책은 이민정책, 경제·사회 정책 전반과 맞물려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재가 자신의 역량을 인정받을 수 있고, 그에 맞는 보상을 받으며, 그와 동시에 가족과의 삶을 그릴 수 있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도 “이민자를 적재적소에, 시장에 필요한 만큼 받아들이는 메커니즘이 필요하다”며 “결국 질 좋은 일자리가 늘어나고, 지역에 사는 것이 이점이 될 수 있는 좋은 도시를 만드는 것이 함께해야 한다”며 말했다. (동포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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