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의사협회 반대에도 외국인 의사 개업 허용키로

의료 면허 발급 권한, 의사협회에서 보건부로 이관
해외 자본의 공공병원 설립 허용…낙태 규제도 완화

의사가 부족한 인도네시아가 의사협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의사가 국내에서 의료활동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12일(현지시간) 일간 콤파스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국회는 의료 면허 발급 권한을 의사협회에서 보건부로 이관하고 보건 관련 예산 의무 지출을 폐지하며 낙태 관련 규제도 완화하는 등 11개 보건 의료 관련 법을 한꺼번에 개정하는 일명 ‘보건 의료 옴니버스 법’을 통과시켰다.

법 개정에 따라 의료 면허 발급 권한이 보건부로 넘어오면서 외국인 의사도 인도네시아에서 의료 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지금도 의사협회의 허가가 있으면 외국인 의사가 국내에서 활동할 수 있지만 의사협회는 자국 의사 보호를 위해 아주 예외적인 경우에만 이를 허가한다.

하지만 보건부는 5년 이상 의료활동한 외국인 의사가 보건부의 역량 평가를 통과하고 언어 학습에 동의하면 의료활동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처럼 외국인 의사를 허용하기로 한 것은 그만큼 의사 수가 부족해서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인구 1만명당 의사 수가 6명으로 이웃 싱가포르(25명)는 물론 태국(9명)이나 필리핀(8명)보다 적다.

이에 따라 외딴 지역에서는 의사의 치료를 받기 위해 몇 달씩 기다려야 하고, 해외로 나가 치료받는 경우도 많다. 인도네시아인이 해외에서 진료받는 비용만 연 115억 달러(약 14조 8천억원)에 이른다.

또 새로운 법은 국가 예산의 최소 5%, 지방 정부 예산의 최소 10%를 보건 지원비로 사용하도록 한 규정을 없앴다. 대신 대신 민간 기업은 물론 외국 자본이 공공 병원을 세울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환자 동의가 있을 경우 환자 데이터를 해외 의료기관과 공유할 수 있으며 의사가 의학적 응급 상황이라 판단되면 낙태가 가능하도록 규정을 명확히 했다. 지금은 남편의 동의를 받은 기혼 여성과 성폭행 피해자만 낙태가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부디 구나디 사디킨 보건부 장관은 “이 법이 대도시뿐 아니라 외딴 지역에서도 더 강력한 의료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인도네시아 국회가 의료법을 개정하자 인도네시아 의사협회를 중심으로 의사, 간호사, 치과의사, 기타 의료 종사자들은 대규모 시위를 벌이며 파업에 들어가겠다고 반발하고 있다.

의사협회의 아딥 쿠마이디 회장은 “지금도 의사 수는 충분하지만, 대도시에 집중돼 있다는 것이 문제점”이라며 새로운 법은 오히려 도시와 농촌 간 의료 격차를 키우기만 한다고 주장했다.
(c) 연합뉴스 전재협약 /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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