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 26일
“당신의 인생의 꽃은 먼저 피느냐, 나중에 피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아름답게 피었다 가느냐가 중요합니다”
자카르타한국국제학교(JIKS) 김승익 교장이 그의 대표작 ‘흔들리며 피는 꽃’의 낭송을 끝내자 도종환 시인은 이렇게 전했다.
지난 5월 25일 자카르타 한국문화원(KCC)에서 도종환 시인은 ‘문학은 우리에게 무엇을 주는가’라는 주제로 강연회를 가졌다.
이날 도종환 시인은 한인동포들이 그의 대표작인 ‘한 송이 꽃’, ‘흔들리며 피는 꽃’,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담쟁이’ 등을 읽어 내려가면 자신의 문학세계, 삶의 태도, 문인과 정치인으로의 삶 등에 대해 솔직하게 강연했다.
자신을 나중에 핀 꽃이라 칭한 도종환 시인은 혹시 자신처럼 자신이 꽃필 때를 기다리며 먼저 핀 꽃들을 부러워하고 있는 이가 있다면 ‘내 꽃도 언젠가 필 것이다’는 자신감으로 아름답게 꽃 피울 날을 기다리라 조언했다.
이날 타국에서 각자 목표한 바를 위해 바쁘게 살아만 왔던 한인동포들에 도종환 시인은 그의 문학을 통해 아름다운 잠깐의 쉼표를 찍어주었다는 평이다.
그는 자신을 문학가로 성장시킨 건 팔할이 가난과 외로움이었다며 절대 빈곤의 사회라는 시대 속에서 가난으로 인한 가족해체를 겪으며 느낀 좌절과 방황에서 그의 문학이 시작되었다고 전했다.
그는 “내가 울면서 쓰지 않으면 남들도 울면서 내 시를 읽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렇게 처절해야 시인이 되는 건지 야속할 때도 있었다”며 그 점을 깨닫는 과정에서 “나의 슬픔이 아니라 모두의 아픔, 시대의 아픔에 정직한 시인이 되겠다 다짐하고 지금까지 살아오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도종환 시인은 국회에 입성했을 시 한 문인이 문인으로서의 도종환은 죽었다며 근조화분을 보내오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에 그는 그 근조화분을 책상 앞에 두고 매일 “나는 오늘 죽었는가?”라고 자문하며 계속 살아있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날 모인 문인협회 회원들에게 문인은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눈을 가져야 한다며 ‘통찰력’을 가질 것을 조언했다. 이어 ‘앞만 보며 정신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길 옆의 꽃 한 송이를 보게 해주는 게 문학’이라며 사람들의 걸음을 잠시 멈추게 하는 문학을 해달라 전하기도 했다.
평일 저녁임에도 문화원 다목적홀을 가득 메운 한인동포들은 한 주의 시작인 월요일 저녁 도종환 시인과 함께 문학에 흠뻑 취해보는 아름다운 만남을 가졌다 전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비례대표로 제19대 국회의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도종환 시인은 「접시꽃 당신」등 8권의 시집과 「사람은 누구나 꽃이다」등 4권의 산문집을 출간하였으며 신동엽 창작상, 정지용 문학상, 윤동주상 문학부문대상, 백석문학상, 공초문학상, 신석정 문학상 등을 수상한 시인이다. 그는 앞에서는 아름다운 서정을 뒤에서는 굽힐 줄 모르는 의지를 두고 끝내 그것을 일치시키는 ‘부드러우면서도 곧은 시인’이란 평을 받고 있다.
<조태영 대사와 도종환 시인겸 국회의원은 자카르타 전통 식당에서 환담을 나누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기사 손정경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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