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방문에서 느낀 소감

글. 이선진 서강대 동아연구소 교수 전 주인도네시아 대사

글. 이선진 전 인도네시아 대사

지난 5월 초 대만을 방문해 전직 관료, 전직 외교관, 대학교수 등 각계의 인사들을 만났다. 중국의 대만침공설이 인구에 회자되고 내년 1월에 대만 총통 선거가 있지만 사회는 차분하고 안정적이었다. 경제적으로도 안정되어 있고 1인당 국민소득은 한국보다 높다.

이번 방문에서 여당(민진당), 야당(국민당) 인사도 만났지만 그들은 중국의 침공설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만이 레드라인(redline), 즉 대만독립을 선언하지 않는 한 중국이 전쟁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중론이다.

총통 선거에 여당 후보로 선출된 현 부통령은 대만독립을 강하게 지지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그도 대만독립을 추구하기보다 현상유지(status quo)를 바라는 여론의 대세에 순응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대만침공 가능성을 다른 측면에서 가늠해 보았다. 지난해 8월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했을 때 중국군이 대만 수역에서 대대적인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그러나 대만은 지난해 중국과의 무역에서 1000억달러가 넘는 무역흑자를 보았다.

수출의존도가 70%일 정도로 높은 대만 경제에서 최대 수출시장은 중국이다. 중국과 홍콩을 합하면 대만 수출의 43%를 차지한다. 또한 대만이 자랑하는 반도체산업의 최대 수출시장도 중국으로 중국과 홍콩 수출을 합하면 60%에 달한다. 대만이 경제적으로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만큼 중국이 굳이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군사행동을 취할 이유를 찾지 못하겠다.

반도체산업은 대만의 최대 방어무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대만 통일 의지를 가지고 있고 대만 주변에서 수시로 군사훈련을 하는 만큼 언제든 침공 가능성은 있다. 일각에서는 경기침체 등 중국 내부의 불안을 외부로 돌리기 위해 침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닌 것 같다.

한 전직 대만 외교관은 미국 중국 일본 등 세 나라와의 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최우선 외교 과제이며, 어느 정권이 내년에 들어서도 이러한 노선은 유지될 것으로 내다보았다.

대만의 반도체산업 정책이 인상적이다. 대만 최대 반도체기업 TSMC는 국민들의 전폭적 지지 속에서 정치적으로도 당파를 초월한 지지를 받고 있다. 어느 당이 정권을 잡던 다양한 지원을 제공해 세계적 경쟁력을 유지하도록 한다.

비메모리 반도체 칩 시장의 세계 점유율은 TSMC 56%, 삼성전자 15%, UMC(대만) 7% 등이다. 세계에서 대만 TSMC와 한국 삼성전자만이 3나노(nm) 공정기술까지 개발했다. TSMC는 중국에 2개의 생산공장을 가지고 있으며 미국과 일본에 생산 공장을 건설 중이다.

미국 애리조나에는 기존 공장에 추가해 초미세 공정의 공장을 건설 중이며 내년부터 생산 예정이다. 반도체 기술력과 생산력은 대만이 가지고 있는 최고의 방어무기(defense weapon)다. 아세안이 중국 다음으로 큰 대만 반도체 수출시장이다. 반도체뿐 아니라 일반 상품의 경우에도 아세안이 중국 다음으로 큰 수출시장이다. 많은 대만 기업들은 미중경쟁이 치열해 지자 이의 악영향을 차단하려고 일찍이 동남아로 이전했다.

대만에 관한 자료를 조사하면서 대중국 무역에 있어서 한국과 대만 사이에 큰 차이점을 발견했다. 대만은 지난 10년간 매년 700억~1000억 달러에 달하는 무역흑자를 보았다. 반면 한국의 흑자 수지는 계속 축소되어 지난해 12억 달러, 올해에는 적자로 전환될 전망이다.

균형감 잃지 않고 실리 챙기는 게 중요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할까. 많은 사람들은 지정학적 요인이나 중국의 차별대우로 풀이한다. 그러나 한국의 대중국 무역에서 흑자가 축소되는 추세는 미중경쟁 이전부터 시작되었다.

한국무역협회는 5월 초 ‘역대 급 대중국 무역적자’는 한국의 경쟁력 문제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한국이 작년에 사상 최대의 무역적자를 보았으며, 이 또한 수출경쟁력 하락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심각한 문제다. 1990년대 외환위기 때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면서 직장을 떠났고 외교현장에서 망신당하던 장면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대만은 미중 전략경쟁의 핵심이슈 중 하나다. 그러나 균형감을 잃지 않고 실리를 챙기고 있다. 한국도 균형감과 실리외교를 회복해 무역적자 해소와 수출경쟁력 회복에 총력을 기울였으면 좋겠다.

(내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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