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국적은 안녕하십니까?

2015년 3월 2일

지난 호에서 종전 국적법상의 국적선택제도, 그 중에서도 여성의 국적선택의무에 대하여 설명한 바 있다. 선천적 복수국적 여성의 경우 만22세가 되기 전까지 하나의 국적을 선택해야 하는데, 이때까지 선택하지 않으면 우리 국적이 자동상실되어 외국 국적만 남게 된다. 그런데 남자의 경우는 병역자원 관리 차원에서 달리 규정된다.

남자는 제1국민역에 편입(만18세가 되는 해의 1월 1일부터)하여 외국국적을 선택하거나 반대로 외국국적을 포기하고 대한민국 국적을 선택할 수 있는데 만일 그 때까지 대한민국 국적이탈을 하지 않았다면 병역의무가 해소되기 전까지는 대한민국 국적이탈을 할 수 없었다.

그 이후에는 병역의무가 해소된 때로부터 2년 이내 대한민국 국적을 이탈하여 외국국적을 선택하거나 반대로 외국국적을 포기하고 대한민국 국적을 선택하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만일, 병역의무가 적극적으로든 소극적으로든 해소된 때로부터 2년 이내 국적이탈을 하거나 우리국적 선택을 하지 않으면 종전 국적법은 이때에도 역시 복수국적자가 법에 정해진 국적선택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대한민국 국적이 자동으로 상실되는 것으로 규정하였다.

지난 호에서 병역의무를 적극적으로 이행한 시점으로부터 2년 내에 우리 국적선택을 하거나 아니면 국적이탈을 하거나 했었어야 했는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제대일로부터 2년 되는 날에 그만 우리 국적이 자동으로 상실되어 버린 사례를 소개했다.

이 남성은 대만 아버지와 한국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지만, 국내 출생 이후 대만에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고, 화교 학교가 아닌 일반 학교를 줄곧 다녔다. 더구나, 이 남성이 태어났을 때에는 기본적으로 부계혈통주의였기 때문에 얼핏 보면 대한민국 국적을 보유하지 않았다고 볼 수도 있으나 부계혈통주의 하에서도 일정한 경우에는 대한민국 국적을 보유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있었는데, 위 사례가 바로 이런 경우였다.

저출산시대에 국민들이 출산을 많이 하게 하고 젊은 경제활동인구가 이탈하지 않게끔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국익에 부합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복수국적 자체에 대한 맹목적인 적대감으로 인하여 병역을 마쳤는데도 본인에게 아무런 통지 없이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시켜 버리는 안타까운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한시도 대한민국 국민이 아님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며 국적 자동상실의 억울함을 호소하던 이 남성은 경직된 국적제도의 희생양이었던 것이다. 당시 국적난민과장으로 근무 중이던 필자는 그 남성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하고서 즉시 국적회복 허가처리를 했다. 하지만 난데없는 국적 자동상실로 겪은 고초가 쉽게 치유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인권침해와 국민 자동배제라는 문제점을 안고 있던 국적자동상실제도는 결국 2010년 5월 4일 공포된 새 국적법에서 폐지됐다. 다만, 국적선택의무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으며, 이제는 국적선택을 하지 않더라도 우리 국적이 자동상실되지는 않는 것으로 바뀌었다. <재외동포신문>

<저작권자 ⓒ한인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용시 사전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