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친구들에게 나눠줄 도시락을 싸며

배은준 / JIKS 12

일요일마다 우리 교회에서는 인도네시아 빈민촌 사람들에게 나눠줄 도시락을 싼다. 나는 근 2년간을 이 도시락을 싸는 것을 돕는 자원봉사를 해 오고 있다.

일주일에 고작 1시간 남짓한 시간이지만 나는 이 시간에 여러 가지를 생각한다. 매주 도시락의 메뉴는 다양하게 바뀌지만 보통 가장 많이 등장하는 메뉴는 치킨 프라이다.

바삭하게 튀겨진 치킨과 어른 주먹만 한 밥 한 덩이, 오이나 토마토 같은 야채와 토마토소스 등이 곁들여진다. 나는 친구와 함께 이 음식들을 일회용 도시락에 가지런히 담는 작은 봉사를 하는데 큰일은 아니어도 여러 사람이 함께 도시락을 약 200여 개 완성하고 나면 왠지 모르게 뿌듯함이 몰려온다.

무엇보다 그것을 받아서 맛있게 먹을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행복한 얼굴을 떠올리면 내 마음도 행복해진다. 솔직히 이 봉사를 하기 전에는 집에서 치킨을 시켜 먹고 남는 조각을 무심히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먹는 걸 잃어버려 쓰레기통으로 간 적도 많았다.

그런데 몇 조각 치킨이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참 호사스러운 한 끼 식사임을 알고 나서부터는 남겨진 치킨을 되도록 버리지 않고 먹게 된다. 도시락 봉사는 내게 냉장고를 열면 먹을 음식과 음료수가 있고 언제든 원하면 맛난 과자가 사 먹을 수 있다는 이 일상의 작은 것들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를 내게 가르쳐 주었다.

인도네시아는 매우 부유한 사람과 매우 가난한 사람이 공존하는 나라라고 볼 수 있다. 집안에 넓은 수영장이 있는 주택을 몇 채씩 소유한 사람이 있고 비싼 자가용을 몇 대씩 소유한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갓난아이까지 포함하여 다섯 명의 대가족인데 집이 없어 고속도로 난간 밑에 사과박스 같은 것을 깔고 허름한 천막 같은 곳에서 사는 사람들도 많다.

또 크고 높은 담벼락을 하나 사이에 두고 한쪽에는 고급 아파트여서 수영장, 축구장 등 각종 스포츠 시설이 있고 한쪽 담벼락 밑에는 허름한 옷을 입고 먹을 것이 없어 쓰레기통을 뒤지는 아이가 살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가난한 자는 평생 타보지도 못할 명품카를 타고 지나가는 도로에서 아기를 품에 안은 엄마가 구걸하며 서 있는 모습이 동시에 보인다. 깨끗한 교복을 입고 자가용을 타고 귀에 이어폰을 꽂고 간식을 먹으며 등교하는 학생이 있고 길에서 교통 신호를 정리해주는 청소년도 있다.

나는 이런 양극화된 인도네시아에 모습을 보면서 가끔 생각에 잠긴다. 나는 그 중간 어딘가에 있는 사람인데 나는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어쩌면 내가 일요일마다 도시락 싸는 것을 돕는 봉사를 하는 것도 이런 풍경들을 보면서 느끼는 작은 양심의 가책 같은 것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큰 것을 돕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작은 봉사를 통해서라도 무엇인가 나보다 어려운 이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고 힘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있다.

지금은 고3이라 입시로 인해 내가 할 수 있는 봉사들이 많지 않다. 하지만 대학에 진학해서라도 또 다른 어떤 형태의 봉사가 있다면 그것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고 싶다.

작은 시냇물 한줄기는 미약하지만 그런 물줄기가 함께 모이면 매우 강력한 물줄기를 만들 수 있다. 냇물이 바닷물이 되면 여러 가지로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어디서든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물줄기를 지켜가는 조그마한 행동을 포기하지 않는 것, 즉 작은 봉사를 실천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가치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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