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총기로부터 안전

사진= 2018년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총기 소지 반대 시위. 팻말에는 ‘총기가 아니라 어린이들을 보호하라’라고 쓰여있다. (출처: The Denver Post)

학생기자 김채희 / JIS 10

지난 24일 미국 텍사스주 남부 유밸디의 한 초등학교에서 총기 난사 사건으로 최소 어린이 19명과 성인 2명이 숨졌다고 현지 경찰 당국이 밝혔다. 희생자 대부분은 7~10세 어린이이며, 범인은 근처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샐버도어 라모스(18)로 밝혀졌다.

이번 사건은 2022년 미국에서 발생한 199번째 총기 난사 사건이며 28번째 학교 총기 난사 사건이다. 2022년이 고작 144일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고려하면 미국에서는 일주일에 평균 10번의 총기 난사가 일어난 셈이다.

또한 이번 사건은 지난 14일 발생한 뉴욕주 버팔로 ‘슈퍼마켓 총기 난사’ 사건 이후 고작 열흘 만에 일어난 비극이다. 매년 수많은 총기 난사 사건에도 불구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미국 정부는 여론의 비판을 받고 있다.

총기 소지 규제의 필요성은 미국 내에서 가장 큰 이슈 중 하나이며 찬반 여론이 극명하게 갈린다. 개인의 권리를 집단의 평화보다 중요시하는 미국의 국가적 이념에 기반하면 총기 소지 규제는 개인의 선택 자유에 대한 침해이기 때문이다.

미국 수정헌법 2조에도 국민이 무기를 소장할 권리가 명백하게 보장되어있다. 하지만 인권 문제는 표면상의 명분일 뿐이다. 실제로 이 문제의 핵심에는 미국 최대 총기 소유 조직이자 막강한 이익집단인 미국 전국 소총협회(The National Rifle Association, NRA)가 있다. NRA는 최소 500만 명의 회원과 막대한 자금을 보유하고 있어 대선과 총선 등에서 영향력이 막강하다.

미국의 정치헌금 추적 사이트인 Open Secrets에 따르면 이 협회가 2020년 연방 선거에 지출한 자금만 2,900만 달러가 넘는다. 따라서 미국 정치인들이 총기 소지를 금지하거나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다.

그렇다면 인도네시아는 어떨까.

미국과 달리 인도네시아에서는 총기의 사적 소유권이 법으로 보장되지 않는다. 모든 총기 판매 및 소지는 인도네시아 경찰(Kepolisian Negara Republik Indonesia, POLRI)의 민간 무기 및 총기 부서의 엄격한 규제를 따라야 한다.

고위 관리, 군대 또는 경찰만이 합법적으로 총기를 구매하고 소유할 수 있으며, 모든 화기 및 탄약을 취득하려는 인도네시아인은 총포 소지 허가증을 신청해야 한다.

발급 과정에서 범죄 이력, 신체적, 정신적 건강 기록 등의 배경 조사를 거쳐야 하며, 2년마다 면허를 재발급 받아야 한다. 따라서 개인 총기 소지자를 따로 기록하지 않는 미국과는 달리 인도네시아의 합법적인 총기 소지자들은 모두 공식 기록에 등록되어 있다.

이러한 까다로운 절차와 규제 덕에 총기 소지자의 비율이 낮은 편이다. 스

위스 국제무기 조사기관의 소형무기 조사(Small Arms Survey, SAS)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국민은 100명당 1개 미만의 총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국민 100명당 120.5개의 총기를 소유하는 미국에 비하면 현저히 낮은 수치이다.

또한 불법 총기 소지에 대한 처벌 역시 최고형이 징역 10년인 미국에 반해 20년형 또는 사형으로 매우 엄격한 편이다. 이 모든 규정은 어디까지나 ‘합법’ 총기 소지에만 적용되지만, 개인 판매자를 통해 배경 조사 없이도 쉽게 총기를 구매할 수 있는 미국에 비교하면 통제가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편이다.

이처럼 강력한 총기 규제는 범죄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 호주 시드니대학이 운영하는 모니터 그룹 ‘건폴리시 (gunpolicy.org)’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인도네시아의 10만 명당 살인 범죄율은 4.59였으며, 이는 같은 해 5.92를 기록한 미국에 비해 낮은 수치이다.

또한 2021년 인도네시아는 군사 예산, 무기 수출, 폭력 범죄의 정도, 잠재적인 테러 공격 위험 등 23개 지표를 종합하여 평화를 수치화한 세계 평화 지수(Global Peace Index, GPI)에서 163개국 중 42위라는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같은 지표에서 미국은 122위를 기록하며 세계평화와 인권 수호자라는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

인도네시아 뿐만 아니라 세계 그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미국의 총기 관련 범죄는 압도적으로 높다. 2017년 CNN 보도로는 1966년에서 2012년 사이에 일어난 전 세계의 모든 총기 난사 사건 가운데 1/3이 미국에서 일어났을 정도다.

이처럼 인도네시아의 성공적인 총기 범죄 예방과 더불어 모든 지표가 미국 총기 규제 강화의 필요성을 가리키고 있다.

미국 국민들이 생명권과 학교에서 안전하게 교육받을 권리라는 기본권을 되찾을 때까지 얼마나 더 많은 생명이 희생되어야 할까? 소수의 이익이 아닌 모두의 안전을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고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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