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소요 사태로 세계 시장의 원자재 리스크가 다시 한번 부각되는 가운데 진짜 문제는 중국의 자원무기화라는 산업계의 우려가 나온다.
2018년 미·중 무역분쟁이 본격화된 이후 공급망을 세계 각국에 분산시켜야 한다는 ‘탈(脫) 중국론’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입김에 맞춰 국제 원자재 가격이 움직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코로나19 장기화 속 원유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중국발(發)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도 국내 산업계를 압박하는 요인이다. 호주, 인도네시아 등 탈중국을 실현하기 위한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韓 핵심 원자재 가격 주무르는 中
18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세계 시장에서 중국의 점유율이 리튬은 2월 둘째주 기준 kg당 408.5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3.6% 급등했다. 희토류(산화디스프로슘)는 495달러로 33.1% 상승했다.
전기차 배터리의 원료인 수산화코발트는 t당 7만725달러로 50.5% 뛰었고 니켈과 망간도 각각 2만4150달러(29.1%), 1685달러(20.8%)까지 올랐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중국의 주요 광물 가공 세계 점유율은 압도적이다. 특히 희토류는 87%에 달한다.
코발트와 리튬이 각각 65%, 58%를 차지하고 있고 구리 40%, 니켈 35%다. 이들 대부분 우리 제조업의 핵심 부품에 필수적인 원자재다. 결국 가격 상승으로 우리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원자재 시장에서 중국의 입김은 더욱 거세지는 추세다.
철광석이 대표적이다. 지난해부터 가격 급등이 이어지던 철광석은 최근 t당 149.32달러로 한 해 전보다 9.3% 하락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철광석 무역상들에게 가격 상승을 통제하라고 압박을 넣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원자재 시장에서 중국의 영향이 커지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한다. 중국이 제조업 육성으로 우리의 경쟁 상대로 떠오르면서 가격 경쟁력 우위에 서고 있어서다. 중국의 전략은 값싼 인건비로 세계의 공장을 빨아들여 원가 경쟁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가져간다는 것. 한국은 주요 공산품에서 중국과 직접적으로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어려운 현실이다.
수년간 해외 자원 개발 성공 사례가 드문 상황에서 개별 기업의 협상력으로는 한계가 있다는게 현장의 목소리다. 실제 전기차 배터리 기업의 경우 완성차 업체와 가격 연동을 해야 하는 입장인데 성공 가능성은 미지수인 상황. 그 사이 중국은 CATL 등 배터리 셀 업체를 내세워 완성차업체들과 협상에 나섰고 테슬라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도 중국 투자를 서두르고 있다.
中 대체 수입선 확보 시급
자원은 물론 중간재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산업 구조 상 중국으로부터 자유롭기가 쉽지 않다. 대표적인 예가 희토류다.
중국은 작년 12월 대형 희토류 생산 국유기업인 중국알루미늄그룹, 중국우쾅그룹, 간저우희토그룹 3곳과 국유 연구기관 2곳 등 총 5개 기관을 통폐합해 중국희토그룹을 만들었다.
세계 희토류 공급망에 대한 통제와 주도권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이 통제력을 강화할 수록 우리나라 대중 수입의존도는 높아지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핵심 금속 소재(희토류)에 대한 한국의 대중 수입의존도는 52.4%로 일본과 미국 보다 1.2~1.3배 높은 수준이다.
중국을 대체할 새로운 수입처를 확보해야 하지만 투자비용과 기간이 소요돼 쉽지 않은 상황. 전문가들은 중국과 적극적인 합작사업을 통해서 안정적인 공급망을 유지하는 한편, 신규 수입원 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우리정부도 지난해 12월 한-호주 정상회담을 통해서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등 지원에 나선 상태다.
호주는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희토류를 비롯해 리튬, 니켈 등 광물이 풍부한 자원 부국이다.
정봉호 전경련 아태협력팀 수석부장은 “세계에서 자원이 많은 나라가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즉각적인 수입처 다변화는 쉽지 않다”면서 “최근 아세안 중에서는 자원 부국이라고 할 수 있는 인도네시아를 겨냥해서 기업들이 관심을 갖고 진출하고 있는 것도 제 2, 3의 수입처 확보를 위한 대응”이라고 말했다.
(경제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