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로 수도 옮기는 인도네시아를 위한 조언

중앙을 가로지르는 방파제 왼쪽으로 홀로 버려진 건물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이슬람 사원(모스크)이다. 1만7000여 개의 섬으로 이뤄진 인도네시아는 지구 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과 지하수 개발 등에 따른 지반침하 문제가 겹쳐 2100년이면 해안 도시 대부분이 물에 잠길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인구 1000만 명의 인도네시아 수도인 자카르타는 해마다 7.5cm씩 지반이 내려앉아 해안 제방을 쌓아도 바닷물이 제방을 넘어 들어오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33개 행정구역 중 24개 지역이 해수면 상승의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해수면 상승으로 자카르타가 한 해에 지출한 비용은 10억 달러(약 1조1130억 원)를 넘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결국 인도네시아 정부는 2019년 수도를 보르네오섬 동부 칼리만탄으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18일자 특별판을 발행하며 기후 변화로 자신의 터전을 버리고 새로운 곳으로 이주할 때 고려해야 할 점들을 ‘대비 전략: 기후 변화로 인한 이주 계획’이라는 제목으로 다뤘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사회 정의, 환경, 건강, 문화유산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로드맵을 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과학기술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기술 낙관주의’를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기후 변화로 강제 이주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원주민의 경우 이주 논의에 원주민을 적극적으로 참여시켜야 한다고 권고했다.

기후 변화로 지역사회 전체가 이주를 선택해야만 했던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미국 알래스카 본토에서 서쪽으로 약 8km 떨어진 섬마을인 시시마레프는 지구 온난화로 섬이 침수위기에 처하자 주민 투표를 통해 4000년간 일군 삶의 터전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과거에는 섬 주변을 둘러싼 얼음이 파도로부터 마을을 보호했지만, 지구 온난화에 얼음이 녹으면서 이제는 바닷물이 마을을 침범하며 가옥이 무너졌다. 하지만 엄청난 이주 비용에 결국 이주는 무산됐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2050년 기후 변화에 따른 난민이 2억5000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동아사이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