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놀아주는 방법

과연 아이들과 잘 놀아주는 방법이 따로 있을까? 아이들과 놀아주는데 잘 놀아주고 못 놀아주는 게 어디 있나 싶다가도 막상 내 자녀와 놀아 주려 하면 어떻게 놀아주어야 할 지 막막하고 놀아주는 1분 1초가 참 어렵게 느껴질 때가 있다. 이럴 때면 잘 놀아주는 방법이 따로 있을 것 같은 생각에 서적이나 인터넷을 뒤적여보게 되지만 특별한 방법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부모와 자녀의 놀이에서 우리가 꼭 염두 해두고 있어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

(2014년 9월 23일)

장세라의
아동심리치료 이야기 (29)

장세라 41아동심리치료사 자카르타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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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보다 질

아이와 엄마가 10시간 동안 함께 집에 있었다. 아이는 계속해서 심심해했고 무언가 재미있는 것을 하기 원했다. 엄마는 간간이 집안일을 해야 했지만 그래도 나름 아이와 10시간 동안 즐겁게 놀아주었다. 그러나 아이는 끊임없이 놀아줄 것을 요구하였다.

어느 집에서든 일어날 수 있는 흔한 풍경을 예로 엄마와 아이의 입장을 말해보면, 위와 같은 상황에서 엄마는 매우 지칠 수 밖에 없다. 말이 놀아주는 것이지 하루 종일 아이의 요구에 맞추어 준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몸이 지치는 것도 있지만 일단 심적으로 ‘앞으로 아이와 10시간을 놀아주며 지내야 돼’라는 생각은 큰 부담으로 다가와 마음을 지치게 한다. 그리고 지친 몸과 마음을 가지고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자연스럽게 놀이의 질은 나빠진다.

긴긴 시간 동안 엄마는 아이를 옆에 앉혀놓고 휴대폰을 들여다 본다 던지 집안일을 조금씩 하게 되는데, 이처럼 놀이와 업무를 동시에 진행하려고 하다 보니 놀이의 질이 낮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10시간이 흐른 후, 엄마는 오늘 하루도 아이와 10시간을 보내주었다는 뿌듯함을 느끼겠지만 사실 아이가 체감한 ‘엄마가 놀아 준 시간’은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을 지 모른다.

함께한 시간은 10시간이지만 실제로 ‘놀이’가 제대로 된 시간은 중간 중간 몇 분 남짓씩인데다가 그마저도 중간중간 집안일이나 휴대폰 연락을 받는 상황 때문에 끊기고 이어지기를 반복했을 것이기 때문에 그러하다.

놀이의 질이 낮아지고 지속적인 시간을 놀아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이의 ‘놀고 싶은 욕구’는 계속해서 충족되지 못한 채 남아있게 된다.

덕분에 아이는 엄마에게 더 놀아줄 것을 요구하게 되고 벌써 10시간 넘게 아이를 위해 시간을 할애했다고 생각하는 엄마는 아이의 이러한 요구에 화가 나거나 혹은 쓴 소리를 하게 된다.

놀이는 양보다 질이 매우 중요하다. 목마른 사람에게 물을 한 모금씩 오랜 시간에 걸쳐 제공하는 것보다 목마름이 해소될 만큼의 양을 벌컥벌컥 마시게 해주었을 때 갈증이 바로 해소되고 더 이상 물을 찾지 않게 되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아이들은 높은 질의 놀이를 통해 더욱 만족감을 느끼며, 부모 역시 놀이의 질을 높이면 오랜 시간을 아이들의 요구에만 맞추지 않아도 되고 시간적으로 여유로워져 자녀양육은 물론 취미생활 및 다른 삶의 영역을 통해 더 큰 만족감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게 된다.

놀이의 질을 높이려면

자녀의 심적 상태나 상황에 따라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활동 및 놀이가 있기는 하지만 모든 아이들에게 절대적으로 좋은 활동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조건 아이들에게 좋다고 하는 고가의 교구를 사주거나 좋다는 활동을 찾아 다닐 필요가 없다. 놀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감’이기 때문이다. 교감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어떤 물건이든 좋은 놀이감을 될 수 있고, 함께 하는 활동은 아무리 하찮아 보이는 활동이라도 좋은 활동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늘 가지고 있어야 한다.

놀이시간은 정해 두는 것이 부모와 자녀 모두에게 좋다. 시간을 정해 놓으면 자녀도 그 시간을손꼽아 기다리게 되고 지속적으로 놀아달라는 요구를 하지 않게 된다.

물론 아이가 집중된 놀이시간을 몇 차례 경험해보고 난 후에야 시도 때도 없이 놀아달라는 요구를 하지 않게 되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놀이시간을 지정해 놓는 것이 좋다.

또한 놀이시간을 정해두면 부모 역시 지속적으로 놀아준다는 부담이 덜해지기 때문에 그 시간만큼은 휴대폰을 쳐다보지 않고 집안일을 하지 않는 등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의외로 아이에게 질 높은 놀이를 제공하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놀이를 할 때 아이가 원하는 놀이를 선택하여 놀이를 주도해 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엄마와 아빠가 꼭 과한 리액션이나 반응을 해줄 필요는 없으나, 시선과 생각이 아이가 주도해가는 놀이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거나 표현하는 것이 좋다.

특히 한국 어머니들의 경우 관심의 표현 방법으로 질문을 많이 하곤 하는데, 굳이 질문을 많이 하지 않고 가만히 아이의 놀이를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것 만으로도 아이들은 충분히 만족스러운 놀이를 이끌어 갈 수 있다.

무언가 부모가 자녀의 놀이에 기여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리고, 자연스럽게 아이가 주도하는 놀이에 호응해 준다면 아이는 ‘잘 놀았다’는 느낌을 가지게 된다. 놀이시간을 정할 때 꼭 1시간 단위로 길게 놀이시간을 잡을 필요도 없다.

대신 부모가 하루에 한 번 무슨 일이 있더라도 지킬 수 있는 시간 15분 혹은 30분을 지정하여 어김없이 약속을 지켜 놀아주는 것이 중요하고, 그 시간만큼은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아이가 이끌어가는 놀이 그대로 따라가 주는 것이 좋다.

매우 간단해 보이지만 이것이 바로 아이와 잘 놀아주는 비밀스런 비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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