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의 기술: 부정적인 말

(Friday, August 08, 2014)

장세라 41아동심리치료사
자카르타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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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부정적인 말을 많이 쓰는 사람 중에 자신이 부정적인 말을 많이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래서 자신이 하루 동안 하는 말들을 녹음해서 들어보거나 혹은 부모-자녀 대화 패턴을 녹화해서 보면 놀라는 경우가 많이 있다. 우리의 말은 우리가 맺고 있는 타인과의 모든 관계를 좌우하기도 한다. 만약 내가 의도했던 것이 아닌데 대인관계가 자꾸만 복잡해지고, 대화를 하려 하면 할수록 자녀와 멀어지는 것이 느껴진다면 우선 나의 말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내가 어떤 유형의 부정적인 말을 사용하는지를 점검해보고 이를 줄여나가는 것은 일상에서 자녀에게 칭찬을 많이 해주는 것만큼이나 좋은 결과를 가져다 준다.

자녀에게 좋은 말을 들려주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부정적인 말을 줄여나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익숙해질 때까지 노력한다면, 자녀와의 관계는 물론이고 타인과의 대화 패턴에서도 변화가 나타나 전반적인 관계에 변화를 가져다 줄 수도 있다.

  • 우연히 듣게 된 대화

얼마 전 우연히 초등학생쯤으로 보이는 아이와 엄마의 대화를 옆에서 듣게 되었는데, 아이가 엄마에게 친구들과 놀다가 오겠다고 허락을 구하는 중이었다.

엄마는 하루에도 몇 번씩 받는 질문인 듯, “안돼, 넌 꼭 그렇게 밖으로 나돌아다니려고 그러니? 그냥 안에서 놀아”라고 대답했다. 자녀를 가진 부모라면 하루에도 몇 번씩 이와 같은 질문을 받고 이와 같은 답변을 할 수도 있을 만큼 흔한 대화이다. 하지만 엄마의 답변 안에는 2가지 형태의 부정적인 말이 담겨져 있다.

  • 비난하는 말

나도 모르게 하게 되는 부정적인 말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비난하는 말이다. 자녀를 직접 비난하는 경우도 있고, 자녀의 특징이나 활동, 성과물, 선택에 대해 비난하는 경우도 있다. 자녀에게 욕을 하거나 자녀를 깎아 내리는 말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나는 자녀를 ‘비난’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이 많은데, ‘비난’은 의외로 우리 일상에서 빈번히 이루어지는 부정적인 말이다.

위의 초등학생 아이와 엄마의 대화에서 등장한 “안돼”가 대표적인 예이다. 아이가 무언가를 부모에게 요구하거나 허락을 구할 때 혹은 어떤 행동을 하려고 할 때 하루에도 몇 번씩 “안돼”를 외치게 되는데, “안돼”는 ‘너의 선택이 틀렸어’ ‘네가 하고자 하는 행동이나 말은 잘 못 됐어’라는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다.
이유를 불문하고 자신의 선택과 행동을 하루에도 몇 번씩 제한 받는 아이들은 내면에 분노가 생길 수 있고, 자신감을 잃을 수 있으며 또는 스스로 선택을 하지 못하고 부모에게 과도하게 의존적 및 순종적인 아이로 성장할 수 있다.

물론 상황적으로 아이들의 행동을 꼭 제한해야 할 때가 있고, “안돼”를 외칠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많이 있다는 것을 잘 안다. 아예 “안돼”를 쓰지 않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자녀의 선택이나 행동을 단칼에 자르는 “안돼” 보다는, “엄마가 다른 일을 하고 있을 때 네가 엄마 시야 밖에서 놀게 되면 엄마가 걱정이 돼. 대신 안에서 친구들과 노는 건 허락해 줄 수 있어”와 같이 결과적으로는 아이의 행동을 제한하는 표현인 것은 동일하지만 아이의 선택이 잘 못되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아닌 엄마의 입장을 전달하는 표현방식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엄마의 입장을 전달하는 “I” 메시지는 단순히 엄마의 생각과 입장을 전달하는 말이므로 아이들이 비난 받았다는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있고, 행동이 제한되더라도 부정적인 감정을 덜 가질 수 있다.

“넌 꼭 그렇게 밖으로 나돌아다니려고 그러니?”와 같은 직접적으로 자녀를 비난하는 말은 부모가 감정을 자제 하지 못하는 의사표현으로 자녀는 부모의 감정을 그대로 전달받는다. 부정적 감정을 있는 그대로 말로 표현해버리는 의사표현방식을 아이도 답습하여 사용하게 되고, 이로 인해 부모와 자녀 간에 갈등이 깊어질 수 있다.

직접적으로 비난하는 말을 자주 듣고 자란 아이들은 부모에 대한 존경심을 가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자아존중감이 낮아지며 공격적인 행동을 많이 보이기도 한다.

  • 지시와 명령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부정적인 말 중 또 다른 하나는 바로   ‘지시와 명령’이다.

“숙제 해”, “빨리 밥 먹어”,    “그만 놀아”, “알림장 가져와봐” 등 하루에 자녀에게 하게 되는 지시와 명령의 말은 수도 없이 많다. 직접적으로 지시하는 것 외에도 간접적으로 부모의 선택과 의사를 받아들이게 강요하는 것 또한 부정적인 소통 방법이다.

예시로 든 초등학생과 엄마의 대화에서 “그냥 안에서 놀아”도 엄마의 직접지시이자 명령으로 부정적인 의사표현에 해당된다.

지시와 명령은 보통 나보다 밑의 사람이라고 여기는 누군가에게 하게 되는 의사소통방법으로, 나보다 높은 위치의 사람이나 중요한 누군가에게는 지시와 명령을 사용하지 않는다.

자녀를 양육할 때 지시와 명령을 유난히 많이 사용하는 것은 많은 부모들이 아직까지도 자녀를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해주기보다 ‘내가 낳은 나의 것’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지시와 명령을 많이 받는 아이들은 위축되기 쉽고, 부모에게는 순종적일 수 있으나 자신보다 약자로 판단되는 또래 친구나 동물에게 지나친 공격성을 보일 수 있다. 유년시절에는 순종적으로 보이나 분노감을 내제해 청소년기 혹은 성인이 되어 부모와의 관계에 부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

모습은 부모와 닮아 있는 듯 보여도 아이들은 제각기 전혀 다른 기질과 성격을 가지고 있는 인격체들로 각각 다른 생각을 하고 같은 사건에서 미세하게 다른 것들을 느낀다.

타인을 대하듯 아주 최소한의 예의와 성의를 다해 아이들과 소통한다면 아이들은 부정적인 말을 듣는 것으로부터 좀 더 자유로워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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